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5

2022.09.02

Z세대에게 셀럽은 아이돌만이 아니다

[김상하의 이게 뭐Z?] 이 사람은 Z세대 사이에게 왜 유명한 걸까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09-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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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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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가 낳은 스타, 세대별 스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세대나 나이를 기준으로 스타를 나누기보다 Z세대는 유행을 만들어내는 사람, 가지고 놀 방법을 제공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보인다. 연예인에게서는 유행, 재미, 밈을 추구한다면 연예인이 아닌 사람에게서는 존경할 수 있는지, 따라 하고 싶은지, 나를 위로해주는지 등이 중요하다. Z세대에게 셀럽은 아이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게 친구면 난 친구 없어, 청담부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청담부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배우 이정재(왼쪽)와 정우성. [사진 제공 · 아티스트컴퍼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청담부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배우 이정재(왼쪽)와 정우성. [사진 제공 · 아티스트컴퍼니]

    최근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청담부부라는 키워드를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우 이정재가 감독으로 제작한 영화 ‘헌터’가 개봉했을 때 주연으로 본인과 오랜 절친인 배우 정우성이 나오다 보니 안 그래도 “둘이 친구 맞아?”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의심할 만한 소재가 엄청나게 나왔다.

    두 사람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홍보를 목적으로 유튜브에도 출연했는데 특히 ‘미노이의 요리조리’에 나온다고 해 이슈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면 둘 다 절대 빠지지 않고 이름이 나오는데, 심지어 이 두 사람이 꼭 붙어 다니다 보니 생긴 별명이 청담부부인 것이다. 심지어 영화 제작발표회나 인터뷰를 보면 둘 다 이 단어를 알고 있고 잘 쓰기도 한다. 찐부부처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고 팬들도 둘이 진짜 결혼해도 옆집에서 살 것 같다며 평생 찐친으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

    이들의 매력은 특히 40대라서 빛난다. 팬들과 만남에서 왕관을 이상하게 써 “40대 바보들이 즐거우면 됐다”는 댓글이 달린다든가, 요즘 Z세대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거나 팬 사인회에서 2행시를 할 때면 나이 든 티가 나는데, 이게 인간미를 더한다. 40대 아저씨의 고급스러운 매력에 스며들기도 한다. 이정재가 면치기를 할 때 고상하게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는 장면에는 “합격 정우성을 드립니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청담부부 얼굴만 봐도 벌써 재밌다.

    #우리 시아버지는 최재천 교수님

    어린이에게 상장을 주면서 눈높이를 맞추고자 무릎을 꿇은 최재천 교수(왼쪽). [사진 제공 · 국립생태원]

    어린이에게 상장을 주면서 눈높이를 맞추고자 무릎을 꿇은 최재천 교수(왼쪽). [사진 제공 · 국립생태원]

    유튜버 밀라논나(본명 장명숙) 할머니를 정말 좋아한다. 성공한 분이 유튜브에서 조언해줄 뿐 아니라, 인생에 위로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게 무척 멋있다. 보통 그 정도로 권위 있는 사람이 유튜브를 하기도 쉽지 않은 선택이고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여러모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밀라논나 할머니의 유튜브 댓글을 보면 예전에는 “이렇게 성공하고 싶다”는 댓글이 많았지만, 점점 “덕분에 위로받았다”는 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댓글만 봐도 진짜 Z세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유튜브를 잠시 쉰다고 했는데 푹 쉬고 돌아와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유튜브 할머니로 밀라논나가 있다면, SNS 할아버지로는 최재천 교수님이 있다. SNS에서 “우리 시아버지는 최재천 교수님”이라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들이 잘생겨서가 아니라 진짜 최고의 시아버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님은 매주 이슈가 되는데,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국립생태원장 시절 어린이에게 상장을 전달하면서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상패를 전달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었다.

    최재천 교수님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짧게 설명하면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교수님 말씀 중에 진짜 명언이 많은데,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도 운영 중으로, 사회적 이슈인 출산, 성평등, 동성애 등에 대해 언급할 때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통해 이야기하니 Z세대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성공했다고 무조건 롤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맞아!’라는 꼰대식 자세를 버리고 상황에 공감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Z세대는 좋아한다.

    #요즘 아이돌 콘셉트: 나는 달라?

    Z세대다움을 보여주는 스타
미노이(왼쪽)와 이영지. [유튜브 미노이의 요리조리 캡처, 유튜브 차린건쥐뿔도없지만 캡처]

    Z세대다움을 보여주는 스타 미노이(왼쪽)와 이영지. [유튜브 미노이의 요리조리 캡처, 유튜브 차린건쥐뿔도없지만 캡처]

    최근 나온 아이돌 노래들을 들으면 ‘나는 남들과 다르다’ ‘특별하다’라는 가사를 많이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노래를 들을 때면 어떤 점이 Z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확실히 지금 아이돌들은 예전 아이돌과 달리 SNS를 활발히 하고, 술을 마시는 웹예능에도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준다. 대표적인 Z세대 셀럽인 래퍼 이영지가 출연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을 보면 Z세대다움이 느껴진다. 이영지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20년 차가 넘은 나영석 PD 앞에서도 절대 지지 않는다.

    이영지와 비슷한 캐릭터가 가수 미노이(본명 박민영)인데 미노이 역시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반말을 콘셉트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어른이라고 봐주지도 않는다. Z세대가 하고 싶은 말을 못 참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요즘 스타의 매력이 솔직하고 버릇없지 않은 선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장난도 칠 줄 아는 것이라는 점이다.

    간혹 Z세대를 묶어 ‘요즘 애들’ ‘요즘 것들’이라는 부정적인 수식어를 붙이는 안타까운 사례를 보는데, 모든 Z세대가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 Z세대도 당찬 것과 버릇없는 것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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