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2016.12.21

안병민의 일상경영

서비스에 재미를 더하라

놀이하는 인간과 게이미피케이션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12-16 17: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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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기왕에 온 일본이니 스시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그렇게 찾아간 어느 회전초밥 전문점. 놀랍게도 입구부터 모든 게 디지털 세상이었습니다. 디지털 전광판에 인원수를 입력하니 대기번호가 나왔습니다. 잠시 후 차례가 돼 좌석을 안내받았는데 역시 자리마다 태블릿PC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레일 위에 올려진 접시를 고르는 초밥 외 다른 메뉴는 태블릿PC에서 원하는 사진을 터치하면 바로 주문이 됩니다. 테이블 구석에는 빈 접시를 넣는 작은 홈이 있습니다. 빈 접시 5개를 넣으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무려 스물여덟 접시를 비운 우리 가족은 다섯 번의 추첨 기회를 얻었고 그중 두 번 당첨돼 작은 스티커를 선물받았습니다. 별것도 아닌 선물이지만 가족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현장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서비스에 게임 요소를 더해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재미 요소를 통해 고객의 자발적인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하루에도 엄청난 정보를 접하고 처리해야 하는 피곤한 뇌는 이제 웬만한 자극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돌려세우고자 등장한 것이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호모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입니다. 재미를 거부할 사람은 없지요. 서비스에 재미를 더하니 고객이 좋아합니다. 고객이 좋아하니 실적이 올라가고 매출도 늘어납니다.

    이런 식입니다. 도미노피자에서 출시한 피자 주문 애플리케이션(앱) ‘마이키친’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문 앱이라면 메뉴를 골라 결제하는 것이 다인데 ‘마이키친’은 좀 다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도(dough·밀가루 반죽)와 토핑, 소스를 직접 골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완제품을 골라 주문하는 게 아니라 앱에서 나만의 피자를 만드는, 일종의 게임 요소가 가미된 것입니다. 3차원 입체 그래픽 화면으로 구현되는 이 과정은 실로 신기하고 재미납니다. 어쩔 수 없이 거쳐야만 하던 의례적인 피자 주문 과정이 게임화된 것이지요. 고객 반응은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단순한 보상 프로그램만으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과정에서 반드시 매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재적 동기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예컨대 스웨덴 적십자사는 스톡홀름알란다공항에 추억의 게임기를 설치했습니다. 게임을 하려고 돈을 넣으면 게임기 아래쪽의 투명한 적십자사 박스에 기부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깐의 게임을 위해 내가 넣은 돈이 세상을 바꾸는 훌륭한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구조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렇게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서비스에도 어떻게 하면 이런 게임 요소를 접목할 수 있을지 살펴볼 일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의미도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과 함께 새겨야 할 이 시대의 마케팅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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