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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진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죠 [SynchroniCITY]

어쨌든 무탈하게 지내면 성공!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모든 일의 진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죠 [SynchroniCITY]



무탈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작은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GettyImages]

무탈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작은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GettyImages]

영대 올해도 반이나 지났으니 우리 상반기 결산해볼까요?

현모 반밖에 안 지났는데요?

영대 원래 이 시점에 중간 집계를 해주는 거라고요. 2022년 지금까지 ‘so far Top 5’ 이런 거요.

현모 ㅋㅋㅋ 어떤 걸 집계하고 싶으세요?



영대 음…. 올해의 만남! 올해의 이불킥! 뭐 이런 거 어때요? 올해의 좌절은 뭐예요?

현모 흠, 뭐가 있을까나. 목소리가 안 나와서 빌보드 뮤직 어워드 진행 못 한 거. ㅜㅜ

영대 ㅋㅋㅋ 그럼 올해의 승리는요?

현모 그건 땡전 한 푼 없이 국경 넘은 거죠, 뭐.

영대 ㅎㅎㅎ 아, 그게 올해의 패배가 아니라 승리예요?

현모 외국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거 자체는 올해 큰 손실이자 절망이자 아픔이었는데, 저에겐 결국 승리로 기억돼요.

영대 오, 재밌네요. 다시 들어도 너무 웃겨요!

현모 사실 타지에서 지갑이며 여권이며 다 사라진 걸 처음 알았을 때는 완전 패닉에 손까지 덜덜 떨리고 ‘큰일 났다’ 싶었죠. 어휴, 악몽! 그런데 그걸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결국 혼자 무일푼으로 도시를 이동하고 국가를 이동하고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무사히 넘어가 한국까지 안전하게 왔잖아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는다는 엄청난 교훈이자 자신감을 얻었어요.

영대 그죠.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대단한 이야기죠!

현모 진짜 재미있는 게 그렇게 기를 써서 위기를 넘기고 돌아와 “와, 이제 다 끝났다”고 안심하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빌보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영대 진짜 그러네요. 오히려 위기라고 생각했던 건 그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고, 오히려 또 다른 복병이 터진 거네요.

현모 돌아보면 그런 일이 많은 거 같아요. 행복이든, 불행이든 언제나 본모습을 숨기고 우리에게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든 그 진가를 당장 판단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포커스를 줌아웃해봐야 제대로 보이는 거 같더라고요.

영대
맞아요. 저도 사실 며칠 전 아내랑 비슷한 대화를 나눴어요. 아이들이 크면서 자꾸 뭘 사달라 하고, 이거 저거 원하는 게 많아지니까 둘이서 자조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뭘 했나 되돌아보게 됐거든요. 대단하게 업적을 이룬 것도 없는 거 같고, 그냥 조용히 무난하게 미국에서 유학 생활하면서 공부하고 애들 키우고 살림하고, 한국에 돌아와 일하고…. 그렇게 별거 없이 산 거 같아서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는 동안 딱히 아주 심각하게 나쁜 일도 벌어지지 않았더라고요.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현모 그죠! 무탈한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감사한 일이에요.

영대 그래서 새삼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더라고요. “이 정도면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다, 고맙다”라고요.

현모 그리고 엄밀히 따져보면 10년 동안 사건·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닐 거예요. 당시에는 힘들어 쩔쩔맸던 일도 인간은 회복의 동물이기에 세월이 흘러 점점 무뎌져 잊혔거나, 아니면 나중에 결과적으로 해결이 됐거나, 생각만큼 별로 나쁜 영향이 없었거나 해서 돌이켜보면 딱히 기억이 안 나는 거죠.

영대 정확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크고 작은 일이 아예 없었던 건 절대 아니에요. 순간순간 어려움에 직면했던 적은 당연히 많죠.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면 우리가 힘을 합쳐 극복했고, 헤쳐 나왔고, 이겨낸 일들로 기억되는 거 같아요.

[GettyImages]

[GettyImages]

현모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으면 성공한 거라니까요.

영대 ㅋㅋㅋㅋ 진짜로요. 그게 어디냐고요.

현모 모든 건 시간이 판단해주는 거 같아요. 그러니 작은 일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고, 아무리 커다란 성공이나 실패도 한쪽 면만 있는 동전 같은 건 없듯이 세월의 심판을 기다려봐야 아는 거고요.

영대 어찌 보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 바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인데, 사실 죽음이나 이별조차 시간이라는 약이 서서히 치유해주는 법이잖아요.

현모 그죠. 이런 얘기하니까 얼마 전에 본 유튜브 강연이 떠오르네요. 이지선 씨 아시죠? 20대 때 교통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도 꾸준한 수술과 재활로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까지 딴 분이요.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도 썼고요. 지금은 교수님까지 됐어요.

영대 알죠.

현모 그분이 오랜만에 나왔는데, 그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희망을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하셨거든요.

영대 어휴, 그런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감동이고 또 겸손해지죠.

현모 참으로 와 닿았던 부분이 어느 날부터 “사고를 당했다”라고 표현하던 걸 “사고를 만났다”라는 표현으로 바꿨대요. ‘당했다’고 하면 일방적인 피해자로서 영원히 어쩔 수 없다는 인상을 주지만, ‘만났다’고 하면 내 의지대로 얼마든 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영대 좋은 접근법이네요.

현모 사람들은 다 끝난 일처럼 혀를 끌끌 차며 앞으로 저 얼굴로 어떻게 사냐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최악이던 상황이 하나둘 개선되고 치료되고 하루하루 나아지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다고 해요. “어, 이제 이것도 움직일 수 있네” “이것도 되네” 하면서 회복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거예요.

영대 음, 잃은 것보다 가진 것에 더 주목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는 거죠. 어떠한 시련에도 맞설 수 있게 하는 건 마음가짐, 관점인 거 같아요.

현모 그럼요. 이지선 씨는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눈을 보면서, 본인은 그런 비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대요.

영대 반년이 지났기에 순위나 매기려 했는데, 이 시점에 굉장히 감동적인 얘기를 듣게 되네요.

현모 저도 이 시점에 이런 대화를 나눠 시기적으로 더 유익한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벌써 6개월이나 지났네”라고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아직 6개월이나 남았는걸”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영대 마치 컵에 물이 ‘반이나 비었다(glass half empty)’와 ‘반이나 찼다(glass half full)’의 차이처럼요. ^^

현모 아직 2022년이 끝나려면 멀었어요! 연초에 계획했던 일 중 아직 실행하지 못한 게 있으면 지금부터라도 해봐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랍니다. 게다가 요즘엔 코로나19 상황도 많이 나아져 뭔가 행동으로 옮기고 움직이기에 여건이 훨씬 괜찮아졌잖아요.

영대 설령 1년이 끝난다 해도 낙담할 필요는 없죠. 내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현모 인생은 언제나 열린 결말로 둬야 해요. 내가 죽거나 지구가 종말을 맞을 때까지는 엔딩을 보류하자고요.

영대 그러고 보니 연초부터 같이 막국수 한 그릇 하자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는데, 여태 실천을 못 했네요.

현모 갑자기 지구 종말을 말하니까 생각난 건데, 그리스인은 지구가 종말을 맞을 때까지 유적을 발굴한대요.

영대 갑자기 그리스? 설마 지금 그리스예요? 그럼 대체 막국수 언제 먹냐고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47호 (p62~64)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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