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6

2022.11.25

고물가와 저성장 리스크가 금융시장 향배 가른다

고강도 긴축 후 경기침체 시간문제… 이미 미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입력2022-11-30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ettyImages]

    [GettyImages]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문가들 예상치를 하회하고 그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 속도 조절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 어려우며, 연준이 언제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할지도 알 수 없다. 주식시장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80년 이후 코스피는 총 8차례 약세장을 경험했고, 이후 전고점까지 회복하는 데 평균 약 3년이 걸렸다. 하지만 현재는 약세장에 진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또한 역사적으로 약세장을 탈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주입이었지만, 인플레이션 문제에 얽매인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 약세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 나아가 중앙은행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과도하게 늘어난 정부 부채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과 미국의 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제외한 세계 각국 금융 불안정성 대두

    자료 | 키움증권

    자료 | 키움증권

    결국 시장 참여자는 올해 내내 따라다닌 불확실성을 내년에도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2023년에도 만만치 않은 금융시장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시장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스피가 9월 말 2100선에서 11월 현재 2400선까지 반등한 만큼, 지금부터는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일차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해왔고, 이 불확실성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대상이다.

    2000년대 초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불확실성을 ‘알려진 불확실성(Known Unknowns)’과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Unknown Unknowns)’으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도표’는 럼즈펠드 장관의 불확실성 접근 방식을 금융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사전 대응 가능한 불확실성’에는 경기침체, 기업 실적 부진, 연준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신흥국 자본 유출 등 이미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대비하는 것들이 해당한다. 반면 ‘사후 대응 가능한 불확실성’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크레디트 시장 위기의 주식시장 전이, 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블랙스완급 이벤트 등이 있다. 후자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자 발생 확률이 낮은 영역이고,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예상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합리적 관점에서 베이스 경로로 상정해야 할 것은 전자다. 그리고 중심에는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긴축 이슈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경제와 금융시장 방향을 전망하면 인플레이션 고착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고환율-고금리를 지속하면서 경제와 증시 전반에 제약적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누적된 충격은 선진국에는 정부 부채를 중심으로, 신흥국에는 기업 부채를 중심으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이외 국가 및 중앙은행에서 대두되는 금융 불안전성이 연준으로 하여금 긴축 정책의 강도를 제고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깊은 침체’냐, ‘얕은 침체’냐가 남은 문제

    하지만 정작 미국은 영국, 일본, 한국 등 여느 주요국과 달리 금융 불안을 겪고 있지 않으며 소비, 생산,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가 양호한 상황이다. 이 같은 미국 경제의 견고함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제시한 것처럼 최종 금리 레벨을 더 높이면서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침체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미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간 금리차가 역전된 상태라는 점은 미국 경제의 침체 진입은 시간문제임을 시사한다(그래프 참조).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 경제의 공식 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 강도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진행됐으며, 그 누적된 긴축 충격이 2022년 말부터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롬 연준 의장은 6월부터 지금까지 4차례 열린 FOMC 때마다 금리를 75bp(1bp=0.01%p)씩 올렸는데, 이는 과거 폴 볼커 의장 재임 시기보다 강도가 세다(1977~1979년 28개월 동안 960bp 인상 vs 현재 9개월 동안 400bp 인상). 물론 연준 스스로도 과도한 긴축 속도에 대한 부담으로 향후 인상폭 축소 여지를 열어놓은 상황이지만, 정책 전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될 시에는 이를 차단하는 작업이 수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연준이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시기에 금리인하에 나선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인 가격 상승 요인(전쟁, 지정학, 노동시장 등)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 연준은 구두 개입을 통한 시장 기대감 차단 및 긴축을 통한 실제 민간 수요를 억누르는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차례 FOMC에서 시인한 것처럼 긴축 이후 침체는 시간문제이며, 사실상 우리는 이 같은 침체가 ‘깊은 침체’일지, 아니면 ‘얕은 침체’에 그칠지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맞이하는 저성장 리스크, 이것이 금융시장 경로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