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의 가성비 항공권

최저가? 생각만 바꾼다면.

시간 부자는 스톱오버로 한 곳 더 여행하고 항공권도 저렴해져

  • 김도균

    dgkim100@gmail.com

    입력2019-12-1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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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랄 만큼 싼 가격의 항공권을 ‘득템’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항공사가 특별히 싸게 팔 때 구입하는 겁니다. 항공사가 놀랄 만큼 싼 특가 항공권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 특가 항공권은 항상 일부 날짜에 몇 좌석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남보다 빠른 검색과 결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다 팔린 후일 때도 있고요. 

    그런데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남들이 잘 찾지 못하는 항공권 가운데 놀랄 만큼 싼 항공권이 꽤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톱오버(Tip 참조)가 포함된 항공권입니다. 스톱오버가 포함됐으니 당연히 다구간 항공권입니다. 다구간 항공권은 편도나 왕복에 비해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자연히 어떤 날짜가 싼지, 어떤 도시의 조합이 싼지 알기가 매우 어렵죠. 어려운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어렵기에 반대급부로 싸고 좋은 항공권을 오랜 기간 고민한 뒤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꼭꼭 숨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싼 가격이 유지되는 겁니다. 당연히 경쟁이 덜하고 좀 더 느긋하게 고민해도 됩니다. 그 대신 그게 뭔지,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지 알아야겠죠. 

    지금부터 스톱오버 항공권에 대한 모든 것을 다뤄보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소개한 놀랄 만큼 싼 가격의 항공권은 대부분 스톱오버를 적절히 활용한 것들입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 스톱오버는 그동안 소개한 항공권들의 놀라운 가격을 어느 정도 설명해줍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항공권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새로 검색한 것들이고, 그중에는 이번 겨울 여행용 항공권도 상당수 있습니다.

    Tip 스톱오버란?

    ‘스톱오버’는 경유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2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최종 목적지에 가기 전 들르게 되는 경유지에서 만 하루를 초과해 체류해야 하는 거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분은 직항편을 선호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고 좀 더 값싸게 더 많은 곳을 여행하려는 분이라면 스톱오버를 활용할 경우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에 경유지를 덤으로 여행할 수 있는 셈이죠.

    ❶ 예를 하나 보죠. 이 항공권은 영국 런던에 2020년 4월 15일 오후 2시 35분에 도착해 만 하루가 지난 뒤 다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갑니다. 런던에서 만 하루를 초과해 체류하는 항공권으로 스톱오버가 발생한 항공권입니다.



    ❷ 반면 이 항공권은 런던 도착 후 다시 런던을 출발하는 시간까지 만 하루가 되지 않습니다. 스톱오버가 발생하지 않는 거죠. 다구간으로 검색했어도, 영국항공이 아닌 다른 항공사를 타도, 공항 이동 때문에 무조건 영국에 입국했다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해도, 시내 호텔에서 하루를 자고 나와도 스톱오버는 아닌 겁니다. 

    여기서 잠깐, 스톱오버에 대해 많은 여행자가 오해하는 두 가지를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가끔 스톱오버를 경유지에서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허가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항공사나 여행사에 신청하겠다는 여행자가 있는데요,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느냐는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거나 적법한 비자를 소유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나갔다 와도 됩니다. 물론 시간이 충분할 때 한해서죠. 또한 왕복 항공권을 예약한 후 발권 전 여행사에 스톱오버를 신청하겠다는 여행자도 있는데요, 그건 옛날이야기입니다. 항공 검색 서비스가 너무 낙후됐던 과거에 다구간 항공권을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여행사 직원이 수작업으로 스톱오버 항공권을 예약해줬던 겁니다. 당연히 지금은 여행자가 다구간 검색으로 직접 예약해야 합니다.

    ❸ 구글플라이트에서 검색한 이탈리아 로마 왕복 항공권입니다. 1회 경유는 61만 원부터, 직항은 104만 원부터 있습니다. 경유 항공권이 직항보다 싸죠.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단거리는 대체적으로 직항이 더 쌉니다. 장거리도 늘 경유가 싼 것은 아니고 대체적으로 경유가 싼 편입니다. 비행기를 더 많이 타야 하니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드는데도 말이죠.

