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6

2022.04.22

“노동요 없이 일 못 해” Z세대 음악 감상법

[김상하의 이게 뭐Z?] 개성 있는 플레이리스트 공유하며 소통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04-2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깔딱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할 수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할 수 있다. [유튜브 캡처]

    Z세대 가운데 에어팟, 버즈, 헤드셋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주변 친구 중 줄 있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회사에서밖에 못 봤다.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는 단톡방에 ‘콩나물 타임’이라 말하고 에어팟을 착용한 채 일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물론 직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노동할 때 노래를 듣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나 역시 노래를 들어야 효율이 올라가고, 노동요가 필요하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에어팟을 포함해 관련 기기를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Z세대는 과연 언제 어떤 노래를 들을까.

    ‘노동요 플리 추천이요’

    유튜버 중 플레이리스트 맛집으로 꼽히는 때껄룩의 플레이리스트 화면. [유튜브 때껄룩 캡처]

    유튜버 중 플레이리스트 맛집으로 꼽히는 때껄룩의 플레이리스트 화면. [유튜브 때껄룩 캡처]

    음악 감상은 대부분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해 유튜브 뮤직으로 한다. 사람마다 쓰는 음악 애플리케이션(앱)이 다르지만 앱 상관없이 Z세대는 대부분 플리(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에서 검색해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과거처럼 한 가수의 노래만 쭉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지 않고 하는 일, 기분, 날씨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고른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플레이리스트는 노동요로, ‘듣자마자 뒷골목 보스 되는 자존감 상승 플레이리스트’ ‘전투력 상승 플레이리스트’ 등이다. 급하게 할 일이 있거나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할 시간에는 꼭 이런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듣는다. 아침에 할 일이 없을 때는 ‘케이팝 고인물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 유행하는 노래나 숨은 케이팝 명곡을 듣곤 한다.

    이처럼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를 올릴 때도 다들 웃긴 제목과 콘셉트에 집중한다. ‘청소할 때 듣는 노래’ ‘코딩할 때 듣는 노래’ ‘화장할 때 듣는 노래’ ‘노동요’ 이렇게만 검색해도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찾을 수 있다. 너무 많아서 뭘 들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다.
    아침마다 단톡방에는 ‘오늘 노동요 플리 추천이요’라는 카톡이 올라온다. 이제 나를 포함한 Z세대는 플레이리스트, 즉 노동요 없이는 일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유튜버 중 플레이리스트 맛집을 추천하자면 때껄룩, 때잉이 있다. 때껄룩의 경우 다들 한 번쯤 본 적 있을 텐데, 힙한 장소에 갔을 때 ‘Recording’이라는 화면과 함께 음악이 나오고 있다면 그게 때껄룩 플레이리스트다. 최근 힙한 와인바나 카페, LG 스탠바이미가 있는 친구 집에 가봤다면 안 봤을 리 없다. 때껄룩의 플레이리스트는 노래를 듣는 상황에 따라 잘 고르면 잔잔하게 흘러갈 수도 있어 사람들이 많이 선호한다. 특히 때껄룩의 플레이리스트는 제목 맛집으로 유명하다. ‘새벽에 침대에서 듣기 좋은 노래’ 같은 플레이리스트 외에도 ‘첫사랑 썰 푸는 곳’ ‘지독한 짝사랑을 했던 경험’처럼 사랑 이야기를 모은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여기가 플리 맛집이네

    Z세대는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친구와 공유하면서 소통한다. [사진 제공 · 김상하]

    Z세대는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친구와 공유하면서 소통한다. [사진 제공 · 김상하]

    때잉의 플레이리스트도 많이 듣는다. 취향저격 노래가 많을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활용해 만든, 진짜 멋진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때잉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새로운 노래를 발견할 때마다 개인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한다. 때잉과 비슷한 유튜버 중 쏘플도 있는데, 쏘플 역시 화면과 노래가 조화를 잘 이뤄 눈과 귀가 즐겁다.

    이제 사무실에서, 또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노래 들을 일이 있다면 본인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나 남들 다 듣는 톱 100 대신 상황별, 시간별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 들어보길 추천한다. 노동요를 들으면 집중력과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플레이리스트는 최근 기업들이 Z세대를 타깃으로 마케팅할 때도 많이 사용된다. 마치 특정 장소에서 나는 향기를 향수나 디퓨저로 만들어 파는 향기 마케팅처럼,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듣기 좋은 노래를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하게 하는 방법이다. 빙그레는 ‘샤워 후 바나나우유 마실 때 듣는 노래’라는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했고, 카카오프렌즈는 ‘DJ 라이언’이라고 해서 라이언이 들려주는 콘셉트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Z세대 하면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 개성 강하고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음악 취향 역시 다 다르고,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다 오랜만에 출근하는 날에는 자신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혼자 듣기도 하지만 주변과 공유하기도 한다. 친구와 함께 일기장을 쓰는 것처럼 플레이리스트도 링크로 만들어 공유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다. 주변에 하나씩 있는 ‘힙’의 대명사 같은 친구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마치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잘 꾸며져 있다. Z세대에게 플레이리스트는 이제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필수템이 된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