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2

2022.06.03

IT와 만난 K-콘텐츠 ‘문화 빅뱅’

세계시장 선점 네이버·카카오 웹툰, BTS가 낳은 문화 플랫폼 ‘위버스’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2-06-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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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과 네이버 웹툰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웹툰 ‘세븐페이츠: 착호(7FATES: CHAKHO)’. [사진 제공 · 하이브, 네이버웹툰]

    방탄소년단(BTS)과 네이버 웹툰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웹툰 ‘세븐페이츠: 착호(7FATES: CHAKHO)’. [사진 제공 · 하이브, 네이버웹툰]

    2000년대 초반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불렸다. 전국에 설치된 인터넷망 덕분에 사람들은 다음 카페와 네이버 지식인, 싸이월드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웹 2.0 혁신과 중국의 IT 굴기로 예전의 위상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2022년, 한국은 강력한 한류(韓流)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시금 IT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인기를 구가한 콘텐츠들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이들 콘텐츠는 주로 해외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높은 스마트폰, 스마트TV 보급률 덕분에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OTT 콘텐츠를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좋은 환경이긴 하다. 다만 글로벌 OTT를 통해 유통되는 국산 콘텐츠의 유행이 곧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근거는 아니다.

    미국·일본 제패한 K-웹툰

    IT 플랫폼과 콘텐츠 경쟁력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한류는 따로 있다. 한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우리 안방이 아닌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세계 웹툰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성장하고 있다.

    한국 웹툰 산업의 태동은 인터넷 보급과 맥을 같이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PC(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됐다. 그 덕분에 한국 웹 서비스는 2000년 초반까지 다른 나라들이 배워갈 만큼 강력한 롤모델이었다. 다종·다양한 웹 플랫폼이 등장했고 국내 웹툰 서비스도 이때 시작됐다. 한동안 한국 웹툰 서비스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명맥을 유지했다.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급성장한 이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웹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였다. 디지털 플랫폼과 친화력은 한국 웹툰이 만화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근원적 원동력이 됐다.

    네이버는 2014년 ‘라인 웹툰’ 브랜드로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아마추어 웹툰 작가의 등용문으로 통하던 ‘도전만화’를 ‘캔버스(Canvas)’라는 이름의 플랫폼으로 미국에서 론칭했다. 최근 네이버 웹툰 서비스는 북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라인 웹툰은 미국 구글 플레이의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수익 1위를 달성했다. 다른 콘텐츠 기업과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지난해 1월 네이버 측은 회원 9000만 명을 거느린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 달러(약 7600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3월 한국 웹툰을 번역해 190개국에 서비스하는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의 지분 25%를 인수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라인’으로 일본 메신저 서비스 시장을 제패한 바 있다. 그 여세를 몰아 2013년 ‘라인망가’로 일찌감치 일본 웹툰 시장도 선점했다. 이처럼 네이버 웹툰은 미국과 일본을 발판 삼아 유럽,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 서비스 부문을 2017년 주식회사 네이버웹툰으로 분사했다. 2020년에는 한국 네이버웹툰과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 일본 ‘라인디지털프론티어’ 등으로 나뉘어 있던 웹툰 관련 계열사를 웹툰엔터테인먼트로 통합했다.

    한편 카카오는 2016년 일본에서 ‘픽코마’를 출시해 네이버 라인망가를 추격했다. 픽코마는 한국 인기 웹툰을 일본시장에 선보이면서 웹,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된 새로운 포맷의 만화를 소개했다. 아직까지 제본된 책 중심으로 만화를 소비하던 일본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지식재산권(IP) 통합 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 웹툰 서비스와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음악 콘텐츠 서비스 멜론을 통합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했다. 지난해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인수하는 등 콘텐츠 기업으로서 세 불리기에도 나선 모습이다.

    아티스트와 팬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방송인 유재석이 출연하는 카카오TV 웹예능 ‘플레이유’. [사진 제공 · 카카오TV]

    방송인 유재석이 출연하는 카카오TV 웹예능 ‘플레이유’. [사진 제공 · 카카오TV]

    글로벌시장 공략에 나선 웹툰 말고도 K-콘텐츠와 플랫폼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아예 특정 아티스트나 콘텐츠에 최적화된 전용 플랫폼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의 자회사 비엔엑스(현 위버스컴퍼니)가 2019년 론칭한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은 물론 앨범 구매, 팬클럽 운영, 콘텐츠 판매를 중개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BTS뿐 아니라, 국내외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수한 IT 인프라와 대중적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바탕으로 한국 IT 산업은 콘텐츠와 플랫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성된 IT 생태계는 경쟁과 협력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가령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킹덤’ ‘스위트홈’ 같은 콘텐츠는 웹툰 IP를 활용한 작품들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위버스 등 플랫폼은 BTS라는 아티스트의 강력한 문화 경쟁력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IT라는 포맷에 어떤 한국형 콘텐츠가 담겨 ‘문화 빅뱅’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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