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9

2022.03.04

‘워케이션’이 살린 에어비앤비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I’m flexible’ 출시하며 여행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입력2022-03-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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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케이션에 적합한 숙소 목록에 오른 미국 자이언 캐니언 인근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제공 · 에어비앤비]

    워케이션에 적합한 숙소 목록에 오른 미국 자이언 캐니언 인근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제공 · 에어비앤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를 앞둔 걸까, 여행 역시 팬데믹 환경에 적응한 걸까. 에어비앤비(Airbnb)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2021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코로나 패닉’ 탈출을 선언했다. 에어비앤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5억3000만 달러(약 1조8200억 원)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38% 성장했다. 에어비엔비 측은 예약 취소 등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지난여름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보다 적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 에어비앤비가 달성한 총 예약 및 체험 건수는 734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단기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강력한 여행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1월 말 현재 여름 휴가철 숙박 예약 건수가 2년 전 대비 25% 이상 많다”고 밝혔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에어비앤비는 이제 전 세계가 아는 숙박중개업체로 성장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와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닷오알지 회장은 숙박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아파트 임차료를 감당할 목적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에어 매트리스를 거실에 깔고, 이 도시를 찾은 여행자에게 아침식사를 포함한 잠자리를 저렴하게 제공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숙박을 제공하는 ‘호스트’로 일반인을 끌어들이는 사업 모델을 고안했다.

    이후 에어비앤비는 세콰이어, 앤드리슨 호로위츠, 구글 벤처스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자본을 투자자로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09년 2500개였던 에어비앤비 숙소 목록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60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2020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은 1100억 달러(약 131조 원)를 넘는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업체 부킹닷컴과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힐튼의 시가총액을 가뿐히 추월한 규모다.

    여름 휴가철 예약,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에어비앤비에도 큰 시련을 안겼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매출의 80%가 사라졌다. 체스키는 언론 인터뷰에서 “불타는 집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에어비앤비는 결국 2020년 5월 전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900명을 해고해야 했다.



    하지만 여행은 멸종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들은 해외 대신 국내로, 도시나 유명 관광지 대신 자연과 시골로 여행을 떠났다. 리모트 워크(remote work), 즉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꼭 회사 근처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 인터넷에서는 휴가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 work+vacation)에 적합한 에어비앤비 숙소 추천’ 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 주변에도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씩 스키장이나 해변 주변의 숙소를 빌려 일도 하고 여가도 즐겼다는 뉴요커들이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여행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반 여행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에서도 목적지와 숙박 일수, 숙박 인원 등을 입력해 숙박 장소를 물색한다. 단, 에어비앤비는 2020년 하반기부터 메인 화면에 집에서 가까운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뉴욕 사람에게는 65마일 떨어진 시러큐스(Syracuse), 109마일 거리인 이타카(Ithaca) 등을 추천하는 식이다. 코로나19로 멀리 가지 않는 여행 수요를 감안한 전략이다.

    에어비앤비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유연한 검색(I’m flexible)’ 기능을 추가했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에어비앤비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유연한 검색(I’m flexible)’ 기능을 추가했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목적지나 숙박 날짜보다 숙소를 먼저 선택하게 하는 에어비앤비
검색 화면.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목적지나 숙박 날짜보다 숙소를 먼저 선택하게 하는 에어비앤비 검색 화면.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6월에는 ‘유연한 검색(I’m flexible)’ 기능을 글로벌 론칭했다. 이는 어디로든 떠나고 싶긴 한데, 언제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한 사람에게 유용한 서비스다. 메인 화면에 있는 ‘유연한 검색’ 버튼을 누르면 ‘농장’ ‘통나무 집’ ‘해변 근처’ ‘멋진 수영장’ 등 유형/특색별로 숙박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위치에서부터 숙박 시설까지 거리, 예약 가능한 날짜와 요금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목적지를 먼저 정하고 숙소를 검색하는 기존 여행 패턴을 버리고 숙박할 곳을 먼저 찾은 뒤 여행 날짜를 정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체스키는 시사잡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이제 사람들은 여행지에 더 오래 머물고, 반려동물과 동행하고자 한다. 와이파이 속도를 따지고,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여행을 한다. 200마일 이내 체류가 증가하고 더 넓은 숙박 장소를 선호한다”며 “2019년 말 예약된 숙박의 11%가 라스베이거스나 파리 같은 고밀도 도시였는데, 2년 후인 현재 6%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체스키 본인도 ‘워케이션’ 실천 중

    유명 도시나 관광지를 여행하는 대신 ‘길게 머물면서 회사 일도 하는’ 여행 트렌드는 에어비앤비의 지난해 4분기 실적보고서에도 나타난다. 2월 초 현재 7일 이상 숙박이 에어비앤비 전체 예약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28박 이상 장기 체류도 22%에 달한다. 지난 1년간 예약 17만5000건은 석 달 이상 체류였다고 한다. 에어비앤비 측은 이러한 여행 변화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영구적인 트렌드라고 판단한다. 지난해 3분기 미국에서는 시골 숙소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에어비앤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디지털 노마드적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사람이 2020년 9%에서 2021년 12%로 증가했다.

    이에 체스키는 1월부터 직접 ‘에어비앤비에서 살기’에 나섰다. 체스키 본인도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샌프란시스코 본사에는 가끔 출근하기 때문에 굳이 샌프란시스코에 머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체스키는 몇 주 혹은 몇 달 간격으로 여러 도시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옮겨 다니면서 살고 있고 필요할 때 샌프란시스코에 들른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파급력이 약화되고 미국과 유럽에서 여행 제한도 점차 완화돼 올봄부터는 그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시에 많은 일상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복구되더라도 재택근무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이미 성장 시동을 건 에어비앤비가 올해 더 좋은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국 투자금융회사 시티그룹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해 에어비앤비의 목표 주가를 214달러로 높였다. 대규모 해고 이후 고정비와 마케팅비 등을 줄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점도 에어비앤비에 대한 긍정 평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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