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9

2022.12.16

원/달러 환율 하락해도 추세적 전환 단언 못 하는 이유

美 연준 최고 금리, 한미 간 금리차 확대 등 다양한 변수 존재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2-12-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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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했다. [GETTYIMAGES]

    한때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했다. [GETTYIMAGES]

    10월 1400원대 중반까지 급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현재는 1300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 외환시장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이 이전 고점(종가 기준) 대비 100원 넘게 하락하자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방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배경을 살펴보면 일단 미 달러인덱스(DXY: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표시하는 지표) 약세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 달러인덱스는 12월 들어 104선까지 내려오며 고점 대비 9% 가까이 하락했다(그래프1 참조).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금리 속도 조절 기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심리 확산, 유로화 반등이 주요 하락 요인이다.

    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등으로 달러 약세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75bp(1bp=0.01%p) 인상했지만 누적된 통화긴축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를 성명서에 추가함으로써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7%로 시장 예상보다 낮았고, 근원 소비자물가(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 상승률은 정점을 형성하며 둔화했다. 이처럼 물가상승률 둔화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자 12월 FOMC에서 금리인상이 50bp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강해졌다. 특히 연준 위원들의 긴축 속도 조절 발언이 더해지면서 미 국채금리 하락과 뉴욕 증시 강세가 동반되고, 금융시장 내 위험 회피 성향이 약화되면서 달러 약세는 가파르게 진행됐다.

    달러인덱스 구성에서 50% 넘는 비율을 차지하는 유로화의 반등도 달러 약세 요인이다. 유로화는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펀더멘털 우려 등으로 달러 대비 약세 압력을 보여왔다. 달러와 유로화의 가치가 일대일로 같아지는 패러티(parity)가 붕괴되고, 유로존의 높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와 겨울철 에너지 수요 우려 등이 유로화의 부정적 전망을 강화했다. 하지만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가운데 따뜻한 날씨와 천연가스 재고 증가로 에너지 위기 우려가 완화되자 유로화는 달러 대비 반등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에 따른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심리 약화와 중국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위안화 약세 완화,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강세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 달러는 단기적으로 연준의 속도 조절 기대와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기대어 약세가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연동해 원/달러 환율도 1300원 내외에서 단기적인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 전환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내년 초반 미 달러 강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재개될 수 있으며, 1400원대로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우선 미 달러 강세 요인은 아직 유효하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폭은 12월 FOMC에서 50bp로 11월 회의 때보다 축소됐지만 이후 시장 예상보다 높은 최종 금리 수준이 미 국채금리 반등과 달러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

    연준 최종 금리 5% 이상이면 경기침체 불가피

    현재 미국 물가상승세는 경기 순환적 요인 등으로 둔화하고 있으나 탈세계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구조적 여건이 변하면서 공급 여건은 이전보다 타이트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노동시장의 임금상승 압력이 여전하다. 미국 11월 고용보고서를 살펴보면 비농가 신규 고용은 26만3000명 늘어나며 20만 명 이상 고용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고, 실업률은 3.7%로 낮은 상황이다. 타이트한 노동 공급 여건이 지속되면서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1%로 10월(4.9%)보다 높아졌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공급 여건 하에서는 수요 위축이 이전보다 강하게 이어져야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 이에 연준의 금리인상폭은 축소되더라도 최종 금리 수준은 5% 이상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시장 컨센서스보다 최종 금리 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면 미 국채금리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 통화정책 외에도 경기 상황 측면에서 달러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 연준의 높은 금리 수준은 결국 미국의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수요에 기댄 달러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달러스마일 이론(Dollar smile theory)은 미국 경제상황에 따른 달러가치 변화를 설명하며 3가지 국면으로 구분한다(그래프2 참조). 연준의 긴축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거나 미국 경제가 얕은 침체(연착륙)를 겪는 경우(B국면)에는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 반면 미국 경기가 과열 국면에 있거나 경착륙에 머무는 경우 미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경제 과열 상황(C국면)에서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보다 강력하게 성장하는 시기로 연준의 금리인상 단행 등 미국 성장과 금리가 모두 높은 수준이기에 달러 강세가 나타난다. 또한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를 겪는다면(A국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이에 성장과 금리가 급격히 하락함에도 달러 강세가 가능하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자연이자율(기계나 그 밖의 실물 자본 따위를 직접 물물교환 형식으로 빌릴 때 지불하는 이자율)을 통해 미국 정책금리 임계치를 살펴보면 4.75%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과거 흐름을 살펴보면 정책금리 임계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금리인상은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를 유발한 바 있다. 만약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이 5%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며 달러스마일 이론에서 현재 B국면이 C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달러인덱스에서 비중이 가장 큰 유로화도 약세 전환이 가능하다. 최근 따뜻한 날씨와 천연가스 재고 증가 등으로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우려가 약화되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 등으로 수요 개선 전망이 이어지면서 유로화 약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적정 천연가스 재고 수준에도 기온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과 그로 인한 재고 감소가 내년 초 다시 공급 부족 이슈를 자극할 수 있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슈가 예상과 달리 긍정적으로 전개될 여지는 있으나 현재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는 만큼 관련 이슈가 주는 부정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수요 위축과 금리인상에 따른 재정 취약국들의 건전성 이슈 등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점도 유로화 약세와 이로 인한 달러 강세 흐름을 유효하게 보는 이유다.

    내년 초 원/달러 환율 반등 가능성 열어둬야

    한국 내부적으로도 무역적자 흐름 지속, 미국과 한국의 내외금리차 확대 등 원화 약세 요인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출 감소에 따른 무역적자폭은 축소되겠지만 그만큼 대외 수요가 좋지 않다는 의미인 만큼 원화 강세를 제약할 수 있다. 내외금리차 측면에서도 한국은행이 3.7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연준이 정책금리를 5% 이상으로 높인다면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최근 미 달러 약세와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심리, 외국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 등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높아졌으나 달러 강세와 원화 내부적으로 취약한 펀더멘털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추세적 하락 전환을 말하기는 어렵다. 내년 초 원/달러 환율 반등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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