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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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은 몇 시 몇 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당위성 주장…누리꾼 “지금이 책 낼 때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2-06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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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시간’은 몇 시 몇 분?

    퇴임 2년여 만에 회고록을 낸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위).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월 2일 재임 기간 비사를 담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했다. 1년 10개월의 집필 과정을 거친 회고록은 786쪽에 달하며, 총 12장에 걸쳐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정가는 2만8000원. 그러나 퇴임 2년 만의 일이라 발간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회고록은 출간될 때마다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도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의 당위성 주장, 남북 정상회담이나 중국 정상과의 회담 비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민 반응은 어떨까. 대다수는 MB 정권의 실책을 안줏거리 삼아 비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내용을 떠나 책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관련 이슈에 대한 1월 26일부터 2월 3일까지 반응을 살펴보면 “감방에서 참회록을 써도 시원찮을 인간이” “이 사람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국조 기간에 회고록 출간 논란입니다. 제목이 더 가관이네요. 단군 이래 최다 범죄자 or 100조 국고 유출범의 시간이 뭐 대수라고요” “비호감이 매우 비호감으로 바뀌네” 같은 내용이 있었다.

    1월 31일 관련 내용이 보도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에는 “청와대가 무슨 약점 잡힌 게 있나 보지” “자기 건들면 혼자 죽진 않을 거라고 협박하는 걸로 들림” “이번 회고록 발간의 목적은 협박?” 같은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전 정부가 현 정부를 협박하는 모습이 매우 희한한 거라. 죽은 권력이 살아 있는 권력을 협박한다는 게…, 아니 대체 무슨 약점을 잡고 있기에 전 정부가 저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가?”라고 적었다.

    민감한 시기 회고록 발간, 왜?



    물론 회고록 발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 누리꾼은 2월 2일 트위터에 “나는 어떤 정치인의 책도 사지 않으며 읽지도 않는다. 그러나 MB가 어떻게 2008년의 경제 위기를 돌파했는지 알고 싶었고 어떤 사실이 현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고 싶다”며 책을 주문했음을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1월 31일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 “회고록은 빠를수록 좋다. 먼 훗날 출판해봐야 현실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무조건 숨기기만 했던 과거 정부와 차별해 현 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욕도 들었지만 확실하게 잘한 건 잘한 것”이라고 적었다.

    보수 정치인 대다수는 온라인상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2월 2일 트위터에 “PDF로 뿌려댄 MB 회고록 구해 읽었습니다. 786쪽 어디에도 철학과 고뇌는 없고 변명과 합리화만 넘쳐나는군요. 회고록을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주는 책. 돼지고기 한 근 값인데 돈 주고 사서 볼 책은 아닙니다”라고 적었다.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아전인수,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국민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비밀 기록물 파기도 문제지만 외교안보적 문서를 함부로 공개하는 몰상식함이 더 큰 문제죠. MB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2월 4일 트위터에 “퇴임한 노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엄포를 놓던 MB, 자화자찬 회고록으로 본인이 관련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남북관계고 뭐고 멋대로 남북 정상회담록 왜곡, 날조하던 현 정권은 MB 측의 ‘외교비사 공개’를 문제 삼네요. 웃어야 할지”라고 적었다.

    온라인에서는 1월 29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브리핑하며 인용한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 추천을 받고 리트위트되며 널리 퍼지고 있다.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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