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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오프사이드 감지, 센서 장착 공인구… 첨단기술 시험장 카타르월드컵

빅데이터가 새로운 축구 시대 개막, 1만5000대 카메라로 관중 움직임 정밀 관찰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AI로 오프사이드 감지, 센서 장착 공인구… 첨단기술 시험장 카타르월드컵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 도입된 2022 카타르월드컵. 조규성이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 도입된 2022 카타르월드컵. 조규성이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2022 카타르월드컵은 화려한 축구 플레이뿐 아니라 첨단기술 시험장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더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된 판독 기술은 인공지능(AI)이 첨가돼 한층 진화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는 골라인 판독 기술이 도입됐으며,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비디오 보조 심판(Video Assistant Referees: VAR) 기술이 시행됐다. 그리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SAOT)이 도입돼 원활한 경기 운영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월드컵은 매 경기마다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칙 판정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고자 VAR 기술이 도입됐다. 사람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데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이유로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진화한 판독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SAOT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한해 더 정확히 감지하고 판독하는 신기술이다. 이것보다 먼저 도입된 VAR는 축구 경기 도중 주심이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슬로모션 비디오를 참고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VAR 시스템은 오프사이드를 감지하는 데 70초가량 소요된다. 또 심판들은 VAR 기술을 이용해 정확한 킥 순간을 찾아 스스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그려야 했다.

AI 카메라로 오프사이드 감지

오프사이드 판독에 기존 VAR 방식이 70초가량 소요되는 반면, SAOT는 수초 만에 판독할 수 있다. [FIFA 홈페이지]

오프사이드 판독에 기존 VAR 방식이 70초가량 소요되는 반면, SAOT는 수초 만에 판독할 수 있다. [FIFA 홈페이지]

SAOT는 최대 29개의 선수 데이터 포인트를 초당 50회씩 추적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오프사이드를 판독한다. [FIFA 홈페이지]

SAOT는 최대 29개의 선수 데이터 포인트를 초당 50회씩 추적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오프사이드를 판독한다. [FIFA 홈페이지]

SAOT는 VAR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방식이다. 오프사이드를 확인하기 위해 방송 TV 카메라를 사용하는 VAR와 달리 추적 카메라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다. 먼저 경기장 지붕에 부착한 카메라 12대로 축구공과 각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AI를 사용해 선수들의 신체 움직임과 관련된 데이터 포인트를 추적하고 경기장에서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한다. 선수마다 최대 29개 데이터 포인트를 초당 50회씩 추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더 정교한 추적을 위해 훈련된 AI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비디오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해석하도록 훈련시키는 AI 기술인 컴퓨터 비전이 숨어 있다. 컴퓨터 비전을 주도하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은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CNN)과 머신 러닝의 일종인 딥 러닝이다. 축구장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의 영상으로 학습한 AI는 플레이어를 더 쉽고 빠르게 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관성 측정 장치 센서가 탑재된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아디다스 홈페이지]

관성 측정 장치 센서가 탑재된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아디다스 홈페이지]

SAOT를 실행하는 데는 공의 움직임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공 안에 심어놓은 센서가 공의 물리적 접촉을 고감도로 측정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커넥티드 볼 테크놀로지(Connected Ball Technology)’라는 첨단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아디다스가 제작한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Al Rihla)’는 아랍어로 ‘여정’이라는 뜻이다. 이 공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외부는 일반 축구공과 다름없지만, 내부에는 관성 측정 장치(Inertial Measurement Unit·IMU)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센서는 충전식 배터리로 구동하며 초당 500회 속도로 경기의 모든 터치를 추적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애니메이션화된 선수들의 움직임.  
 [FIFA 홈페이지]

애니메이션화된 선수들의 움직임. [FIFA 홈페이지]

