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0

2021.10.15

네이버·카카오만 있나, 전문 ‘토종’ 플랫폼이 뜬다

원티드랩·브랜디·메이크스타… 공모시장 인기 주도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입력2021-10-19 10: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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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플랫폼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을 내세운 토종 플랫폼들이 주목받고 있다. 플랫폼산업의 성패는 다양성과 편리성. 즉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손쉽고 빠르며 편하게 제공하느냐에 달렸다.

    대표적으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을 들 수 있다. 오늘의집은 코로나19 사태로 집콕 생활과 인테리어 붐이 맞물리면서 8월 플랫폼 론칭 이후 최다 월거래액인 1500억 원을 기록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다른 유저들의 집 구경부터 제품 정보 및 구매, 인테리어업체 선정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내실 다지는 중

    인공지는(AI) 기반의 맞춤형 채용 플랫폼 원티트랩. [사진 제공 ·  원티드랩]

    인공지는(AI) 기반의 맞춤형 채용 플랫폼 원티트랩. [사진 제공 · 원티드랩]

    IPO(기업공개)시장에서도 전문 플랫폼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최근 공모주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혁신, 미래사업,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원티드랩(1731 대 1, 청약 증거금 5조5291억 원), 글로벌 역직구 쇼핑몰 ‘스타일코리안닷컴’ 운영업체 실리콘투(1700 대 1, 청약 증거금 11조4759억 원), 디지털 플랫폼 개발업체 플래티어(2498 대 1, 청약 증거금 6조1846억 원) 등이 올 하반기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흥행했다.

    특히 공모주시장 대어로 주목받은 크래프톤과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원티드랩’은 크래프톤(5조358억 원)보다 많은 청약 증거금을 모아 화제가 됐다. ‘따상’에도 성공했다. 8월 11일 상장 후 공모가(3만5000원)의 2배인 7만 원에 시초가를 형성했고 당일 9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5만~7만 원대를 오가는 중이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핵심 지표인 신규 공고 수, 지원 수, 합격 수, 평균 채용 수수료 모두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수시 채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동종업체 중 가장 앞선 플랫폼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화장품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앱 ‘화해’를 운영하는 버드뷰와 국내 1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손정의 픽’으로 2조 원 투자금 유치 잭팟을 터뜨린 국내 1위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는 2023년 IPO를 목표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패션 앱 다운로드 횟수 1위를 기록한 브랜디. [사진 제공 ·  브랜디]

    올해 패션 앱 다운로드 횟수 1위를 기록한 브랜디. [사진 제공 · 브랜디]

    아직은 IPO에 뜻은 없지만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내실을 다져가는 플랫폼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패션 앱 다운로드 횟수 1위를 기록한 패션 플랫폼 ‘브랜디’는 네이버와 손잡았다. 8월 네이버로부터 200억 원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브랜디는 네이버와 함께 동대문 상권 도소매 상인의 일본시장 연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예 기획사와 스타 팬덤을 중개하는 플랫폼 ‘메이크스타’. [사진 제공 ·  메이크스타]

    연예 기획사와 스타 팬덤을 중개하는 플랫폼 ‘메이크스타’. [사진 제공 · 메이크스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케이팝 스타의 팬덤을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중개하는 플랫폼 ‘메이크스타’는 2월 국내 유수 투자사로부터 60억 원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반년 만인 9월 140억 원 추가 유치에 성공했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는 지난해 매출 108억 원의 약 3배에 달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플랫폼기업에 대한 관심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최근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더욱 거세져 플랫폼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점유율 1위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배달의민족과 야놀자의 경우 독과점 및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올해 국회 국정감사 출석 명단에도 이름을 올랐다.

    플랫폼산업 육성 외치다 돌연 때리기

    특히 법률서비스 플랫폼, 부동산 플랫폼, 미용·성형정보 플랫폼 등 정보 비대칭이 심한 전문 분야일수록 해당 이해 단체들의 반발과 법적 규제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위험에 처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지루한 싸움을 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까지 “법률 플랫폼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중재에 나섰지만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의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1500여 곳이 모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의 플랫폼 규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가치가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스타트업까지 대상으로 한다”며 “플랫폼의 긍정적 역할을 촉진하되, 독점적 지배력이 형성되고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때 제한적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등은 규제 대상이 5곳 내외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안에 제정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따를 경우 규제 대상이 100여 곳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제2의 타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벤처창업학회 부회장과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민간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의견도 비슷하다. 유 교수는 “현 플랫폼 규제법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소비자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소수 기득권을 보호해 오히려 영세업자의 진출을 막고 있다”면서 “정부는 플랫폼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배려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퇴로를 주면서 나아가야지 지금처럼 밀어붙이는 식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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