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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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재테크

ISA를 보는 5가지 시선

비과세는 떡밥일 뿐, 허점 많아 천천히 가입하는 게 유리

  • 김광주 웰스도우미대표 www.wealthdone.com

    입력2016-03-04 15: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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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금융상품 전성시대다. 상품의 다양성만큼이나 고객의 선택권도 커졌다. 대표적인 것이 2월 29일부터 가입이 가능한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해외펀드)와 3월 14일부터 시작되는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물론 다양성이 확대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양성은 그것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나 유익하다.
    예를 들어 젖이나 이유식 정도면 충분할 갓난아기 앞에 한 상 차려놓는 게 아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오히려 아기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 분위기가 딱 그런 형국이다. 지금 쏟아져 나오는 여러 제도와 상품들의 대상은 바로 월급쟁이다. 예를 들어 10년간 3000만 원까지 투자 원금에 대한 모든 수익금을 비과세한다는 비과세해외펀드 제도가 자산가를 위한 상품일 수는 없다. 또한 최장 5년 만기까지 매년 2000만 원, 총 1억 원까지 원금을 운용해 생긴 200만 원에서 250만 원까지 수익금을 비과세하겠다는 ISA는 가입 자격에서부터 자산가, 즉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하고 있다. 이 두 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을 켜고 검색창에 ISA를 입력하기만 해도 쏟아져 나온다.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다른 이야기, 즉 본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첫째는 이런 제도들이 등장하게 된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비과세해외펀드 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유는 딱 하나, 즉 가입자의 혜택을 늘려 주식형 펀드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엔 투자 수익금에만 비과세를 적용했는데, 지금은 환차익에도 비과세를 적용한다. 반면 ISA는 궁극적으로 투자 자문에 대한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다.
    저금리와 저성장, 수명 연장으로 더는 은행 예·적금 같은 채권형 상품만으로는 돈을 불리는 게 불가능해지자 주식을 활용한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는 물론, 선물과 옵션을 이용한 투자 기법들로 만들어진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파생투자상품이 즐비하게 등장하고 있다.



    비과세 혜택의 함정

    문제는 이런 상품들을 특히 직장인이 잘 이해하고 관리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물론 자산가라고 해서 이런 상품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소위 PB, 즉 자산관리를 뜻하는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Private Banking Service)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직장인에겐 누가 있는가. 은행이나 증권회사 창구에 앉아 있는 직원? 아니면 보험설계사?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ISA다. 이 제도를 잘 이해하고 적용하면 월급쟁이도 자산가들과 같은 PB를 제공받을 수 있다.
    둘째, 비과세가 목적은 아니다. 그건 정말 하나의 팁에 불과하다. 오히려 패러다임의 변화, 즉 저축에서 투자, 판매(가입)에서 관리(자문)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스스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비과세해외펀드만 해도 수익이 없다면 비과세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즉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이 많은 해외펀드에서 수익을 낸다는 건 그리 만만치 않다. 따라서 자신의 형편에 맞는 상품을 선별해 가입하고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적절한 자문은 매우 중요하다.
    ISA 제도도 마찬가지다. 최장 5년까지 매년 2000만 원씩 최대 1억 원 원금을 투자해 생긴 수익금 가운데 200만 원 또는 250만 원까지 세금을 떼지 않겠다는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200만 원에 대한 15.4% 세금이라야 고작 30만8000원이다. 그것을 만기 5년으로 나눠보면 매년 6만 원 정도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기에도 부족할 세금 혜택 때문에 온 나라가 야단법석을 떨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ISA 제도를 통한 기대이익은 200만 원이나 250만 원에 그칠 게 아니라 그 이상이어야 한다. 즉 비과세 혜택을 넘어선 이익금에 대해 9.9% 분리과세를 받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전문가의 적절한 자문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 증권, 보험 등 어떤 금융기관에도 소속되지 않는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독립투자자문업) 제도가 도입 및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셋째, 이제 시작이다. 물론 비과세해외펀드는 일회성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도 가입 시한을 내년 말까지로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ISA 제도는 다르다. 비록 가입 시한이 2018년 말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결국엔 가입 조건이 점점 완화되고 혜택은 커질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ISA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는 매년 가입 한도만 있을 뿐, 만기는 물론 가입 시기에도 제한이 없다. 그뿐 아니라 비과세를 적용하는 수익금 한도가 없고 연금성 상품을 제외하면 편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도 거의 무제한이다. 그러니 호흡을 길게 가지면서 그 의미와 목적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ISA 전문인력 4월 이후에나 갖춰질 듯

    넷째, 자산 준비가 필요하다. 효율적인 자산관리와 자문 서비스를 위해서는 그럴 만한 자산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주간동아’ 지난 호에서 설명한 대로 ‘분산’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목돈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빠듯한 월급을 이리저리 쪼개 여러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분산이 아니며, 자칫 분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비과세해외펀드나 ISA 역시 투자할 목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우 각각 달리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 언제 가입하면 좋을까. 아직 시기상조다. 물론 비과세해외펀드는 지금이라도 가입할 수 있다. 전혀 새로운 펀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해외펀드를 비과세로 리모델링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SA와 연동해 생각할 땐 좀 더 종합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어차피 월급쟁이 밑천이야 뻔하지 않은가. 문제는 ISA 제도가 너무 급하게 시행돼 아직 허점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ISA는 크게 신탁형과 일임형이 있는데, 내 맘대로 운용하는 신탁형과 달리 일임형은 금융기관이 알아서 운용해준다. 사실 ISA 제도의 꽃은 일임형이다. 그러려면 일임형을 제대로 운용할 만한 전문인력과 모델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하는데, 특히 대중 접근성이 높은 은행의 경우 빨라야 4월 이후에나 가능한 형편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공사 중’. 그러니 자칫 이런저런 혜택을 앞세운 사탕발림 마케팅을 덥석 무는 순간, 봄날은 저 멀리 갈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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