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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대표팀에 거는 새해 소망

올림픽 메달은 국민 몫, 병역 면제 혜택은 선수 몫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한국 올림픽대표팀에 거는 새해 소망

김학범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 [동아DB]

김학범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 [동아DB]

2020년, 여기 또다시 한국 축구를 짊어진 한 남자가 있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 프로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 수장으로 대한축구협회와 연을 맺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부수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끝이 아니다.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올 한 해 한국 축구에서 주목할 이벤트라면 단연 도쿄올림픽. 어쩌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여정보다 더 중요하다. 손흥민을 비롯한 국가대표팀이 나서는 대회는 아니지만, 올림픽 성과에 한 세대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병역’과 직결되기 때문. 올림픽 본연의 가치, 가령 스포츠맨십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며 국위를 선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그 이상으로 국방 의무를 최소화할 제도에 시선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현 ‘병역법’상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올림픽 메달리스트 축구선수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일반병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앞으로도 메달 수상 여부가 선수의 인생을 들었다 놨다 할 판이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아시아경기, 올림픽에서 커리어 만개의 싹을 틔운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2012년에는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기성용이 한창 나이에 상주상무프로축구단 등지에서 병역을 해결해야 했다면 한국 축구의 간판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휘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다.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합작하지 못했다면 아시아인 최초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 진입도 그 의미가 반감됐을 수밖에.


유럽파가 많으면 뭐 하나…

다른 직업에 비해 전성기가 짧은 운동선수에게 병역은 특히나 족쇄다. 각종 불법비리까지 발생하는 이유일 테다. 어느 청춘에게나 시간은 소중하겠지만 연속성 개념에서 선수 생활 도중에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치명적이다. 더러 일반병으로 복무한 뒤 프로선수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기적에 가깝다. 상무 등에서 프로리그를 뛰며 기량을 유지한다 해도 상품 가치가 높은 시기를 놓친 선수는 냉정히 말해 유럽의 구미를 당기기 어렵다. 



올림픽대표팀의 연령대는 만 23세 이하. 병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더 크고 넓은 무대로 나아갈 자원이 꽤 된다. 몸소 경험한 선진 축구를 한국에 접목해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리라는 건 분명하다. 한국 축구 한 세대의 운명을 운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돌아보면 2012 런던올림픽, 2014 인천아시아경기 등 병역을 해결한 세대들이 해외 진출도 활발했고 국가대표팀 내 비중도 컸다. 

김학범 감독에게 가해진 짐이 보통 무게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쉽게도 팀 구성이 완벽하지는 않다. 쓸 만한 패는 여럿 있는데 각종 제한으로 손아귀에 넣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은 FIFA와 무관해 강제 차출이 불가능하다. 소속팀에서 보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 시기 휴식을 취하는 동아시아권 리그와 달리 유럽은 리그가 한창이다. 유럽파의 비중이 적잖다는 건 이렇게 팀 구성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백승호도 없고, 이강인도 없고

이강인(발렌시아 CF)은 부상을 입어 올림픽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졌다. [동아DB]

이강인(발렌시아 CF)은 부상을 입어 올림픽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졌다. [동아DB]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입맛을 다셨다. 최종 명단 한 자리를 공란으로 놓고 미련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와 함께 유럽으로 날아간 그는 여러 구단과 협상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백승호도, 이강인도 합류가 불발됐다. 이번 U-23 챔피언십을 통과해 본선까지 가야 불러볼 수 있는 ‘그림의 떡’이다. 

백승호는 구단 내 탄탄한 입지에 가로막혔다. 지난해 여름 SV 다름슈타트 98로 전격 이적한 백승호는 어느새 구단의 핵심 선수가 돼버렸다. 스페인 지로나 FC에서 겪었던 구단과 불화 등은 온데간데없었다. “너에게 기대가 크다”던 구단 측 말대로 됐다. 이적하자마자 전 경기를 선발로 나섰고, 실전 감각 저하를 우려했던 지난날과는 정반대로 체력적 부담이나 부상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다름슈타트에서는 이 선수에게 공을 꽤 많이 들였다. 디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 감독은 백승호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가면서 몸 상태를 신경 썼다. 잠깐의 휴식기에는 “한국에서 다른 것 하지 말고 푹 쉬고 오라”고 격려했을 정도. 백승호를 U-23 챔피언십이 열리는 태국에 보내달라는 대한축구협회 측 요청에는 “예선전 이후 팀에 복귀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까지 달았다. 그들로선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각종 대표팀 차출이 그리 달가울 리 없다.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서 백승호를 주축으로 삼아 후반기를 준비한다는 구상까지 마친 상태다. 

이강인은 팀과 어느 정도 조율되는 듯했다. 선수도 “구단과 얘기가 잘돼 합류가 가능할 것 같다”며 U-23 챔피언십 출전에 의욕을 내비쳤다. 다만 부상이 문제였다. 첼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급작스레 투입된 이강인은 경기 직후 허벅지 쪽에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몸을 너무 조금 풀고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큰 부상은 아닌 느낌인데 조금 쉬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자가 진단했다. 

하루 뒤 정밀검진 결과는 근육 파열로 한 달 아웃. 상황은 급변했다. 발렌시아 CF도 선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FIFA U-20 월드컵에 이어 국가대표팀에도 소집되며 무리한 일정이라는 염려가 있던 차였다. 이강인은 마지막까지 재활하면서 합류를 노렸지만 끝내 무산됐다. 김 감독은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협상 난항을 시인하면서 결국 윤종규를 대체 발탁했다. 

설상가상으로 조 편성도 썩 좋지만은 않다. 한국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차례로 격돌한다. 상위 2개 팀에 들어 8강에 진출하고, 이후 3위권에 진입해야 비로소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낼 수 있다. 이란은 늘 어려운 상대였다. 연령대 막론하고 한국의 앞길을 곧잘 막아왔다. 우즈베키스탄도 복병이다.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엎치락뒤치락하며 자칫 탈락할 뻔한 게 사실이다.


믿고 보는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

SV 다름슈타트 98의 핵심 선수가 된 백승호. [동아DB]

SV 다름슈타트 98의 핵심 선수가 된 백승호. [동아DB]

그럼에도 김 감독의 저력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 자원을 극대화해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던 그다. 여느 때와는 차원이 다른 동기로 뭉친 선수들이라면 더 기대해볼 만하다. 백승호, 이강인이 함께했다면 팀 전력에 보탬이 됐겠으나, 오랫동안 호흡하면서 김학범호 스타일에 적응해온 기존 멤버들이 보여줄 축구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경기 명단 발표 당시 ‘인맥 축구’ 논란을 일으킨 황의조가 금맥 캐는 일등공신이 된 것처럼 또 다른 스타의 탄생도 지켜볼 일이다. 2017년 U-20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던 이동준, 원두재의 성장 폭이 얼마나 될까. 또 프로 1년 차에 혜성처럼 등장한 조규성의 득점포는 여전할까. 

병역이 걸린 데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여느 올림픽보다 기대가 크다. 올림픽대표팀은 당장 1월 5일부터 도쿄로 가는 길목에 선다. 비공개 연습경기 두 차례만 지나면 실전이 시작된다. 축구 국가대표팀 차세대의 미래가 걸린 올림픽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은 지도자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또다시 싸움터로 나간다.






주간동아 2020.01.03 1221호 (p62~64)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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