SAOT는 이처럼 공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하고 AI 카메라로 추적해 선수가 공을 차는 정확한 순간에 팀의 마지막 수비수와 상대 팀 선수의 위치를 비교할 수 있다. 오프사이드로 추정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수 초 안에 비디오 통제실로 데이터가 전송된다. SAOT가 오프사이드를 감지해 비디오 통제실에 경고를 전송하면 최종 발언권을 가진 주심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 심판이 SAOT 판독에 응하면 시스템은 경기장 대형 화면에 오프사이드 장면을 3D(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선수의 정확한 위치와 팔다리 등을 나타내는 데이터 포인트를 바탕으로 생성된 3D 애니메이션은 선수가 공을 찬 순간 오프사이드 상황을 최상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경기장에 자리한 관중도 대형 화면을 통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축구 새 시대 연 데이터 과학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러한 판독 과정은 수초 안에 이뤄지기에 오프사이드 결정이 더 빠르고 정확히 나올 수 있다. 심판 육안으로는 신속하게 잡아낼 수 없었던 오프사이드를 빠르게 판독할 수 있어 경기 흐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FIFA는 SAOT의 정확도를 확인하고자 카타르월드컵 개최 전 아랍컵과 클럽 월드컵에서 포괄적인 테스트를 실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랩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 검증했으며, 캐나다 빅토리아대에서는 사지 추적 기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다중 카메라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의 도움을 받았다.

다니엘 메머트 독일 쾰른스포츠대 교수는 ‘네이처’를 통해 “빅데이터는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며 “그것은 팀의 철학과 행동, 상대팀 분석법은 물론, 재능을 개발하고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방법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 바 있다. 스포츠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선수들의 세부 데이터를 추적하고 있다.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황희찬의 역전골 세리머니로 화제가 된 브라톱은 선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말기가 장착된 스포츠웨어다. [뉴스1]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황희찬의 역전골 세리머니로 화제가 된 브라톱은 선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말기가 장착된 스포츠웨어다. [뉴스1]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이 결승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할 때 입고 있던 검은색 속옷이 화제가 됐다. 이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전자 성능 및 추적 시스템(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EPTS) 기능이 담긴 스포츠웨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말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경기하는 동안 이를 착용한 선수들의 활동량, 심박수, 달리기 속도 등 신체 정보와 함께 패스 성공률, 슈팅 등 400여 가지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전략을 구상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올해는 여기서 더 나아가 FIFA 플레이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모니터링하고 맞춤 코칭을 위한 데이터 관리도 할 수 있다. 이 앱은 선수들의 이동 거리, 최대 속도 및 특정 속도 임계값 이상에서 수행된 작업 수를 포함해 현장 카메라가 캡처한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를 측정한다. 상세한 수치와 경기 상황 분석 데이터는 선수별 통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FIFA에 따르면 이 모든 데이터는 실제 경기 영상과 동기화되므로 해당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경기를 펼쳤는지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축구 관중 경향도 예측

이번 월드컵에서는 카메라와 센서가 선수들의 움직임 외에도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든 관중의 얼굴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이 장착된 카메라 1만5000대가 8개 경기장에서 관중석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월드컵 주최 측이 운영하는 아스파이어 통제센터에서는 카메라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군중 경향을 예측한다. 약 200명의 직원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상관제센터 같다. 이러한 시스템은 대회 기간 100만 명 넘는 방문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테러나 자연재해 등 월드컵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감시 조치다.

쾌적한 경기 진행을 위한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한다. 만약 경기장 온도가 올라가 관중이 불편함을 보이면 그 순간 통제센터에 경고 메시지가 도착한다. 통제센터는 이에 대응해 경기장 냉방 시설을 가동하고, 경기장 온도는 다시 내려간다. 이러한 관중 추적 시스템은 인근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까지 확장되고, 공중의 드론 시스템까지 가세했다. 니야스 압둘라히만 아스파이어 통제센터 최고기술책임자는 AFP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카메라 1만5000대를 통해 모든 경기장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경기장 운영의 새로운 표준이자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1368호 (p8~11)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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