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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술과 동네의 밀착, 지금은 ‘로코노미’ 시대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37]

  •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홈술과 동네의 밀착, 지금은 ‘로코노미’ 시대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37]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전통주 및 국산 수제맥주 판매점 ‘술술상점’. [술술상점 제공]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전통주 및 국산 수제맥주 판매점 ‘술술상점’. [술술상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지 벌써 반 년.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 소비가 일상어가 되었다. 새벽배송이 없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동네 맛집 음식도 집으로 주문해 먹는다. 소비의 대부분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면 할수록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지고 마는 걸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하나카드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월 매출이 증가한 업종은 1위 자전거, 2위 온라인 쇼핑몰, 3위 정육점, 4위 홈쇼핑, 5위 주류소매점이다. 정육점과 주류소매점. 5개 중 2개가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한 업종이다. 연구소는 “집에서 조리해 먹는 ‘홈쿡’과 집에서 마시는 ‘홈술’ 현상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이 달성할 수 없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은 존재한다. 오프라인에선 구매하자마자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 아무리 빨리 배송해준다고 해도 구매와 동시에 제품을 갖게 되는 건 아니다. 직접 보고 만지면서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더해 주류는 전통주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주류 소매점이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회식 대신 퇴근 후 귀갓길에 술을 한두 병씩 사가는 사람이 늘자, ‘동네 술가게’가 등장한 것이다.

상황과 기분에 맞는 전통주 추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전통주 판매점 ‘현지날씨’. [현지날씨 제공]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전통주 판매점 ‘현지날씨’. [현지날씨 제공]

서울 중구 충무로의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술술상점’은 전통주 전문숍이다. 작은 공간에 200여 종류의 유명 전통주와 함께 국산 수제맥주를 구비하고 있다. 전통주 가게라고 하면 왠지 고즈넉할 것 같은데, 이곳은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뽐낸다.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하다.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인 ‘막걸리학교’가 청년 창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술 상점이다. 전통주 전문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소비자 취향에 맞는 인생 술을 추천해준다. 



장기 숙성 약주와 청주, 무감미료 프리미엄 막걸리, 증류식 소주 및 브랜디, 한국 와인, 국산 수제맥주…. 어떤 술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큐레이터에게 문의하면 된다. 홈술용, 야외용, 파티용, 축하용 등 용도에 맞는 전통주를 추전해준다. 시음도 해볼 수 있다. 이곳에서 구매한 술을 가지고 몇몇 남산한옥마을 인근 식당에 가면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혜택도 누릴 수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현지날씨’도 요즘 인기가 많다.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에서 만나 결혼한 한종진·김현지 부부가 운영하는 전통주 보틀숍이다. 아내 이름과 비 오는 날엔 막걸리와 파전을,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와 샴페인을, 가을에는 햅쌀로 빚은 술을, 그리고 겨울에는 따뜻한 모주(母酒)를 마시는 술 문화에 착안해 가게 이름을 정했다. 150여 종의 전통주를 매달 바꿔가며 판매한다. 현지날씨는 다양한 전통주 정보는 물론 방문하기 좋은 양조장과 술에 잘 어울리는 안주 또한 소개한다. 상호에 걸맞게 손님의 기분에 맞춘(?) 전통주도 추천해준다.

현지날씨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다. 1인당 5000원만 내면 최대 5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직접 음식을 가져와도 되고, 배달음식을 주문해도 된다. 가게주인 부부의 최종 목표는 양조장을 세워 우리 농산물로 좋은 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청담동에 등장한 ‘내추럴 와인’ 전문 상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내추럴 와인 전문숍 ‘내추럴 보이’. [내추럴 보이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내추럴 와인 전문숍 ‘내추럴 보이’. [내추럴 보이 제공]

최근 국내에서도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내추럴 와인이란 포도와 포도 껍질에 붙은 자연 효모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도 빼지 않은 와인을 말한다. 자연 그대로의 와인을 최대한으로 구현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내추럴 와인은 다양한 천연균이 색과 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보통의 와인보다 훨씬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다. 하지만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다보니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한 ‘내추럴 보이’는 고려대 최초의 와인동아리 회장이었던 정구현 씨와 보이차 전문가 이현주 씨가 운영하는 내추럴 와인 전문숍이다. 3만 원대부터 100만 원이 넘는 것까지, 오직 내추럴 와인만 200종 넘게 취급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서너 종의 내추럴 와인을 시음해보길 추천한다. 시음 와인은 매주 달라진다. 와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세 곳의 술가게는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에 입점한 곳이 아니다. 명동, 홍대 앞, 강남역 등 서울 대형 상권에서도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주택가 가까운 골목에, 작은 규모로 존재한다. 그런데 요즘 소비자는 이러한 편안함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아서, 우리 집이나 사무실과 가까워서 오히려 즐겁고 편안한 기분으로 접근하는 듯하다. 현지날씨와 내추럴 보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증가를 경험하고 있으며, 술술상회는 요즘 같은 술 소비 트렌드라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에 최근 문을 열었다. 

‘포스트(post) 코로나’보다는 ‘위드(with) 코로나’가 더 많이 언급되는 요즘이다. 소비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거대 상권이 해체되고 있다지만, 동네 골목에 자리한 가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특히 그 가게가 자신만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전문성을 갖춘 큐레이터를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소비자는 기꺼이 찾아와줄 것이다. 홈술과 혼술이 동네와 밀착하면서 로코노미(Local+Economy) 시대가 열리는 게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주간동아 1252호 (p62~64)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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