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6

2018.09.19

인터뷰 |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부동산 정치는 그만, 대책 내놓기보다 악수 두지 말아야”

  • 입력2018-09-18 11:07:2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9월 13일 문재인 정부 들어 8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지난해 발표된 ‘8·2 부동산대책’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할 만큼 세금, 대출, 공급을 총망라하는 안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 팽배한 ‘서울 아파트 불패’ 여론이 가라앉을지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대책으로는 내 집 마련이 목표인 사람의 주택 매입 의지를 쉽게 꺾을 수 없으리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도시계획학 박사인 자유한국당 김현아(49·사진) 의원을 만나 이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정책의 근본 문제점과 부동산시장의 집값 향방에 대해 들었다.

    “국민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심각한 상황”

    8월 2일에 이어 9월 13일 고강도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이번에는 시장이 안정될까. 

    “대부분 세금과 관련된 정책이다. 그런데 부동산이 오르면 사실 기분만 좋지 현금이 손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 부담을 늘리면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경기 악화로 연결된다. 따라서 이런 정책은 부동산시장을 장기적으로 안정화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부동산정책을 펼칠 때 부동산시장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 거시경제 상황을 봐야 하는데 지금도 사실 불안하다. 경기가 안 좋고, 일자리가 없어 실업률이 높으며, 물가까지 오르고 있다. 여기서 금리가 조금만 인상돼도 가계부담이 증가해 국가적 위기가 올 수 있어 염려된다.” 

    거시경제 차원의 부동산정책은 어떤 것인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책이 있어야 한다. 공급정책도 딱 발표해서 밀어붙여야 한다. 그런데 공공택지, 그린벨트 등 몇 가지를 언론에 흘리면서 여론을 살펴보려 하는 것이 문제다. 정책이 집행된 것도 아닌데 거론된 지역의 부동산 값이 들썩거리면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 또 사람들이 부동산에 왜 관심을 가질까 고민해봐야 한다. 노후는 긴데 사회안전망은 없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가져갈 ‘똘똘한’ 한 채를 찾는 것 아닌가. 강남 집값 잡겠다고 나서기 전에 사람들이 왜 강남 집을 가지고 싶어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근 서울 집값이 3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직전 최고가보다 더 올랐다. 6개월 만에 과열이 더욱 심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으로 점화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 발언만으로 이렇게까지 폭등하지는 않는다.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부동산시장이 잠잠해진 듯 보였지만 그 속에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불씨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근본적 한계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유동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부동산을 억누른다고 그 자금이 쉽게 빠져나가지는 않는다. 잠시 누를 수는 있어도 또다시 호재가 생기면 뛰어오른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데, 부동산정책에 어떤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보는가. 

    “두 가지 프레임에 갇힌 것이 문제다. 하나는 전체 경제상황을 보지 않고 부동산시장에 매몰돼 정책을 펼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울 강남권의 고가주택 소유자, 다주택자 등을 잡겠다는 의지로 정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번에 내놓은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기 수요를 잡겠다고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정부가 왜 거기에만 연연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 지방 부동산시장은 굉장히 어렵다. 그 지역에 대한 검토나 배려가 없다. 서울 수도권에서 성남 분당이 상승률만 놓고 보면 제일 많이 올랐는데 투기지역 지정에서 빠졌다. 정부의 컨트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8차례 내놓으면서 얻은 결과라고는 ‘아무도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 하나뿐이다.”

    “이분법적 시각으로 정책 펼쳐서는 안 돼”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8차례 내놓은 부동산대책 가운데 무엇이 가장 잘못됐는가. 

    “한 가지만 특정할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 진단이 잘못돼 처방이 들쑥날쑥하다. 애가 열이 난다고 해열제를 계속 먹이다 보면 쇼크가 오는데,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이 딱 그렇다. 두더지 잡기 식으로 부동산시장과 승강이를 벌이다 보니 쑥대밭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잡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정책을 더 내놓을 때가 아니라 더는 악수를 두지 않아야 할 때라고 본다.” 

    정부 의도가 자꾸 빗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거래를 못 하게 막으면 집값이 안정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 등을 지정했는데 수요를 막아 거래를 못 하게 하면 가격이 오르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것 같다. 거래가 없다고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역효과만 발생했다. 투기지역을 지정하면 ‘여기는 올랐다’고 인정하는 낙인효과만 생긴다. 지정된 후에는 거래가 안 되니까 희소성이 더 올라간다. 요즘 거래 가능한 물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건이 부족하니 국민이 안절부절못하고, 호가가 오르니 ‘지금 못 사면 영원히 서울에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어 양극화에 대한 불만도 증폭되는 형국이다.” 

