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4

2023.01.27

인플레 완화 기대감? 美 연준 목표치 2% 아직 멀었다

광범위한 물가상승 압력… 금리인하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3-01-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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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경제지표만으로 경기 회복 혹은 경기침체를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GettyImages]

    현재 경제지표만으로 경기 회복 혹은 경기침체를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GettyImages]

    2023년 들어 금융시장 내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국내외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채권시장 역시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내림세를 보이며 안정을 찾고 있다. 국내외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 긴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평가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발(發) 통화 긴축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하고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주된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50bp(1bp=0.01%p)로 낮춘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통화 긴축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가 올해 연이어 발표되고, 특히 미국 12월 고용 및 소비자물가 관련 보고서들이 공개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완화되고 있다.

    낮은 금리인상 폭, 통화 긴축 후반부 전망 강화

    지난해 12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골딜록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상황)로 평가받으며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고용 호조와 실업률 하락은 경기 연착륙 기대를 높였으며, 시간당 임금상승률 둔화는 연준의 긴축 완화 전망을 강화했다. 12월 미국 비농가 신규 고용은 22만3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0만5000명)를 상회했다. 11월 (25만6000명)보다 증가폭은 둔화했지만 3개월 이동 평균 기준으로 24만7000명을 유지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실업률도 3.5%로 전월(3.6%)과 시장 예상(3.7%)을 모두 하회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 경제활동참가율이 62.3%로 전월(62.1%)보다 상승한 가운데 실업자 수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실업률이 다시 낮아졌다.

    고용 호조와 실업률 하락은 연준의 긴축 우려를 자극하지만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노동시장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다.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올라 예상치(+0.4%)를 하회했다. 전월비 기준은 0.6% 상승에서 0.4% 상승으로 낮아졌으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4.6%로 예상치(+5.0%)를 밑돌았다(그래프1 참조). 특히 전월 수치가 5.1% 상승에서 4.8% 상승으로 하향 수정돼 전체적으로 임금 상승세가 주춤했다.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6개월 연속 둔화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5%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해 전월(7.1%)에 이어 둔화했으며, 전월비 기준으로도 -0.1%를 기록해 전월(0.1%)보다 낮아졌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5.7%로 전월(6.0%)에 이어 떨어졌고, 전월비 기준으로는 0.3%를 기록해 전월(0.2%)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 예상에는 부합했다.

    이처럼 미국 고용 및 소비자물가 보고서가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화 전망을 뒷받침하면서 1월 31일~2월 1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인상이 25bp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2월 FOMC에서 25bp 금리인상 확률은 12월 소비자물가 공개 이후 96.2%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향후 미국 소비자물가 둔화세는 유효해 보인다. 지난해 물가상승 요인을 살펴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주거비 중심 서비스 물가상승 압력,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 우려는 이미 완화돼 물가 하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공급망 압력지수가 정점을 형성하며 하락하고 있고, 미국 실물경제의 대표 선행지표인 ISM(미국 공급관리협회) 제조업 및 비제조업 구매물가지수도 하락해 공급 차질에 대한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물론 주거비를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 압력이 4∼5월까지 이어지겠지만 이후에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임대료 평균을 기초지수로 하는 질로(Zillow) 임대료지수는 CPI 임대료 가격 지수에 12개월가량 선행한다. 질로 임대료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해 4∼5월쯤 정점을 형성했음을 고려할 때 올해 2분기 초 이후에는 주거비에 의한 서비스 물가상승 압력도 둔화될 수 있다.

    높은 금리 부작용, 시차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

    하지만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은 조기에 완화되기 어려운 만큼 미국 서비스물가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심리는 수시로 높아질 수 있다. 비농가 신규 고용이 20만 명 이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실업률이 낮고 경제활동참가율이 높다는 것은 노동시장 내 공급 여건이 여전히 타이트함을 시사한다. 또한 미국의 주간신규실업수당 지연 청구 건수와 높은 구인구직배율은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12월 시간당 임금상승률 둔화는 긍정적이지만 최근 임금 수치의 상향 또는 하향 조정이 빈번했던 만큼 지속성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준이 제공하는 경직적(sticky) 물가는 특정 품목(에너지, 주거지, 식품)을 제외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데, 임금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향후 서비스물가 둔화를 제약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은 오히려 높았다(그래프2 참조). 상품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로 전월(6.9%)보다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서비스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5%로 11월(7.2%)보다 확대된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이 이어질 경우 향후 물가 수준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후반부에 접어들었으며, 긴축은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 최종 금리 5∼5.25%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향후 물가가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보다 높은 수준에서 계속 머문다면 금리 동결 기조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 등 주요 가격 변수들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데는 연준의 긴축 마무리뿐 아니라 연내 인하 기대까지 선반영됐다는 점이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준과 혼재된 경제지표 등으로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금리인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높은 금리 수준에 따른 부작용이 시차를 두고 기업 금융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관적인 시각 혹은 전망에 무게를 두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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