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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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변종, 섹스 빼고 다 나오는 ‘나쁜’ 케이팝

[미묘의 케이팝 내비] T×T가 영민하게 포착한 빈틈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9-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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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시스]

    어떤 이들에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T)’는 특이한 아이돌일지 모르겠다. 올해 발매된 앨범 ‘혼돈의 장: FREEZE’와 그 리패키지인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는 제목도 비범하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를 내세운 것도 의외다. 아이돌과 록의 인연이 드물지는 않다. 이미 1990년대부터 힙합과 록은 ‘젊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였고, 케이팝을 통해 만나야만 했다. 2000년 무렵 세계적 첨단이던 랩 메탈(Rap Metal)의 도입도 그랬다.

    T×T 사례는 이와는 조금 달리, ‘이모 랩(Emo Rap)’이라는 세계적 흐름 위에 있다. 이모 랩은 몇몇 래퍼가 록 음악 샘플을 사용해 비트를 만들고 랩을 하면서 시작된 장르다. 펑크 연장선에 있는 록 장르인 이모와는 겹치는 요소가 있다. 록 사운드, 반항하는 10대 특유의 격렬한 감정과 과장된 표현, 부정한 세계에 대한 비관적 시선, 만화 같은 염색 머리, 타투, 고함 같은 것들이다. 이모 랩은 최근 몇 년간 주류 팝으로 치고 올라와 스타도 많이 낳았다. 방탄소년단의 2018년 작 ‘FAKE LOVE’도 이모 랩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은 포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T×T는 ‘아이돌에 록을 접붙여볼까’가 아닌, ‘이모 랩을 케이팝에 도입할까’에서 출발한다.

    미국 10대 반항 서사에 한국 청년의 빈곤 결합

    ‘0×1=LOVESONG(I Know I Love You)’과 ‘LO$ER=LO♡ER’, 두 편의 뮤직비디오는 자못 흥미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무대는 한국 번호판을 단 자동차들과 전신주가 늘어선 한국의 도시다. 굳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화면을 자세히 비춰주면서까지 한글을 노출해 한국 거리라는 실감을 안겨준다. 아파트 건설이 중단된 듯한 교외의 폐허도 주 무대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복도는 미국 영화의 국도변 모텔처럼 보이기도 하고, 픽업트럭 등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차종도 놓여 있다. 트레일러가 달리는 황무지도 미국 로드무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스케이트보드 파크나 자전거로 끝없이 달리는 교외 도로, 집안 갈등을 피해 부모의 차를 훔쳐 타고 친구들과 탈주한다는 설정까지, 물론 국내에서도 찾으려면 찾겠지만 미국적 클리셰(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다.

    이렇듯 미국적 10대 반항 서사에 한국 청년의 빈곤과 불안이 서로의 경계를 흐리면서 케이팝으로서 정체성도 조금 변화한다. 가사에는 약물도 언급되고 욕설도 등장하며 ‘죽어도 좋은 쓰레기 같은 인생’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팝에서 ‘나쁘다는 것’은 섹스만 빼고 다 구색을 갖춘 셈이다. 목을 긁으며 소리치는 것까지, ‘아이돌이 여기까지 해도 되나’ 싶은 것투성이다. 심지어 자신이 ‘루저’란다. ‘사랑(lover)도 돈($)만 관련되면 루저(lo$er)’가 될 뿐인데, 배금주의에 환멸하면서도 청춘에 돈이 든다는 걸 외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꺼이 루저 찬가를 부른다. 가진 것 없는 나락에서 서로를 찾아낸 연인이 세상을 적대하며 달아나는 이야기다. 건전하고 화끈하고 긍정적이고 예의 바른 케이팝은 아니다.

    이전에도 루저를 노래한 케이팝은 있었으나, T×T는 스타의 외로운 이면 같은 것을 노래하지 않는다. 이모 장르 특유의 허무주의 속에서 케이팝에 호환되는 로맨틱함을 찾아낸 것에 가깝다. 케이팝처럼 꽉 짜인 세계일수록 흥미로운 변종은 반갑게 마련이다. 큰 변화는 작은 균열에서 오는 법. T×T가 영민하게 포착한 빈틈이 앞으로 케이팝 세계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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