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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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K-콘텐츠 강세 속 ‘요란한 빈 수레’ 될라

“스마트폰·IPTV 요금도 만만찮은데”… 식상한 OTT 바로 OUT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1-11-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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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 [사진 제공 ·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사진 제공 · 디즈니플러스]

    11월 12일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비슷한 시기 애플TV플러스도 론칭했다. 이미 넷플릭스를 선두로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터다. 쇼핑 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 OTT를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명품 미드(미국 드라마)로 유명한 HBO 맥스의 한국 진출도 점쳐진다. 그야말로 OTT 춘추전국시대다.

    최근 오프라인 영화관의 티켓 가격은 장당 1만3000원 정도. 여기에 팝콘이나 음료수를 곁들이면 2만~3만 원가량 된다. 극장 나들이 한 번 할 돈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OTT의 장점이지만 소비자는 냉정하다. 상당수 한국인은 한 달에 스마트폰 요금 5만~10만 원, 초고속 인터넷·IPTV(인터넷TV) 사용료 2만 원에 OTT 구독료까지 내고 있다. ‘재미없다’ ‘식상하다’ 싶은 OTT는 과감히 구독을 중단한다. 콘텐츠 ‘공룡’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는 OTT 시장 후발 주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라이온 킹’부터 ‘마블’ 시리즈까지

    현 상황에서 승자는 토종보다 글로벌 기업 OTT가 될 가능성이 높다. OTT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중개하기 때문에 글로벌 개봉이 상당히 용이하다. 라이선스 등 각국 정부의 규제만 해결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규모의 경제를 창출해야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고 콘텐츠 제작사 디즈니가 OTT 시장에서 발휘할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최강자다. 1923년 월트 디즈니가 창업한 이래 7500편 넘는 자체 콘텐츠 시리즈를 내놨다. 디즈니는 전통적 강세를 보이는 2D·3D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 영화에서도 연이어 대박을 거뒀다. ‘스타워즈’ ‘캐리비안의 해적’ ‘토이스토리’ ‘라이온 킹’ ‘마블’ 시리즈등 매출 10억 달러(약 1조1890억 원)를 넘긴 디즈니 영화만 21편에 달한다. OTT 론칭 16개월 만에 전 세계 구독자 1억 명을 돌파해 넷플릭스(2억1000만 명)를 추격하게 된 원동력이다. 다만 한국시장에서 디즈니플러스의 확장성은 아직 미지수다. ‘스타워즈’ 등 디즈니의 일부 간판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한국에서 큰 소구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제작진과 출연진을 내세워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의 아성이 견고한 점도 한계다.

    OTT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What(무엇)’보다 ‘How(어떻게)’다. 기존 TV 시청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는 것이 전부였다. 반면 OTT는 여러 콘텐츠를 알고리즘으로 분류·추천하는 등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그룹워치’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룹워치는 최대 7명까지 같은 영상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다. 콘텐츠 시청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이처럼 각 OTT는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해 자체 콘텐츠를 부각하고, 같은 콘텐츠라도 색다르게 ‘블렌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더욱 편리한 조작법, 뛰어난 화질·음질을 두고 경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까지 OTT 간 대결은 콘텐츠 추천 기능 등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경쟁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관건은 차별화된 UX(사용자 경험) 제공이 될 것이다.



    TV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접목할지도 OTT의 성공 조건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일찌감치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휴에 나섰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사 IP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셋톱박스를 통해 디즈니플러스를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요금 할인 혜택도 함께 제공한다. KT 역시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해 전용 무선 요금제를 신설했다. 디즈니플러스 가입 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뼈대다. 애플도 국내시장의 교두보 확보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가입자가 전용 장비 ‘애플TV 4K’를 설치하면 애플TV플러스와 BTV(SK브로드밴드 IPTV)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자체 셋톱박스를 앞세운 OTT 기업과 통신사의 전략적 제휴·마케팅 협력은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승자독식 OTT 시장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의 어색한 한국어 자막. [디즈니플러스 캡처]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의 어색한 한국어 자막. [디즈니플러스 캡처]

    한국은 OTT 기업에 기회의 땅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장이다. 갓 출범한 디즈니플러스는 어색한 한국어 서비스, 앱 사용 환경 미비 등으로 이미 구설에 올랐다. 글로벌 콘텐츠시장에선 공룡일지라도, ‘K-콘텐츠’ 강세 속 초심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국내 이용자 수는 출시일(11월 12일) 59만3066명에서 11월 19일 42만6632명으로 급감했다.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통계라 가입자가 이탈한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 충성도가 출시 일주일 만에 곤두박질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처럼 엄혹한 WTA(Winner Take All: 승자독식) 법칙이 적용될 OTT 시장, 디즈니플러스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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