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4

2021.01.22

여기 한 번 다녀오면 나도 월경 마스터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국내 최초, 세계 최초…서울 동작구 대방동 ‘월경상점’ 가보니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1-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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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구 대방동 스페이스 살림에 있는 ‘월경상점’. [조영철 기자]

    서울 동작구 대방동 스페이스 살림에 있는 ‘월경상점’. [조영철 기자]

    “나 배 아파.” “화장실 가.” “‘그 배’ 아니야.” 

    한 번쯤 주위 여성과 이런 대화를 나눠봤다면 그 사람은 ‘생리 중’이었을 확률이 높다. 대다수 가임기 여성이 주기적으로 겪는 ‘월경’, 즉 ‘두꺼워진 자궁점막이 떨어져나가면서 출혈과 함께 질을 통해 배출되는 생리적 현상’은 참으로 심란한 일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경 전후로는 삭신이 쑤시고 식욕도 달라지며 몸이 붓고 신경질적이 되면서 뾰루지까지 생긴다. 이런 걸 매달 해야 한다니. 가뜩이나 주기가 불규칙하고 생리통이 심해 ‘월경’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지만, 월경 상품만을 파는 곳이 국내에 처음 생겼다는 데는 호기심이 동했다.

    ‘월경상점’ 외관. 새빨간 글씨가 눈길을 끈다.

    ‘월경상점’ 외관. 새빨간 글씨가 눈길을 끈다.

    1월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스페이스 살림에 입점한 ‘월경상점’을 찾았다. 새빨간 외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소셜벤처 이지앤모어가 운영하는 월경상점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문을 연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기자가 간 날은 영업 2주 차, 오픈만 따지면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월경컵, 의외의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

    ‘월경상점’에서는 
모든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다. [조영철 기자]

    ‘월경상점’에서는 모든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다. [조영철 기자]

    이곳은 월경컵(생리컵)부터 월경 팬티, 면 생리대, 친환경 일회용 생리대·탐폰 등 월경 용품과 월경컵 관리용품, 월경 전 챙기면 좋은 건강 기능 식품까지 월경 사이클 전체를 총망라해 소개하는 특화 매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전 세계에서 수집한 60여 개의 월경컵이 진열된 새빨간 벽이 눈에 들어왔다. 



    월경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한 생리대 대안 제품이다.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제품으로 찢어지거나 오염되지 않는 이상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인생의 절반을 일회용 생리대와 함께한다고 가정하면 월경 용품을 바꿨을 때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의외의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인 셈. 한국에서는 아직 외국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벽에는 ‘DO TOUCH!’라고 쓰여 있었다. 잘못 읽은 게 아니다. 실리콘 제품 특성상 두께나 탄성 등의 미세한 차이는 만져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맞는 모델을 찾을 때까지 다양한 모델을 만져보고 접어볼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입문용 월경컵’으로 유명한 ‘루나컵’을 처음 만져봤는데 예상보다 두껍고 단단했다. 생리대는 안 맞으면 나눠줄 수 있지만 생리컵은 ‘당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매장에서 실제로 제품을 써본 매니저에게 추천을 받거나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어 좋았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로 수입 허가를 받은 ‘페미사이클’을 포함한 7개 브랜드와 19종의 월경컵을 판다. 면 생리대와 월경 팬티도 살 수 있다. 1시간마다 전시된 제품을 소독·관리한다. 


    ‘월경상점’에서는 
제품 상담과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조영철 기자]

    ‘월경상점’에서는 제품 상담과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조영철 기자]

    이날 매장을 찾은 한 여성 고객은 매니저와 30분 가까이 상담을 했다. 취재하는 동안 지나가던 몇몇 남성이 상점 입구에 적힌 안내문을 유심히 읽었지만 들어오지는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선물용으로 제품을 사는 남성 고객이 꽤 있다”며 “매장을 찾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단연 월경컵이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건 익숙한 형태의 월경 팬티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 온라인에서 할인도 되는데 굳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살 이유가 있을까. 있다. 이곳에서는 구입 금액 일부를 별도의 기부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로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이지앤모어 홈페이지 초이스샵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월경 용품을 살 수 있다. 1월 현재까지 150명이 535만 원 상당의 혜택을 받았다. 

    #금토만여는 #새빨간상점 #착한소비굿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 해부해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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