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5

2018.07.04

‘캣닥터’ 김명철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내 고양이가 배변 실수를?

건강 이상, 영역 표시 본능, 화장실에 대한 불만 등 꼼꼼히 확인해야

  • 입력2018-07-03 09: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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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배변·배뇨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양이 화장실 바로 옆에서 시작된 실수가 어느덧 침실과 신발장 앞, 소파 위까지 번졌다.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충격이 컸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이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더는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고양이 화장실을 자주 청소하고 관리도 잘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실제로 고양이를 기르는 보호자가 흔히 하는 경험이다. 이것 때문에 고양이를 파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양이는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배변 관련 문제가 거의 없어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더욱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고양이가 배변·배뇨 실수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딘가 아플 때다. 특히 방광염, 장염, 관절염 같은 질병이 배변·배뇨 실수를 유발한다. 또한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모든 종류의 내과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집 고양이는 후자에 속한다. 이런 경우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변을 찔끔찔끔 여기저기 보는지, 변 상태가 무른지, 평소 무난히 올라가던 높이를 잘 못 오르는지 등을 확인하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둘째, 영역 표시 본능 때문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 든다. 가구 등에 볼을 비벼 페로몬을 묻히거나, 스크래치를 내기도 한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바로 대소변을 묻히는 것이다. 이 경우 더 큰 문제는 한 고양이의 본능으로 함께 사는 다른 고양이들까지 영역 표시 본능을 느껴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화장실 크기와 개방 유무, 모래 재질, 청결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고양이가 선호하는 화장실은 크기가 몸길이의 최소 1.5배가 돼야 하고 개방형이며 응고형 모래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모래의 깊이는 검지 길이 정도가 적당하다. 하루 두 번 대소변을 치우고,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모래를 갈아주는 것이 좋다. 



    넷째, 화장실 위치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구석지거나 사람이 자주 다녀 형광등이 계속 켜져 있는 곳은 적합하지 않다. 또 보일러나 세탁기 등 소음이 큰 곳도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고양이에게 가장 좋은 화장실 위치는 거실을 포함한 방 안이다. 

    다묘가정이라면 화장실 수도 중요한데 ‘n+1’개의 화장실을 추천한다. 이때 같은 공간에 여러 개의 화장실이 있는 건 의미가 없다.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의 수가 많을수록 사이가 나쁜 고양이들도 있을 수 있으니 화장실을 여러 공간에 분산시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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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배변·배뇨 실수를 하는 이유를 파악했다면 그다음에는 개별·공통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먼저 고양이가 실수한 장소들을 찾아내 대소변 냄새를 완벽하게 지운다. 고양이는 사람의 수십 배 이상 후각이 발달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냄새가 남아 있으면 그곳을 영역 표시지역으로 알고 계속 실수를 저지른다. 고양이 분뇨 냄새를 제거할 때는 효능이 확인된 효소 탈취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또한 자외선 조사장치(Black Light)를 이용해 벽과 바닥을 살피면서 대소변 자국을 제거한다. 

    다음으로 장소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행동 교정이 필요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 실수를 저지르는 장소에서 고양이와 신나게 놀거나 간식을 줌으로써 해당 장소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해주는 것이다. 영역 표시 목적으로 배변 실수를 한 곳에는 고양이 합성 페로몬제를 뿌리거나 의도적으로 스크래치를 내 더는 영역 표시를 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고양이의 배변·배뇨 실수는 보호자의 정확한 원인 파악과 개선 노력으로 충분히 교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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