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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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찾아온 초엔저, 한국 경제 위협 요인 될까

美 연준 양적긴축과 별개 돌발 변수… 수출 경합주 매도 지양해야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입력2022-05-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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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이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철강,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GETTYIMAGES]

    1월 이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철강,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GETTYIMAGES]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의 시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긴축정책에 쏠려 있다. 3월 0.25%p 금리인상을 단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5월 4일(현지 시간) 열릴 FOMC에서도 금리를 0.5%p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6월 FOMC(15일)에서는 0.75%p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양적긴축(유동성 회수) 정책은 한국 등 주요 신흥국에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가는 과정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로 한국 수출 부진 우려↑

    이처럼 앞으로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험난한 시기가 예고된 가운데 ‘엔화 약세’라는 새로운 돌발 변수가 출현했다.

    4월 말 현재 달러화 대비 엔화, 즉 엔/달러 환율은 128엔대에 진입하면서 약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우위에 있는 구간인 만큼, 달러화와 함께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원인은 미국 연준과 일본 중앙은행(BOJ) 간 통화정책 차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연준은 본격적인 긴축정책에 돌입한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무제한 국채 매입 등 완화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정책 격차에 기인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는 상당 기간 엔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엔화 약세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철강, 가전,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아베노믹스(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 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가 가동된 이후 공격적인 부양책을 단행한 2013~2015년 엔/달러 환율이 약 40% 급등하며 당시 코스피는 장기간 박스권에 갇힌 반면, 일본 증시는 80% 넘게 폭등한 경험이 엔화 약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래프 참조).

    전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 처지에서는 환율 효과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둔화가 실제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2013~2015년 엔화 약세 기간 한국 증시가 부진했던 데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한국 기업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경기 판단 기준선인 50포인트 선을 수시로 하회하는 등 경기 모멘텀이 둔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사한 맥락에서 일본 증시는 같은 기간 이익 전망이 개선되면서 주가 급등을 누렸지만 가격 경쟁력 강화가 아닌 내수 부양책 효과가 중요한 요인이었다(2013~2015년 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수출 비중은 한국 50%대, 일본 17%대). 또한 일본 중앙은행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공격적으로 매입한 영향도 컸다. 현재 일본 지수형 ETF 총 발행 물량 중 일본 중앙은행이 보유한 것이 70%대에 육박하니, 얼마나 강도 높게 증시를 부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PMI가 50포인트 선을 상회하는 것이나, 한국 수출이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증가 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당시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물론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관점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다. 이는 역기저 효과(직전 실적이 너무 좋아 이번에 좋은 실적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는 현상) 외에도 공급난 영향 때문이지만, 공급난이 지난해 12월을 피크아웃(정점 통과)으로 완화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따른 미국의 이연 수요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에 따른 내수 부진 대신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성장률 목표치(2022년 5.5% 내외)를 달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고려할 때 이들 국가의 한국에 대한 수입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 플러스 성과

    따라서 엔화 약세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 그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 둔화, 주식시장 부진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엔화 환율 변동이 무역 경로를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감소한 반면, 국제 투자자금 흐름의 변화와 국내 자금 유출입 경로에 미치는 효과가 증대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차입해 고금리 국가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일본 엔화는 매력적인 대상이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0.2%대인 반면 한국 3.3%대, 미국 2.9%대 등 여타 주요국은 일본 대비 높은 금리 레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차(투자 통화와 조달 통화 금리차)뿐 아니라 조달 통화 추이(엔화 약세), 증시 불확실성(VIX) 등 다른 측면에서도 캐리 트레이드 요건이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1월 말 이후부터 4월 말 현재까지 엔화를 매도하고 한국 원화를 매수하는 캐리 수익이 양(+)의 값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계 자금의 투자 유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 연준의 긴축 사이클 진입이 국내 경제와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을 기계적으로 매도하는 투자 행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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