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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하는 청하

[미묘의 케이팝 내비] 2집 정규앨범에 담긴 맥시멀리즘의 미학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뭐든 잘하는 청하

청하가 정규 2집 ‘Bare & Rare Part.1’을 선보였다. [사진 제공 · MNH엔터테인먼트]

청하가 정규 2집 ‘Bare & Rare Part.1’을 선보였다. [사진 제공 · MNH엔터테인먼트]

청하의 신곡 ‘Sparkling(스파클링)’은 두 종류의 공식 영상이 있다. 국내 유통망 채널에는 전통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그의 해외 프로모션에 관여하는 88라이징(88rising) 채널에는 ‘비주얼라이저(visualizer)’에 가까운 영상이 게재됐다. 이 영상은 VHS(가정용 비디오 시스템) 질감의 화면에 해변, 샴페인, 해안도로, 야자수 등이 보이고 간간히 청하의 얼굴이 나온다. 뮤직비디오가 주는 시청각적 쾌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88라이징 영상이 ‘Sparkling’의 어떤 본질적 부분을 잘 전달하기도 한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바와 달리 곡은 ‘터지는 한 방’을 들려주지 않는다. 케이팝의 양식미 속에 고저를 만들지만, 곡은 한결같다. 둔중한 비트가 쉼 없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보컬은 빈틈마다 목소리를 가득 채워 넣는다. 후렴 후반부에서 꼭 한 번 멈출 때마저도 좀처럼 짜릿하게 터지지 않는다. 이 곡은 뭉쳐서 그저 이어지는 덩어리와 같다. 후렴의 멈춤은 뜨거운 폭발이 아니라 시원한 숨 돌림이다. 현대가 재해석하다 남은 1980년대를 덧대어놓은 듯한 사운드로 몽롱하게 뒤덮은 이 곡의 스파클은 병을 따는 순간의 쏟아짐보다, 잔뜩 흔들어둔 탄산음료가 솟구치는 상태와 같은 것이다. 혹은 탄산음료가 아니라, 탄산음료가 가득 담긴 잔 같다고나 할까. 어차피 폭발력 같은 것은 청하이기에 무대 퍼포먼스로 얼마든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곡은 터지기보다 출렁이고, 그 여유 있는 긴장에서 특유의 로맨틱한 기운이 발생한다.

다양한 콘셉트로 꽉 채운 앨범

가득 채우는 것은 청하 특유의 미학인지도 모른다. 지난 앨범 ‘Querencia’도 4가지 테마의 21곡으로 구성됐고, 이 댄스 디바의 팔색을 숨 돌릴 틈 없이 나열하곤 했다. 이번 정규 앨범 ‘Bare&Rare’는 2부작으로, 8곡이 담긴 첫 장은 선 굵은 감정과 단단한 표현으로 청각적 긴장을 놓을 만한 대목이 별로 없다. 이런 맥시멀리즘(maximalism)은 일단 청하가 뭐든 잘하기 때문일 것이다. ‘Bicycle’ 같은 으름장도, ‘Stay Tonight’ 같은 긴박한 화려함도, ‘Snapping’ 같은 콧대 높음도 말이다. 거기에 발라드 계열의 곡으로 거둔 차트 성적도 괄목할 수준이다.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한다는 그 흔한 말로는 모자란, 무엇을 가져와도 다 그의 것이 되는 어떤 마술적인 데가 청하에게는 있다. 그러니 욕심이 날 만도 하다. 하지만 혹시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재 그 이상의 자신감처럼 느껴지는 ‘Sparkling’의 꽉 찬 여유는 그래서 반갑기도 하다.

데뷔 초 청하에게서 많은 이가 과거 댄스 디바의 향취를 느꼈다. 약간의 청승, 모나지 않은 비음과 비트 사이로 스며드는 특유의 음색이 그랬다. ‘Sparkling’도 여전하다. “나를 톡 쏘게 만들어줘”처럼 자신을 향한 행동을 요청하는 대목이 많은 가사도 그러하다. 2017년 솔로 데뷔 후 청하는 압도적이고 집중적인 퍼포먼스로 케이팝 산업의 통념을 깨고 정상에 서는 성취를 거뒀다. 그의 ‘과거 디바’ 느낌이 데뷔 당시에는 작은 기획사와 여자 솔로라는 특이한 포맷으로 매서운 경쟁을 뚫으려는 차별점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Sparkling’에서 다시금 전면에 드러나는 이 향취는 이제 그것이 청하 자신이라는 표현처럼 느껴진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앨범 ‘파트 1’에는 내면을 숨김없이 담고, ‘파트 2’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선보인다고 한다. 또 맥시멀리즘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연기다.





주간동아 1349호 (p61~61)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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