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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 자폐 변호사 현실서 가능할까

美 자폐 변호사 활동 중… 장애인 인식 바꾸자는 목소리 높아

  • 윤혜진 자유기고가 imyunhj@gmail.com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 자폐 변호사 현실서 가능할까

자폐 변호사를 소재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사진 제공 · 나무엑터스]

자폐 변호사를 소재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사진 제공 · 나무엑터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연일 화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집계한 ‘주간 톱10’ 차트에서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를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사건들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휴먼 법정 드라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박은빈의 실감 나는 연기 덕분에 우영우 같은 변호사가 현실에도 존재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 실존하는 현실판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법정 모습.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법정 모습.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처]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발달 장애를 가리킨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인은 천차만별”이라는 극중 우영우의 대사처럼 발병 원인도, 증세도 다 다르다. 우영우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불리는 고기능 자폐에 속한다.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사진처럼 기억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제 자폐 전문가들이 집필한 책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부모 가이드’에는 이 장애를 가진 아동 중 장점을 활용해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수록돼 있다.

실제로 우영우 같은 변호사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변호사 헤일리 모스는 1997년 3세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4세까지 말을 못했으나 부모의 헌신에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져 2018년 마이애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2019년 플로리다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그는 로펌에서 1년간 근무하며 국제테러방지법 및 의료 분야를 담당했다. 현재는 개인 사업과 대중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테일러대 심리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매체 ‘오마이뉴스’를 통해 모스는 “전 세계에 자폐증 변호사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상대 약점을 찾는 법률가들은 자폐증에 대한 편향을 가지고 있어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 외에도 2015년 웨스턴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에릭 웨버,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샤인 노이마이어 등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럼 국내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있을까.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는 모두 2만6486명으로, 이 중에는 없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로스쿨(전국 25개)을 수료했다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조인 사이에서도 현실판 우영우가 존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대형 로펌 소속 베테랑부터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지 1년 된 30대 변호사, 사내 변호사 등 다양한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변호사 가능하나 업계 생존 지켜봐야

‘우영우’의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우영우 캐릭터를 촬영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신 변호사는 “상담이나 협상을 단독으로 해야 한다면 무리일 수 있겠지만 자문을 하거나 분업 체계에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조금 다른 형태이긴 하나, 시각 장애 또는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이 판사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다. 자폐 변호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전문 법률사무소 단율의 지용철 변호사도 현실판 우영우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호사로서 업무 형태를 정할 때 허들이 될 수는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과 경쟁해 시험을 통과했다면 오히려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방증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열정을 가지고 오래 생각하다 보면 결과가 나쁠 수 없다. 독창적인 시각과 열정을 지닌 우영우 같은 변호사라면 팀원으로 환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실판 우영우가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장애를 커버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더킴로펌 서울사무소 소속의 박규철 파트너 변호사는 더 나아가 “천재적인 발상에 의해 사건이 뒤집히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대전제인 법률, 판례가 존재하고 소전제인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그 결과는 뻔하다. 더구나 요즘은 로펌이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반짝이는 생각보다 끈질기게 리서치하는 게 업무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부는 자폐 변호사가 나올 수 없는 이유를 직업적 특성에서 찾기도 했다. 변호사의 주요 업무가 소송업무와 자문이다 보니 아무래도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어느 19년 차 변호사는 “특정 분야에 비범한 재능이 있는 서번트 증후군도 주로 혼자 파고드는 암기나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안다. 자폐 변호사의 경우 흩어져 있는 여러 지식을 종합하는 서류 작업과 소통이 중요한 변호사 업무를 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기능 자폐는 화자의 표정이나 어조를 통해 문장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곧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 이지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뇌신경 발달장애는 조기에 진단해 특수치료 및 교육을 받으면 사회 적응도를 높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사회성이 부족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현재 활동 중인 자폐 변호사 샤인 노이마이어도 법정에서 상호작용을 원활히 하기 위해 얼굴 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배우고, 배심원단 없이 재판장이 판결하는 재판(bench trials)을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법정에서 심리와 변론이 구술로 이뤄지는 배심재판과 달리 비배심재판은 서면주의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채택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3화에는 자폐를 지닌 피고인의 부모가 우영우를 변호인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영우는 “나의 자폐와 피고인의 자폐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나한테는 보이지만 검사는 보지 못한다. 판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물러선다.

능력과 별개로 사회 인식이 장애물

자폐 하면 엘리트 변호사 우영우보다 영화 ‘말아톤’의 어수룩한 초원이가 먼저 떠오르는 게 현실이다. 이 현실의 벽 때문에 변호사가 되더라도 극중 ‘한바다’ 같은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 법무팀에서 일하는 10년 차 변호사 오 모 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온 의뢰인이 다소 낯선 변호사를 받아들일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홍보 차원에서 특이한 이력의 변호사를 대형 로펌에서 뽑을 순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승소 경력을 쌓아 의뢰인을 안심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파트너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특혜 없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면 대형 로펌 입사는 가능하다. 다만 입사 후 고객이 해당 변호사를 기피하거나 변호사로서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라며 마치 유니콘 같은 우영우 캐릭터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솔직히 사회봉사단체나 학창 시절에 함께한 자폐 동급생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능력치다. 작가가 단순히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겪었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설명하려는 건 아닐 테니, 우영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사회 현상 해결법을 주입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대다수 변호사는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거나 봤어도 우영우 같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6년간 국선변호사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상황을 접해본 신민영 변호사는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문제고, 장애가 있다 해도 누군가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속 빌리처럼 문을 두드려야 한다”며 어딘가 있을지 모를 우영우를 응원했다.


드라마 속 이 장면, 실제로는?
“수석 졸업, 한바다가 안 데려가면 누가 데려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우영우는 로스쿨 수료 후 6개월 동안 취직을 못 했지만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 변호사시험 성적 1500점 이상이라는 스펙만 보면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에 입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유튜브 채널 ‘서변의 폴리스 스토리’를 운영하는 서범석 변호사는 “실제로는 로스쿨 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2학년 말부터 대형 로펌에 원서를 내기 시작해 3학년 변호사시험을 보기 전 이미 확정이 난 상태”라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나머지 수료생은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 공고를 보고 구직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잠입 조사하는 변호사

2화에서 우영우는 식을 치르던 중 드레스가 벗겨지는 사고를 당한 신부 측 의뢰를 해결하고자 유명 호텔에 잠입 조사를 나간다. 지용철 변호사는 “실제로는 변호사나 검사가 탐정처럼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을 돌아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며 “보통은 의뢰인이 가져온 자료를 먼저 보고 더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그걸 바탕으로 재판을 준비한다”고 짚었다.

재판할 때 앉는 자리가 다른 이유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서로 사용하는 법률용어도 다르고, 한 사건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는 별개의 법정 절차다. 오 모 변호사는 “보통 법정 드라마는 민사와 형사 재판을 혼동해 용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영우 변호사가 ‘고소는 형사사건일 때만 씁니다. 이 경우는 소를 취하하려면이라고 해야 합니다’라고 한 대사에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소송 종류에 따라 재판장에서 자리 배치가 달라지는 디테일까지 살렸다. 예를 들어 4화에서 친구인 동그라미의 아버지가 형제들에게 사기를 당한 사건 같은 민사소송은 원고와 피고 모두 재판부를 바라보도록 좌석이 배치되고, 6화 강도상해로 기소된 탈북자 사건 같은 형사소송의 경우에는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이 서로 마주 보도록 앉는다.





주간동아 1349호 (p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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