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5

2017.04.26

월급쟁이 재테크

운용 방식, 수수료율 따라 제각각, ‘계좌’로 관리해야

펀드에도 ‘클래스’가 있다

  • 김광주 돈파는가게 대표 www.moneymart.co.kr

    입력2017-04-24 17: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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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펀드투자는 직접투자하는 방식에 비해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직접투자와 달리 간접투자는 내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은 이런 비용 구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은 펀드의 비용 구조와 그로 인한 수익률 차이를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입한다. 하지만 같은 이름의 펀드라도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직장에 다니는 A씨와 B씨는 똑같은 이름의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해외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A씨는 가까운 은행(혹은 증권사)에서 ‘◯◯◯◯-클래스 C’ 상품에, B씨는 투자자가 직접 각종 펀드를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펀드슈퍼마켓(온라인 펀드 쇼핑몰)에서 ‘◯◯◯◯-클래스 S’ 상품에 가입했다. 이름은 같지만 뒤에 붙는 클래스가 달랐다.

    1년 후 결과는 어땠을까. A씨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B씨는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다. 물론 반대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해답을 알려면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클래스’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펀드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수수료와 보수로 구분된다. 이때 수수료는 펀드에 투자할 때마다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비용이며, 보수는 펀드 관리 및 운용 등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수는 판매보수, 운용보수, 일반사무수탁보수로 나뉜다.



    펀드를 판매하는 회사(은행, 증권사)가 떼어가는 판매보수는 펀드적립금에서 계산해 분기마다 차감된다. 운용보수는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게, 일반사무수탁보수는 펀드적립금을 관리하는 수탁기관 및 일반사무업무 등을 수행하는 회사에게 지급된다.



    같은 이름, 다른 수익률

    클래스는 펀드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떼어가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클래스 A는 은행이나 증권사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펀드로, 선취수수료 방식으로 수수료를 공제한다. 선취수수료 방식이란 투자 금액에서 먼저 수수료를 제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선취수수료는 납부 금액의 1% 수준이며, 후취수수료(펀드를 환매할 때 환매 금액에서 공제)에 비해 처음엔 수수료가 많지만 투자 기간이 지속될수록 저렴해지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클래스 C는 은행이나 증권사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펀드라는 점은 같지만 환매 시 비용을 부과하는 후취수수료 방식이다. 이는 단기투자에 유리하다. 클래스 E는 금융기관의 온라인 펀드몰에서 판매하는 펀드로, 클래스 A와 C보다 총수수료 비용은 적지만 온라인에서만 가입 가능하다.

    클래스 S는 펀드슈퍼마켓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으며,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슈퍼마켓은 증권사나 은행의 도움 없이 투자자가 각종 펀드를 비교해 직접 가입하는 온라인 펀드 쇼핑몰을 뜻한다. 1992년 미국에서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시작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4월 도입된 이래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편리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A씨와 B씨가 가입했던 펀드를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클래스 C 상품은 해마다 떼어가는 수수료와 각종 보수 등 총비용이 평균 2.52% 이상이다. 따라서 수익률이 최소한 그 이상일 때 플러스(+)를 기록할 수 있다. 반면 총비용이 평균 1.33%가량인 클래스 S 상품은 1.33% 이상 수익률만 달성해도 플러스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A씨와 B씨가 각각 비과세해외펀드 투자 한도액인 3000만 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이때 연 수익률이 2.52%였다면 10년 후 두 사람의 수익금 차이는 투자 원금의 10%가 넘는 373만2819원이 된다. 이처럼 펀드 비용, 즉 클래스에 따라 동일한 수익률을 기록해도 실제 수익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비과세해외펀드의 경우 최대 10년간 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펀드에 부과되는 비용을 낮춰 실제 수익금을 높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펀드에 숨은 1%를 찾아라

    물론 펀드 비용만 아낀다고 플러스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펀드에 투자하고 적절한 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요즘엔 ‘계좌’라는 설정 방식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예컨대 연금저축계좌, 개인형퇴직연금(IRP)계좌, 비과세해외펀드계좌 등이 그렇다. 이들 계좌는 처음부터 한 계좌에 펀드 여러 개를 설정한 다음, 설정된 펀드를 언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예를 들어 비과세해외펀드계좌에 A, B, C 3개 펀드를 설정한 다음 A펀드에만 100만 원을 투자했더라도 나중에 그 돈을 모두 B펀드로 옮기거나 A, B, C펀드각각에 나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시장 변화에 언제든 대응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자 안목이다.

    언젠가 어느 기사에서 ‘미얀마보다 못한 한국 주부 금융지식’이라는 제목의 꽤 자극적인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마스터카드사가 2014년 아시아·태평양지역 16개국의 주부를 대상으로 기본적인 금융지식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15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는 내용이었다. ‘주부들이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될까.

    하지만 2011년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가 기혼 직장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 경제 주도권’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남성의 63.1%가 가정 경제권을 아내가 갖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또 같은 질문에 여성은 67.7%가 본인이 관리한다고 응답했다. 어쩌면 아직까지 우리의 투자 안목이 미얀마보다 못할 수도 있다.

    정해진 소득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 상품을 보는 안목도 길러 좀 더 적극적으로 돈을 불려나가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지식에 어둡고 투자를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만큼 아이러니한 일은 없다. 정말 자신이 없다면 주변 전문가의 조력이라도 구해보면 어떨까. 펀드에 숨겨진 1%만 찾아내도 수익률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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