    직항 항공권과 경유 항공권.

    직항 항공권과 경유 항공권.

    ❹ 경유 항공권이 더 싼 이유는 바로 경쟁 때문입니다. 경쟁에서 유리하면 비싸게 팔고 경쟁에서 불리하면 싸게 파는 거죠. 같은 목적지까지 가는 데 직항은 편하고 빨리 갑니다. 반면 경유 항공권은 불편하고 오래 걸리죠. 당연히 직항 항공권이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경쟁에서 유리하니 더 비싸게 파는 겁니다. 반면 경유 항공권은 비용이 더 들어도 경쟁에서 불리하니 싸게 파는 거죠.

    경유 항공권을 이용한 스톱오버 항공권.

    경유 항공권을 이용한 스톱오버 항공권.

    ❺ 스톱오버 항공권은 경유지에서 24시간을 초과해 체류하는 항공권입니다. 자연히 경유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경유지를 여행할 수 있겠죠. 스톱오버 항공권은 목적지뿐 아니라 경유지도 여행할 수 있는 겁니다. 만약 항공사가 스톱오버를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허용한다면 경유 항공권의 저렴한 가격으로 목적지와 경유지를 모두 여행하는 매력적인 항공권이 됩니다.

    스톱오버가 가능한 경우

    그럼 먼저 어떤 경우에 어떤 도시를 스톱오버할 수 있는지 알아야겠죠. 몇 가지 사례로 풀어보겠습니다. 

    사례 1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다녀올 건데, 홍콩에 스톱오버하고 싶어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었으면 좋겠어요. 

    목적지는 바르셀로나인데 홍콩을 덤으로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입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을 타고 싶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스톱오버는 목적지로 가는 여정에서 경유지에 24시간을 초과해 체류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먼저 대한항공을 타고 바르셀로나를 가는 길에 홍콩을 경유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서울-홍콩 구간을 운항하지만 홍콩-바르셀로나 구간은 없습니다. 항공사들이 아주 가끔은 다른 나라의 도시들 사이를 운항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따라서 홍콩-바르셀로나 구간을 운항하지 않는 대한항공을 이용한다면 서울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여정에 홍콩을 경유할 수 없습니다. 경유하지 않으니 스톱오버를 할 수 있느냐를 따질 수도 없죠.

    ❻ 그렇지만 캐세이퍼시픽을 탄다면 홍콩을 스톱오버할 수 있습니다. 캐세이퍼시픽은 홍콩을 허브로 서울-홍콩 구간과 홍콩-바르셀로나 구간을 모두 운항합니다. 또한 서울-바르셀로나 구간의 운임도 충분히 싸게 내놓았기 때문에 61만 원에 홍콩과 바르셀로나를 모두 여행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유럽 몇몇 도시를 갈 때도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하면 홍콩에 스톱오버할 수 있죠. 물론 캐세이퍼시픽이 운항하고 싼 운임을 내놓은 도시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체코 프라하는 캐세이퍼시픽이 운항하지 않으니 홍콩을 경유해 여행할 수 없습니다.

    항공사의 허브 공항, 스톱오버의 최적지

    사례 2 에어프랑스 타고 프랑스 파리에 스톱오버한 후 바르셀로나를 다녀오고 싶어요. 

    이번에는 에어프랑스입니다. 에어프랑스는 파리가 허브입니다. 서울-파리 구간은 물론, 파리-바르셀로나 구간도 취항합니다.

    ❼ 서울-바르셀로나 구간의 운임도 저렴한 편이라 71만 원이면 바르셀로나를 왕복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바르셀로나를 가는 길에, 또는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오는 길에 파리를 스톱오버할 수 있겠죠. 저렴한 경유 항공권을 이용하니 항공권 가격도 쌀 것 같습니다. 



