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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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오빠 노래방 수준 ‘MSG 워너비’는 가라

[미묘의 케이팝 내비] 가요계 ‘미다스의 손’ 유재석이라 믿고 봤는데…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6-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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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G 워너비’ 톱8 경연곡 앨범. [바이브 캡처]

    ‘MSG 워너비’ 톱8 경연곡 앨범. [바이브 캡처]

    20년 전 누군가 유재석이 가요계의 ‘미다스의 손’이 된다고 했으면 다들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캐 ‘유산슬’은 물론, 그룹 ‘환불원정대’ ‘싹쓰리’ 등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작품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공개한 ‘MSG 워너비’다.

    차이가 있다면 이 음반, 특히 타이틀곡 격인 ‘상상더하기’는 그 퀄리티가 참담하다는 것이다. KCM, 김정민, 박재정 등 실력파 보컬리스트와 사이먼 도미닉, 원슈타인 같은 힙합계 스타들이 합류했지만 각자의 장점을 살려내는 구간이 전혀 없다. 직업 음악인이 아닌 멤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멤버들의 음악적 차이를 활용하거나 가다듬으려는 안배도 찾아볼 수 없고, 무대 연출 역시 준비된 바 없이 각자의 ‘끼’를 대충 풀어놓는 선에 그친다. 노래방에서 여흥으로 녹음한 음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유재석과 그의 부캐들이 선보인 음악에는 뚜렷한 일관성이 있었다. 촌스러운 구석이 있고 일견 대충 뚝딱 만든 듯한, 그래서 무심한 듯하고 친숙한 음악이다.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도, 2000년대를 여가 삼은 듯 재현한 ‘싹쓰리’의 노래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이는 여성들에 관한 인터넷 유행어를 고스란히 가져온 ‘환불원정대’의 노래도 그랬다. ‘날로 먹는’ 것이 아니라, 엉성함과 무성의로 기획되고 계산된 것이다. 때론 엄정화, 이효리, 화사 등의 음악적 욕심과 추진력이 유재석의 연출된 건성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단지 ‘주접’ 부리며 한바탕 노는 예능

    그런데 MSG 워너비는 ‘넥스트 레벨’로 넘어간다. 남성 방송인들과 음악가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여성 아티스트들의 곡을 다시 부른다는 대목에서다. 이것의 재미를 꼽는다면 그 부분은 성별 반전이 주는 아이러니뿐이다. 특히 모든 멤버가 참여한 ‘상상더하기’는 걸그룹 라붐의 2016년 곡으로, 최근 군부대 위문 공연 히트곡 재조명 붐의 일환으로 다시금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상큼하고’ ‘소녀적인’ 노래를 남성들이 대충 부른다는 사실이 주는 쾌감은 무척 단순하다. 남성 연예인이 걸그룹 안무를 희화화하는 방송은 지난 십수년 동안 물리도록 봐왔다. 여성 안무를 존중할 줄 아는 극소수의 남성 연예인을 제외하면, 거기에는 노력이나 성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웃음 요소는 곧 ‘남자답지 못한’ 모습에 있다. ‘못난 남자’가 체면 따위 제쳐놓고 ‘주접’을 부리며 한바탕 노는 예능프로그램 문법과도 맞물린다.

    거기에는 어떤 새로움도 없다. 유재석이 방송가 제왕에 등극하기 직전인 2000년대 초반, 유수의 강호동 예능에서 여성 출연자의 ‘매력 발산’에 자지러지게 열광하는 남성 출연진의 모습이 콘텐츠이던 그 시절 그대로다. 그것이 2000년대 가요를 되살린다는 MSG 워너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MSG 워너비를 지겨워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궁금해진다.



    ‘못난 남자’ 여럿이 자기들끼리 즐겁게 노는 것은 유재석이 황금기를 이룬 MBC ‘무한도전’의 핵심 정서다. 그것은 대중에게 그 나름의 위안과 공감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기획할 때마다 차트를 점령하는 ‘미다스의 손’인 그에게 MSG 워너비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 나은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들끼리만 즐거운 남자 예능의 노래들을 고스란히 음원으로 발매해 차트를 석권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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