    재건축이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규제를 많이 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1월부터 실질적으로 처음 시행됐는데 현재 3.3㎡당 1억 원(반포주공1단지 3주구 22평형의 경우 20억 원에 호가 형성)까지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세금 부담보다 더 큰 이익이 보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원래 5년 단임제인 정권보다 더 오래, 길게는 10년도 넘게 걸린다. 그러다 보니 조합은 정책 변동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이라는 게 같은 정권에서도 계속 바뀌는데 누가 두려워하겠나. 그래서 시장에 기회주의가 만연하는 것이다.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시장 불안에 큰 영향을 미친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추고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대출 규제도 했는데 집값이 폭등한 것도 의아하다. 

    “대출 규제가 풍선효과를 일으켰다. 다주택자가 대부분 일반 주택담보대출에서 임대사업자대출로 건너갔다. 모든 규제 발표 뒤에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쪽이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대출이 80%까지 되니 집을 추가로 사는 게 더 수월해졌다. 정부 정책이 원칙 중심이 아니라 특정 계층,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핀셋규제를 하면 시장이 쑥대밭이 된다. 집이 한 채 있으면 괜찮고, 두 채를 가지면 안 된다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핀셋규제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정책을 내놓을 때 경기 조절 등 거시경제 안목을 가져야지 누군가에게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접근하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등으로 집주인들이 집을 팔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실제로 집값 안정에 기능할까. 

    “처음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한번 결정한 정책을 쉽게 거둬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잦은 정책 변경은 불신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규제를 더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은 부동산 규제를 더는 추가하지 말아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 것을 유지하면서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정책을 써야지, 거래 규제를 계속 강화하면 실수요자의 심리적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덧난 상처 같은 상황이다. 상처 부위가 곪지 않고 가라앉을 시간도 필요하다.” 

    가장 말이 많은 부분이 ‘임대사업자등록제도’인데, 무주택자들이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제도 실효성이 정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심지어 정부도 혜택을 축소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나. 

    “애초에 대출이 과도하게 유연했다는 생각을 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격차가 크다. 집이 없으면 LTV 40%, 한 채 있는 임대사업자는 LTV 80%까지 대출해주다 보니 다주택자를 양산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등록 유인책을 만들면서 이 부분을 간과해 부작용을 초래했다. 물꼬를 터주면 돈은 자연히 혜택이 있는 곳으로 흘러간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정부가 놓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긍정적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런 인센티브가 있었기에 약 135만 호가 임대사업자로 등록됐다.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민간 임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에 집을 빌려서 사는 가구가 800만~900만 호가량인데 아직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물량이 많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등록제도를 손볼 때 금융 혜택을 줄이되 세제 혜택은 유지하는 것이 맞다. 또한 지방의 경우에는 차등적으로 제도를 달리 둬야 한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으니 일정 부분 활성화해야 한다.”

    일시적 조정 오더라도 근본 해결 필요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부동산시장에는 ‘정부 대책과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는 말이 돌 정도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번 9·13 부동산대책도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효력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실수요자의 피로감과 정책 일부의 효과로 일시적 조정장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주택시장 이외 부동산시장에서 과열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인 이 시점에 정부 차원의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시장에서는 ‘이 정부 내내 서울 집값은 오른다’고 볼 정도다. 그런데 주택 가격만 잡으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전혀 아니다. 최근에 태양광사업을 하려고 임야를 산 사람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는 얘기까지 전해 들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토지에 투자하고 빌딩을 사는 쪽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문제다.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꺼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는 것 이외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졌다. 일단 경제수장을 바꿔 국민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불안을 없앨 수 있는 메신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경제 전문가라고 해서 처음에는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국민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국민이 부동산대책을 신뢰하지 않고 일탈 행동으로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수장들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부동산시장에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대책이 발표됐으니 추석 이후 하반기에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격 상승세가 멈출 것 같다. 그러나 분양시장으로 쏠림은 여전할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주택 청약은 여전히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 주택 매매는 보합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팔려고 하지도 않고, 실수요자가 사려고 하지도 않으면 거래 자체도 둔화될 것이다. 그 대신 부동산 이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주택뿐 아니라 또 다른 부동산 투자처로 유동자금이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지방은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나. 

    “그것도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서울은 폭등 양상 때문에 못 한다 하고, 지방은 개별 상황을 보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1년에 100개씩 지구를 지정하고 있다. 너무 성과 중심적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큰 그림이 있으면 괜찮은데, 조기 성과를 바라고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 같다. 한꺼번에 나눠주기 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하다 언론에서 성과가 없다고 지적하면 조급해질 수 있다. 또 정책 간 시너지 효과가 없는 점도 문제다. 도시 상황에 맞게 부처 간 연계 사업으로 꾸려나가야 하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따지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양이 문제가 아니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동산대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에게 조언하자면. 

    “일단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도록 신뢰 회복 움직임이 필요하다. 지금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을 펼쳐도 효과보다 부작용이 많을 것이다. 또 부동산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념이나 정치적 야망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사실 현 여당에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가장 비협조적인 사람은 박원순 시장이다. 그분도 부동산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을 정책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았으면 한다. 정책 하나를 세울 때 부작용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섣부르게 말로 어떻게 하겠다고 했다 여론이 드세면 뒤집는 식으로 정책을 내놓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