    ❽ 하지만 가격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에어프랑스의 최저가 운임은 스톱오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파리를 경유하긴 하지만 24시간 이상 체류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파리에 스톱오버하려면 꽤 비싼 운임을 지불해야 합니다. 더구나 스톱오버를 위해 26만 원을 더 내야 하죠. 파리 스톱오버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꽤 비싼 편입니다. 제가 에어프랑스 항공권을 거의 소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싼 가격으로 스톱오버를 할 수 없으니 놀랄 만큼 멋지고 싼 가격의 항공권을 발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죠.

    스톱오버 저렴하면 매력

    사례 3 영국항공을 타고 바르셀로나를 가는 길에 마드리드에 스톱오버할 수 있나요? 

    이게 가능할까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모두 스페인입니다. 스페인 국적기가 아닌 영국항공은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을 운항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에 마드리드를 경유해 스톱오버할 수 있을까요.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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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❾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은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사실은 2010년 합병한 한 회사입니다. 회사 하나에 브랜드가 여러 개 있는 셈이죠. 조금 낯설긴 합니다. 우리 정서로는 대한항공과 일본항공, 또는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공사)의 합병을 상상하기 어려우니까요.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은 한 회사라 그런지 매우 폭넓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영국항공을 타고 스페인에 갈 때 마드리드를 경유할 수 있고, 마드리드 이후 구간은 이베리아항공을 탑승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항공은 이베리아항공 외에도 다른 많은 항공사와 협력을 통해 해당 항공사의 탑승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영국항공은 방향당 2회 스톱오버가 무료이기 때문에 싼 가격에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함께 여행할 수 있습니다. 

    요약 : 다른 항공사의 탑승을 허용하기도 하고, 허브 공항이 아닌 곳도 스톱오버가 대부분 가능하다.

    의문 : 그럼 어떤 도시가 스톱오버가 가능한지 어찌 아나요? 

    허브 공항까지는 알겠지만 다른 도시는 스톱오버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딱히 방법은 없습니다. 현존하는 항공 검색 사이트 가운데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없습니다. 저처럼 항공권 검색이 취미이자 직업인 사람은 경험으로 알고 있고, 또 필요한 경우 항공사가 정한 규정을 보고 파악합니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여행하는 여행자가 그럴 수는 없겠죠. 운에 맡기거나 저를 포함해 누군가가 찾은 항공권과 유사하게 검색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마법 같은 스톱오버 항공권 모음

    스톱오버는 경유지를 덤으로 여행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스톱오버를 잘 활용하면 마법 같은 현상이 발생하곤 합니다. 경유지를 덤으로 여행하는 효과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거죠. 이것 역시 몇 가지 사례로 알아보겠습니다.

    [gettyimages]

    [gettyimages]

    ❿ 에티하드항공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복 항공권입니다. 에티하드항공의 최저가 운임을 사용한 항공권이니 아부다비 왕복 최저가인 셈이죠. 물론 가격비교 서비스에서 검색하면 신용카드 할인가로 좀 더 싼 항공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모든 항공권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에티하드항공을 타고 아부다비에 다녀온다면 78만 원이 최저가인 거죠.

    ⓫ 다른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에티하드항공 역시 비행기를 더 태워줘야 하지만 더 싸게 파는 도시가 꽤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일랜드 더블린입니다. 아부다비 왕복은 직항이지만, 더블린 왕복은 아부다비를 경유해야 하니 오래 걸리고 불편한 만큼 싸게 파는 거죠.

    ⓬ 싼 가격의 더블린 왕복 항공권에 아부다비 스톱오버를 추가했습니다. 에티하드항공은 스톱오버 1회가 무료거든요. 아부다비공항세만 조금 내면 됩니다. 더블린을 그냥 왕복하는 항공권에 비해 2만 몇천 원 비싼 66만 원입니다. 아부다비만 왕복하는 것보다 12만 원이나 싼 가격이죠. 

    일반적으로 스톱오버 항공권은 경유지를 덤으로 여행하는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세요. 아예 아부다비에 가고 싶을 때 다른 곳을 더 갔다 와도 되는 겁니다. 애초 목적지는 스톱오버하고 다른 곳을 덤으로 다녀오는 거죠. 그럼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직항으로 갈 수 있고, 추가 여행지는 덤이 되는 겁니다. 항공권 가격이 더 싼 것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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