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5

2012.07.09

패러디 계정 단속? 소도 웃을 일

  • 김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입력2012-07-09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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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블로그에‘리트머스’(blog.ohmynews.com/litmus)라는 것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팀블로그로, 정치뉴스 칼럼을 제공한다. 당대 논객이라 할 수 있는 진중권, 한윤형, 박권일, 이택광, 고은태, 허지웅, 이진경 등이 모였다. 이들은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도발적 시각을 제시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논객들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외자의존, 수출주도형 박정희 독재경제에 맞서 좌파 경제학자 고(故) 박현채 선생이 ‘민족경제론’ ‘사회구성체 이론’ 등으로 1970년대 화두를 이끌었다면, 지금의 최고 논객은 진중권이다. 그리고 그를 이을 차세대 천재적 논객은 한윤형(1983년생)이다. 한씨는 2000년 ‘제1회 전국고교생 논리논술경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한 보석이다. 박현채의 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특이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다.

    진중권 교수가 트위터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특이하다. 어떤 점이? ‘진영논리를 뛰어넘은 치열성’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좌우 양쪽 모두에서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칭찬(?)이 과했나? 아무튼 가요계로 치면 ‘가요계의 황제’ 나훈아다. 나훈아 덕분에 ‘밥 먹고’ 사는 사람이 모창가수 너훈아다. 그는 나훈아의 비싼 몸값을 감당할 수 없는 각종 방송이나 잔치 등에 초대받고 모창을 한다. 영화에도 출현했고, 광고에도 나왔다. 나훈아의 ‘바지 내리는’ 장면 패러디로도 인기를 끌었다. 너훈아는 단박에 ‘모창가수의 황제’가 됐다. 돈도 꽤 벌었을 것이다.

    진중권 교수(@unheim)도 패러디 계정이 있다. 진정권 @unheim_new(뉴스발행 계정)이다. 프로필에 ‘중권뉴스’라고 써놨고, 진 교수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쓴다. 언뜻 보면 진 교수의 계정으로 착각할 정도다. 주로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퍼나른다.

    그러나 패러디 계정을 진짜로 착각하는 트위터리언은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가입 과정이 간단하고 익명이 보장됨에도 곧 실체가 드러나 모두가 ‘웃는다’. 패러디 계정은 일종의 시사만평이고 시사만화이며 재미이자 트위터 놀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 계정 @PresidentVSKim도 유명하다. YS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리고 입술에 ‘바보 영구’ 점까지 찍었다. “취미는 등산, 호는 臣山(신산), 좌우명은 大盜無門(대도무문). OECD 간다꼬 갔더만, 간판이 IMF더라”라는 프로필도 있다. 이걸 YS가 직접 하는 트위터 계정으로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전하는 내용은 요절복통할 정도로 재미있다.

    김재철 MBC 사장 패러디 계정 @kimjaecheol_bot,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패러디 계정 @Kim_Oujoon, 고(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패러디 계정 @kimjungil_ bot, 새누리당 패러디 계정 @senuridang @twit_ saenoori, 허경영 패러디 계정 @huh_president도 있다. 생전 스티브 잡스의 패러디 계정은 200개가 넘었다.

    패러디 계정 단속? 소도 웃을 일
    한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칭한 가짜 페이스북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페이스북은 이 회장의 사진을 올려놓고 진짜 행세를 하다가 삼성에 적발됐다.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은 현재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며 가짜 페이스북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고, 많은 언론이 이건희 패러디 계정을 질타하기까지 했다.

    주목할 것은 패러디 계정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심각한 표현 자유 침해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 힘으로 패러디 트위터 계정을 압박하려는 측과는 달리 실제 SNS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 못 하는 바보는 없다. 그게 바로 SNS 세상의 문화이자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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