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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안경 끼면 100인치 화면이 눈에 들어와

코로나19 시기 공간 컴퓨팅 기술과 서비스 활발해져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스마트안경 끼면 100인치 화면이 눈에 들어와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U+리얼글래스를 착용하면 스마트폰 정보들이 투영된다. [엔리얼]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U+리얼글래스를 착용하면 스마트폰 정보들이 투영된다. [엔리얼]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화상회의, 랜선여행….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모든 것이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면서 특히 공간에 대한 제약이 커졌다. 회사, 학교, 쇼핑몰 같은 일상의 공간뿐 아니라 박물관, 극장 등 특별한 장소에도 자유롭게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공간 컴퓨팅 기술이 매우 중요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떠오른다.

공간 컴퓨팅 기술의 세계

공간 컴퓨팅이란 컴퓨터로 공간과 물체에 대한 정보를 조작하면서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기기로 물리적 현실을 구현해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몰입형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해 어떤 공간에 머무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거나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공간 컴퓨팅이 현실화하면 SF영화 속 상상도 더는 먼 미래가 아니다. 스마트안경 하나면 뉴스를 보면서 지도를 탐색하거나, 카카오톡을 하면서 디지털 풍경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수천km 떨어진 사람들과 가상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홀로그램 로봇과 채팅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컴퓨팅에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기술이 포함돼 있다. 간략히 이 기술들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먼저 VR는 기존 시야를 모두 차단하고 모든 것을 3D(3차원)로 새롭게 만들어낸다. 그만큼 몰입감이 높은 VR는 비디오게임이나 비행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되고 있다. 



VR가 모든 것을 가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반면, AR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두고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워 보여준다. 즉 AR는 현실에 기반해 가상의 정보들을 선택할 수 있어 확장성이 높으며, 육중한 헤드마운트형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 스마트폰만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대표적으로 포켓몬 고(GO) 게임 애플리케이션(앱)과 스냅챗의 포토필터가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A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R를 활용한 스마트안경이 출시돼 더욱 그렇다.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전송이 가능한 5G(5세대) 기술과 융합한 AR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활용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기능이 더해져 교통, 교육, 건축, 과학, 쇼핑,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안경을 필두로 한 AR 기술의 발전은 MR와 XR의 실현 가능성을 열고 있다. MR는 AR와 VR를 혼합해 더 독특하고 복잡한 하이브리드 체험을 선사한다. 공간 컴퓨팅에서 가장 이상적인 개념은 XR이다. XR는 디지털 정보를 물리적 세계에 중첩시킬 뿐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포함한다. 

XR가 실현된다면 제품 구매 전 미리 체험해보거나,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전문가들과 원격근무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방관이나 우주비행사 등은 초현실적인 환경에서 실감 나는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물리적 환경에서 디지털 정보와 더욱 깊게 상호작용하며, 재창조하고 재해석한 가상세계에서 소통하고 생활하는 미래가 바로 XR에 있다.

육중한 헤드셋 벗고 AR와 접목하는 VR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높은 가격과 콘텐츠 부족으로 주춤하던 VR 기술은 최근 언택트 문화 속 게임 콘텐츠가 활성화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AR나 홀로그램과 혼합된 모습으로도 변화하는 추세다. 삼성의 기어VR,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VR,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가 대표적인 VR 기기다. 눈 전체를 덮는 헤드마운트형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3D 이미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VR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13년 VR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2019년 5월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는 개인용컴퓨터(PC)와 유선 연결 없이 사용자가 가상세계에서 앞, 뒤,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이동하는 6자유도(6DoF)를 지원해 VR 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오큘러스를 중심으로 가동되던 페이스북의 VR·AR 스튜디오가 최근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acebook Reality Labs)’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페이스북 측은 VR·AR 스튜디오의 명칭을 변경하면서 원거리 사람들이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 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오큘러스 퀘스트’. [오큘러스]

R 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오큘러스 퀘스트’. [오큘러스]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AR 안경 출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8월 21일 일반 사용자를 위한 ‘U+리얼글래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중국 스타트업 엔리얼이 개발한 ‘엔리얼 라이트(Nreal Light)’를 5G 휴대전화에 기반해 출시한 것이다. 88g 무게의 가볍고 투명한 안경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USB 포트가 장착돼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로 구동되며, 1080p 해상도에서 52도 수평 시야(FOV)와 6자유도(6DoF)를 구현했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눈앞에 100인치 넘는 스크린이 펼쳐진다. 동영상을 보거나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공간이 추적되고 투영된 이미지가 나타난다. 스마트폰을 레이저 포인터처럼 활용해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5G 스마트폰과 유선 연결을 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이용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엔리얼 라이트는 여타 VR 기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해외 499달러, 국내 출시가 69만9000원(VAT포함))으로 대중에 가깝게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 

