주간동아 1040

2016.06.01

법칙으로 通하는 세상

친박의 인지부조화

  •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입력2016-05-30 17: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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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당이 짙은 안갯속에 갇혀 있다.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5월 17일 친박(친박근혜)계의 보이콧으로 원천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를 두고 한 정치인은 “친박계는 지금 민심에 대한 인지부조화 상태에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란 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두 가지 인지(認知)를 가졌을 때 생기는 긴장 상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난 후 그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어떻게든 믿으려 애쓰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법칙은 개인 생활의 사소한 결정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결정까지 예외 없이 적용된다.

    미국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Leon Festinger·1919~89)는 1959년 인지부조화 현상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지루한 과제(초보적인 계산 문제)를 수행하게 한 다음 한 그룹에는 1달러, 다른 그룹에는 20달러를 줬다. 이는 참가자들이 공개적으로 선언한 확신(‘과제가 재미있다’)이 그들의 믿음(‘과제가 지루하다’)과 모순을 일으킴으로써 참가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1달러를 받은 그룹이 오히려 과제가 재미있었고 덜 지루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1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보상 심리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당시 미국 심리학회를 폭풍처럼 강타했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걸 드라마틱하게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당동벌이’(黨同伐異·같은 무리끼리만 뭉치고 다른 무리는 배척하는 것) 정치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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