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7

2016.05.11

법칙으로 通하는 세상

서울 떠나 살기, 엑소더스

  •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입력2016-05-10 10: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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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이젠 이 말도 새롭게 써야 할 판이다. 서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28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계청이 4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인구(재외국민 제외)는 999만9116명이다. 서울 인구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1014만7107명) 1000만 명 시대의 첫 팡파르를 울렸고, 92년(1093만5230명) 최고점을 찍은 뒤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는 치솟는 집값 때문에 밀려난 전세 난민들의 ‘서울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생긴 결과다.

    엑소더스(exodus)는 ‘떠나가기’ ‘탈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일반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증권시장에서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에도 엑소더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엑소더스는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애굽’은 이집트를 지칭하는 말로 출애굽기는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해 하나님이 약속한 가나안 땅으로 향하는 여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래 출애굽기의 히브리어 성경 명칭은 ‘웨엘레 쉐모트’. 웨엘레 쉐모트는 ‘그 이름들은 이러하니’라는 뜻으로 히브리인이 책의 첫 단어를 제목으로 정하는 전통에 따라 지은 이름이다. 그러다 히브리어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 출애굽기 명칭을 엑소더스로 붙였다. 우리나라 성경의 출애굽기라는 말 역시 이 엑소더스를 의역한 것이다. 봄날은 간다. 신록의 계절 5월, 일상을 벗어나는 ‘서울발(發) 엑소더스’가 정점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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