SK텔레콤 또한 미국 AR 스타트업 매직 리프(Magic Leap)와 협력해 5G 기술을 결합한 AR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아직 출시 전이다. 매직 리프가 개발한 ‘매직 리프 1’은 개발자용 헤드셋 안경으로, 출시 당시 가격은 2295달러(약 272만 원)였다. 헤드셋 전면부에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 있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렌즈를 통해 실제 세계를 보여주며, 사물이나 벽이 있는 곳에 디지털 이미지가 반응하도록 공간을 구성한다. 헤드셋과 함께 라이트팩과 컨트롤러가 세트로 구성되는데, 헤드셋과 유선으로 연결된 라이트팩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X2 칩셋과 GPU(그래픽스 처리장치)를 탑재한 처리장치다.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하는 AR 안경은 아직까지 5G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해 보여주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과연 5G의 빠른 데이터 전송을 이용한 고품질의 AR 서비스가 가능할지 지켜볼 만하다.

MS 홀로렌즈, 구글 글래스의 행방은?

2015년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1세대 MR 헤드셋 ‘홀로렌즈(HoloLens)’는 부진을 딛고 최근 홀로렌즈2로 거듭났다. 홀로렌즈는 미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홀로그램을 AR에 접목한 MR 기술이다. 최근 전방표시장치(HUD)나 게임, 전시회,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홀로그램이 사용되는 걸 볼 수 있다. 홀로렌즈는 실제 사물의 모습에 전자식 홀로그래피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생성된 홀로그램을 입체적으로 혼합해 보여준다. 

1세대 홀로렌즈는 개인 사용자를 위한 게임이나 아트 앱을 일부 제공했으나, 홀로렌즈2는 개인 사용자가 아닌 기업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홀로렌즈2는 이전 모델보다 시야각이 2배 커졌고 착용감도 더욱 편안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애저(azure) 클라우드 인공지능(AI)과 연결된 동작 감지 센서인 애저 키넥트 센서가 채택돼 실시간 눈동자 추적 기능이 구현됐다. 디스플레이 시스템도 새롭게 바뀌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화 중이다. 

MS보다 일찍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를 선보인 구글은 지난해 2세대 모델로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2’를 발표했다. 구글 글래스는 투명한 안경에 메시지, 사용자의 관심 지점을 강조하는 효과 등을 표시해주는 AR 안경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향상된 프로세서, 카메라, USB-C 포트 등의 구성 요소와 디자인이 개선된 버전이다. 한쪽 눈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는 반투명 광학장치가 안경다리에 장착돼 있다. 안경을 쓰면 이 광학장치를 통해 디지털 정보를 AR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구글이 캐나다의 스마트 글래스업체 노스(North)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스가 개발한 스마트 글래스 포칼(Focals)은 구글 글래스와 달리 초소형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한쪽 다리에 내장시켜 세련되고 웨어러블한 디자인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글에 합병된 이후 포칼2 개발은 중단됐는데, 향후 구글 글래스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2. [구글]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2. [구글]

‘애플 글래스’ XR 시대 열까

미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AR 안경, 일명 ‘애플 글래스’는 향후 2~3년 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글래스 역시 스마트폰에서 안경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로컬 처리를 대폭 줄이고 디스플레이와 센서에 전원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구글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는 기기라면, 애플 글래스는 아이폰의 경험을 강화해주는 기기다. 애플 글래스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사용해 컨트롤러 없이 제스처를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위치 감지 기술과 깊이를 탐지하는 뎁스(Depth) API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있는 실제 장소를 3D 지도로 만들어 원하는 사물이나 배경을 구현할 수 있다. 더욱 몰입감 있는 AR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애플은 광학 서브 어셈블리를 사용해 사용자의 시력에 맞춰 상의 초점을 교정해주는 기능을 특허 받았다. 불투명도를 조절함으로써 특정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거나 밝은 날에 가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특허에서는 안경을 통해 보는 배경을 변경하는 기술을 보여준다. 크로마키 기법과 비슷하게 카메라 이미지 형식을 지정하고 선택한 색상 범위를 감지하며 가상 이미지와 합성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실현될 경우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가 더해지는 MR와 XR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애플은 NBA 및 폭스 스포츠(Fox Sports)에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넥스트VR(NextVR)를 인수했다. 언택트 시대에 스포츠 이벤트도 이제 원격으로 AR로 감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가 일하고 소통하고 즐기는 방식은 XR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화해간다. XR가 발전할수록 디지털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몰입형으로 전환돼 실제 시공간은 큰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인간에게는 또 어떤 자유와 선택이 주어질까.





주간동아 1257호 (p75~78)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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