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0

2022.12.23

Z세대에게 ‘배운 사람’이란

[김상하의 이게 뭐Z?] 인생 꿀팁이나 상상 못 한 조합 알려준 이에게 붙이는 칭호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12-29 10: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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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GETTYIMAGES]

    [GETTYIMAGES]

    “배운 사람이다”라는 말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생 꿀팁이나 상상도 못 한 조합을 알려준 이를 Z세대는 ‘배운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덕질을 할 때 이 말을 많이 쓴다.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딱 짚어주는 경우에 쓰는데, 예를 들어 ‘인기가요’ 카메라 감독이 기타 치는 가수의 손을 잡아준다든가 발끝 포인트를 잡아주는 등 팬들이 환장하는 포인트를 딱 짚으면 배운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거 배우 소속사 에이스팩토리의 블로그지기가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배운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블로그에서 사진만 몇 장 쭉 내려 봐도 “와 배운 사람”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Z세대가 어느 담당자에게 ‘배운 사람’이라는 호칭을 붙였다면 그 사람은 이미 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다.

    #배우신 분들의 연말 이벤트

    배달의민족이 만든 글림체로 필자 이름을 써봤다. [배달의민족 제공]

    배달의민족이 만든 글림체로 필자 이름을 써봤다. [배달의민족 제공]

    ‘크리스마스 하면 이거’라고 느낌이 팍 오는 연말 이벤트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다. 지난해만 해도 미디어 파사드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엄청난 사람들이 길 건너편에 서서 특정 화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건물 전체를 저렇게 만들려면 오랜 기간 준비가 필요하고 아마 특정 기간 광고도 포기해야 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그 이상의 가치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필자 회사가 근처라 지나가면서 보니 올해도 준비하고 있어 이번에는 과연 어떤 콘셉트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올해도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고정적으로 기다리는 연말 이벤트 중 또 대표적인 것이 배달의민족 서체다. 이미 지인의 프로필 사진에서 봤을 수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2012년부터 매년 서체를 만드는데 이번에는 이미지 같은 신기한 ‘배달의민족 글림체’를 만들었다.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에 있는 캐릭터를 활용해 글자를 만든 건데, 이걸 활용해 자기 이름을 작성하고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Z세대를 카카오톡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상업적으로도 사용 가능한 서체라 여러모로 기다리게 된다. 이번에는 아이디어가 신박해 역시 배운 사람들이 모인 배달의민족답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연말이나 특정한 날에 고정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대중에게 더 오래 기억되기 쉽지 않을까.

    #에어프라이어 덕에 박사학위 딴다

    에어프라이어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어 만드는 ‘크룽지’. [우리의식탁 제공]

    에어프라이어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어 만드는 ‘크룽지’. [우리의식탁 제공]

    진짜 배운 사람이 가장 필요하고 제일 많이 등장하는 분야는 먹거리다. 똑같은 음식을 가지고도 미친 조합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특히 에어프라이어가 등장한 이후 ‘쩝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더 많이 늘었다. 솔직히 에어프라이어만 있으면 요리 못하는 똥손도 어느 정도 평타는 칠 수 있고, 그렇게 만들기 귀찮거나 힘든 음식도 없기 때문이다.



    요즘 슬슬 SNS에서 입소문을 타는 ‘크룽지’는 한국인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메뉴다. 하다하다 이제는 크루아상으로도 누룽지를 만들어 먹기 때문이다. 크루아상 생지와 설탕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크룽지는 일단 에어프라이어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고 3분만 구우면 거의 다 끝난다. 구운 생지를 누룽지처럼 늘린 후 프라이팬에 올려 7분가량 익히면 된다. 프라이팬 위 생지에 무게 있는 그릇을 올려서 눌러 구운 뒤 설탕을 뿌려 3분 정도 더 익히면 끝이다. 입맛에 맞게 여러 토핑을 곁들여 먹으면 되는데, 솔직히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이제 곧 크룽지 붐이 일 것 같으니 재빠르게 만들어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갓생러 Z세대 유혹하는 유행

    올해 스타벅스 굿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번에 나온 2023년 다이어리로 한 방에 판을 엎을 수 있게 됐다. 다이어리가 공개되자마자 예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제 스타벅스 e프리퀀시를 모아 다이어리로 바꾸는 건 Z세대의 연말 고정 행사가 됐다. 이번 디자인은 스타벅스 특유의 초록 컬러를 살린 다이어리가 특히 인기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논픽션 패키지 디자인과 비슷해 더 손이 갈 것 같다.

    자이언트얀 실로 만든 가방. [텐바이텐 제공]

    자이언트얀 실로 만든 가방. [텐바이텐 제공]

    ‘갓생’ 살기 좋아하는 Z세대 사이에서 맞춤형 유행이 하나 더 늘었다. 올겨울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을 듯한데, 자이언트얀 실로 가방을 만드는 것이다. 실 외에 따로 필요한 준비물이 없어 20분가량만 투자하면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인스타그램 피드에 하나 둘 올라오는 걸 보면 유행이 시작된 것 같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Z세대를 저격한 유행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신도시 언니 콘셉트로 꿀팁을 알려주는 ‘서준맘’ 유튜브. [안녕하세미 유튜브 캡처]

    신도시 언니 콘셉트로 꿀팁을 알려주는 ‘서준맘’ 유튜브. [안녕하세미 유튜브 캡처]

    최근 필자가 가장 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서준맘’ 류인나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05학번이즈히어’ 신도시 아재들에 나오는 서준이 엄마를 뜻하는데, 개그우먼 박세미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붐인 세대에게 딱 맞는 콘텐츠다. 정말 지나가면서 한 번쯤 볼 수 있는 동네 언니 느낌을 잘 살렸다. 최근에는 자기 채널을 새로 파고 신도시 언니 콘셉트로 꿀팁을 알려주고 있다. 근데 이 꿀팁이 진짜 꿀팁이라 어이가 없을 정도다. 코스트코, 다이소에서 사야 하는 물건을 알려주는데, 아마 최근 Z세대가 생각하는 사람 중 ‘웃기고 귀여운 거 다하는 Z세대 자체’를 가장 잘 배운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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