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0

2020.10.16

중국 극렬 네티즌의 BTS 공격, 팬덤 ‘아미’엔 통하지 않아

BTS 팬덤 규모, 웨이보 500만‧위버스 600만 명 대 유지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10-14 14: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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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공식 웨이보 계정. [웨이보 캡쳐]

    방탄소년단 공식 웨이보 계정. [웨이보 캡쳐]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에 발끈한 중국 일부 네티즌이 ‘아미(BTS 팬덤명) 탈퇴’, ‘BTS 관련 제품 불매’ 등을 내세웠지만 실제 팬들 사이에선 큰 동요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밴플리트상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6·25 전쟁 당시 미국 제8군 사령관으로 참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고자 수여하는 상이다. 한미 관계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에 그 영광이 주어진다. BTS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10월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그룹을 대표해 수상소감을 밝히며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국 언론 “BTS 비난은 편협한 민족주의” 비판

    그런데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대목이 중국 일부 네티즌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한국과 미국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싸우고 조선을 돕다)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언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중국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국가 앞에 아이돌 없다’(國家面前无爱豆!)는 해시태그와 함께 “중국인이 큰 희생을 감수하며 미군을 막아줬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느냐”, “앞으로 중국에서 돈 벌 생각하지 마라. 미국에서 벌어라” 등 BTS를 향한 비난 댓글이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은 “팬클럽에서 탈퇴하겠다”, “BTS가 광고하는 제품은 안 살 것”이라는 강도 높은 저항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0월 12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전쟁을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고 표현한 BTS의 수상소감이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다른 나라 언론들은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미국 뉴욕타임스), “편협한 민족주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라고 비판했다. 국내 네티즌들도 “중국의 비난은 과하다”며 댓글이나 SNS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커뮤니티 플랫폼, 투표 앱에서 ‘탈덕’한 아미 찾기 힘들어

    중국 네티즌의 극렬한 반응은 BTS팬덤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BTS 팬덤 변동을 확인한 결과 BTS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중국 아미의 연쇄적인 탈퇴는 일어나지 않았다. 글로벌 팬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는 아이돌 순위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도 마찬가지다. 국내외를 통틀어 300만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최애돌’에 따르면 BTS나 BTS 멤버를 ‘최애’로 설정한 계정 중 중국어 사용자 수는 최근 1주일 새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애돌 관계자는 “지난 4월 말 집계한 방탄소년단 팬 중 중국어 사용자는 전체의 6.79%였는데 지금도 그 정도”라며 “BTS를 지지하는 투표 열기가 최근 더 뜨거워졌다”고 전했다. 이 앱을 이용하는 방탄소년단 팬 중 한국어 사용자는 21.99%, 영어 사용자는 23.44%, 일본어 사용자는 17.73%로 집계됐다.

    10월 7일 방탄소년단 밴플리트상 시상식.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0월 7일 방탄소년단 밴플리트상 시상식.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중국 웨이보 공식 계정의 팬 수도 1주일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사가 BTS 일정을 공지하는 ‘BTS_official’ 계정은 562만 명대를, 멤버들이 사진과 글을 올리는 ‘BTS_members’ 계정은 95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위버스’ 가입자 수도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6월 1일 런칭한 위버스는 뿔뿔이 흩어졌던 팬 카페를 통합한 글로벌 공식 커뮤니티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멤버십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증권보고서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위버스 회원은 140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방탄소년단 팬덤 인원은 673만645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아미의 대륙별 비중은 아메리카 및 유럽이 37.5%(252만826명)로 가장 높다. 국내 7.4%(49만5533명)와 일본 5.3%(35만5770명)를 제외한 중국 등 아시아가 32.7%(220만791명)로 그 뒤를 잇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중국 아미 인원만 별도로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론칭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라고 밝혔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논란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아미 스스로 탈퇴할 명분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BTS의 수상 소감 에 중국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이 없기에 논란이 오래 가기 어렵다”며 “진짜 아미라면 아미를 탈퇴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문화를 연구하는 조은재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논란으로 ‘탈덕’한 중국 팬이 많지 않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 한 멤버가 일본을 자극할 만한 의상을 광복절에 착용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BTS는 위버스를 통해 팬들과 직접 지속적으로 소통해왔기에 아미의 충성도와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팬들은 BTS를 빛내기 위해 신보(새 앨범)가 나오면 공동으로 20만장 이상을 구입할 정도로 화끈하고 열정적”이라며 “BTS를 궁지로 몰기보다 더욱 강렬하게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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