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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오바마가 유행시킨 ‘VOTE’ 목걸이, ‘완판’ 행진 [명품의 주인공]

  •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미셀 오바마가 유행시킨 ‘VOTE’ 목걸이, ‘완판’ 행진 [명품의 주인공]

미셀 오바마가 8월1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미셀 오바마가 8월1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V-O-T-E'(투표)라는 영문 이니셜이 장식된 금목걸이를 착용하고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CNN 영상 캡처]

은둔형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는 멜라니아 트럼프는 8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을 하면서 선거 전면에 나섰다. 8년간 '세컨드 레이디'였던 질 바이든 여사는 영부인이 되더라도 대학교수인 본업을 놓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퍼스트 레이디상을 보여줄 것임을 예고했다. 

여기에 카멀라 해리스, 미셀 오바마, 이방카 트럼프 등 쟁쟁한 여성 리더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주연급 조연으로 나서면서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자연히 선거전에 등장한 여성 리더들의 의상은 물론 목걸이, 귀걸이, 벨트, 구두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美 최초 여성·비백인 부통령 후보

vote 목걸이. [바이샤리 홈페이지]

vote 목걸이. [바이샤리 홈페이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경우 미국 최초의 여성·비백인 부통령이 탄생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누구보다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당시 목에 걸고 있던 두 줄로 된 진주 목걸이가 하이라이트였다. 대학시절부터 진주 주얼리를 수십 년간 즐겨하던 것이 알려지면서다. 

미셀 오바마는 퍼스트 레이디 시절 유명 제품 대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중저가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를 선택해 과감하게 소화하면서 패셔니스타로 불리었다. 선택하는 제품마다 단시간에 화제를 불러 모으며 완판 시켜온 '완판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런 미셀 오바마의 저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녀는 8월17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 'V-O-T-E'(투표)라는 영문 이니셜이 장식된 금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왔다. 연설 직후 미 전역이 뜨겁게 반응했다. 구글의 화제 키워드는 '미셀 오바마 목걸이', 'VOTE목걸이'등으로 뒤덮였다. 작은 목걸이 하나로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목걸이는 흑인 여성 주얼리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소규모 브랜드인 바이샤리에서 주문 제작한 제품이다. 고객이 원하는 이니셜을 조합해 주문할 수 있는 제품이다. 바이샤리의 디자이너 샤리 커스버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주 전 오바마 여사의 스타일리스트에게 VOTE 스펠링 목걸이의 주문 전화를 받긴 했지만 언제 차고 나올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14K 소재의 이 VOTE목걸이는 현재 온라인 매장에서 360달러(약 4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VOTE목걸이를 비롯해 해외의 수많은 정치인들이 주얼리를 활용해 자신의 이미지나 메시지를 부각해왔다.

마가렛 대처의 진주목걸이

마가렛 대처. [뉴스1]

마가렛 대처. [뉴스1]

마가렛 대처(1925~2013)는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다. 부드럽지만 강한, 유연하지만 곧은 리더십으로 경제부흥을 이끌어 '철(鐵)의 여인'이라 불린다. 남성정장 만큼이나 각이 잡히고 보수적인 80년대의 '파워 드레싱(권력과 부의 이미지가 융합된, 성공을 위한 여성의 옷차림을 의미)'을 정립한 인물로 꼽힌다. 

그녀는 패드를 넣어 넓고 단단한 어깨 각이 잡힌 네이비 컬러의 스커트 슈트, '무기'로 비유되곤 했던 심플한 검은 가죽의 핸드백, 그리고 진주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마거릿 대처 수상의 스타일은 여성 정치인 복장의 표본이 되었다. 그녀는 진주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를 거의 모든 공식석상에서 빠짐없이 착용했는데 마거릿 대처 수상의 스타일 중 진주는 돋보이는 요소였다. 대처수상의 진주는 보수적이지만 강력하고 동시에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핵심적인 소품이었다.

바버라 부시의 진주 목걸이

바버라 부시. [GettyImage]

바버라 부시. [GettyImage]

바버라 부시(1925~2018)는 미국 제41대 대통령인 조지 H. 부시의 아내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어머니다. 그녀가 타계했을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여사의 진주 목걸이는 가짜였지만 삶은 진짜배기였다"는 추모의 글을 썼다. 남편과 아들이 모두 대통령을 지낸 보기 드문 경우여서만은 아니었다. 역대 미국 퍼스트 레이디 가운데 가장 인기 있었던 인물 중 으뜸으로 꼽힌다. 언론이 일제히 부시 여사의 '가짜 진주 목걸이'를 언급했을 정도로 그녀 또한 진주와 인연이 깊었다. 

가짜 진주는 남편 조지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때 착용한 새하얀 진주 목걸이가 고가의 진짜 진주가 아니라 가짜였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그녀가 가짜 진주 목걸이와 29달러짜리 구두를 신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녀는 생전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모조 진주 목걸이를 애용하고, 백발과 주름살을 감추지 않는 소탈하고 꾸밈없는 모습의 대명사가 됐다. 바버라 부시 여사는 목의 주름을 감추기 위해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버라 부시 여사가 대통령 취임식 때 걸었던 가짜 진주 목걸이의 디자이너(게네스 제이 레인)는 1989년 한 인터뷰에서 "바버라 여사 덕분에 내 목걸이 매출이 4배로 증가했다"며 "오랫동안 진주 목걸이를 만들어 왔지만 진주 매출로 지붕을 뚫게 된 것은 모두 바바라 부시 여사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버라 여사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세 줄짜리 초커 목걸이의 수요가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비록 가짜 진주를 사용했지만 '국민 할머니'로 알려진 부시 여사의 진주 사랑은 유명했다. 클래식한 진주 룩을 유행시킨 부시 여사는 생전 진주 목걸이 하나를 스미소니언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그 목걸이는 지금도 전시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브로치

올브라이트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뉴시스]

올브라이트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뉴시스]

'패션 정치'의 대표주자로 미국 매들린 올브라이트(1937~)전 국무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올브라이트는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다. 그녀는 외교적 상황에 따라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브로치를 착용하면서 '브로치 외교'라는 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올브라이트는 지난 2000년 10월23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했다. 북미관계를 유연하게 이끌었던 올브라이트의 외교 전략은 북한 이슈가 부상할 때마다 재조명되고 있다. 김정일을 만나는 역사적인 자리에 그녀는 큼직한 크기의 미국 성조기 브로치를 착용했다. 미국이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가장 대담한 디자인의 성조기 브로치를 택했다고 그녀는 저서에서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외교전을 벌일 때 독수리 브로치를 찬 일도 있다. 미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을 '독사'라고 평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항의하는 뜻으로 뱀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2000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왼쪽 가슴에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올브라이트는 퇴임 후 '내 브로치를 읽어보세요'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었고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한마디로 '브로치 정치'의 대가였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 결혼반지

남성 정치인들이 넥타이 색상과 무늬로 종종 정치적 컬러를 표현한다면, 해외 여성 정치인들은 이와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주얼리를 활용하고 있다. 바바라 부시 여사의 세 줄짜리 진주 목걸이 수요가 엄청났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결혼반지가 단순히 사치품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것처럼, 주얼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얼리가 아직은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정치인들이 주얼리를 메시지 전달 도구로 활용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얼리 산업은 잠재력이 무한한 고부가 가치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금관부터 뛰어난 세공 기술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수준 높은 주얼리를 생산하고 있다. 1500여년 전의 신라 금관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왕관인 것처럼 K-주얼리는 K-컬처를 리드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니 아쉬운 일이다.





주간동아 1257호 (p56~59)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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