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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소주병 전쟁’

“ ‘청하’ 빈병 돌려주잖나” vs “공용 소주병 아니라 못 줘”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소주병 전쟁’

공용 소주병과는 다른 디자인을 채택해 롯데주류 측과 빈병 수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진로이즈백’.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공용 소주병과는 다른 디자인을 채택해 롯데주류 측과 빈병 수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진로이즈백’.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난데없이 ‘소주병 전쟁’이 한창이다. ‘처음처럼’의 롯데주류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진로이즈백’의 재활용 빈병 350만 병을 수거했지만 하이트진로에 돌려주지 않아서다. 왜 롯데주류는 남의 회사 소주병을 수거했고, 또 돌려주지 않는 걸까. 왜 하이트진로는 경쟁사가 소주병을 수거해가도록 내버려둔 걸까.


개당 150원 … ‘소주 빈병’은 귀한 몸

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참이슬 병은 2010년부터 전국 소주 제품의 공용병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참이슬 병은 2010년부터 전국 소주 제품의 공용병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소주병 가격은 새 것 기준으로 개당 150원가량. 소주의 원가, 즉 세금을 제외한 공장도가격이 병당 45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주병은 소주 원가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마케팅 및 관리비, 생산설비 상각비를 제외한 원재료 비용 부문에서 소주병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귀한’ 재원인 것이다. 

현재 소주병은 공용병 디자인을 정해놓고 10여 개 소주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한다. 2003년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도입돼 포장재를 사용하는 회사에 폐기물을 일정량 이상 재활용할 것을 의무화하면서 소주업계가 공용병을 쓰기로 한 것. 도입 초기에는 디자인이 약간씩 다르더라도 키와 용량(360㎖)만 맞으면 제조사에 관계없이 소주병을 재활용했다. 그런데 생산설비에 오류가 나기도 하고 다른 제조사의 소주병을 사용하다 보니 이질감을 호소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당시 가장 많이 팔리던 ‘참이슬’ 병으로 2010년부터 디자인을 통일하기로 했다. 

헌 소주병을 세척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병당 50원으로 새 소주병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척하지 않고 파쇄해 재활용한다면 150원이 든다. 따라서 주류회사는 세척 재활용을 적극 활용한다. 소주병만 놓고 보자면 오늘은 참이슬인 소주가 내일은 처음처럼이 될 수 있는 셈. 2010년 공용병을 도입한 후에도 그 전에 생산된 소주병이 유통됐다. 그중에는 제조사명을 양각이나 음각으로 소주병에 새겨놓은 것들도 있어, 제품 라벨은 처음처럼인데 소주병은 참이슬인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거 가짜 소주 아니냐”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주병 수명이 3~5년이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공용병을 사용하다 보니, 남의 회사 소주병을 제 주인에게 가져다줄 필요가 없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빈병을 수거할 때도 처음처럼이니 참이슬이니 구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무엇보다 파손이 적다. 유리로 만든 소주병은 주로 이동할 때 깨지는데, 공용병 도입으로 이동 횟수가 줄다 보니 더 많이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과거 6~7회 재활용되던 소주병이 최근에는 9회까지 재활용되기도 한다. 맥주 역시 2009년부터 공용병이 도입돼 과거 9회에서 최근 15~20회까지 재활용되고 있다. 



수집된 빈병은 우선 소주 제조공장에서 선별 과정을 거친다. 담배꽁초가 들어간 병, 파손된 병, 기름이 묻은 병 등은 파쇄돼 유리병 원료로 쓰인다. 합격 판정을 받은 빈병은 재활용 공정에 들어간다. 제일 먼저 세척 용액을 푼 고온의 물(70~80도)에 빈병을 30~40분간 삶는다. 이후 헹구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 다음 카메라 6대가 부착된 공병검사기(Empty Bottle Inspector)로 병 입구부터 바닥까지 촬영한다. 이때 작은 이물이라도 발견되면 경고등이 켜지고 제조라인에서 제거된다. 다음은 카메라 9대가 부착된 완제품병검사기를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이물질이 있는지, 병 표면에 미세한 상처가 있는지 등이 체크된다. 마지막으로 밝은 조명 아래서 숙련된 검사자들이 육안으로 꼼꼼하게 검사한 후 출고한다.


많게는 9회까지 재활용

유통업체에서 수거돼 소주공장으로 가는 빈병은 많게는 9회까지 재활용된다. [채널A 캡처]

유통업체에서 수거돼 소주공장으로 가는 빈병은 많게는 9회까지 재활용된다. [채널A 캡처]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해도 문제가 있는 소주병이 모두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100만 분의 1’의 확률로 이물 혼입이 신고된다고 한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14년부터 매년 ‘소주, 맥주 빈병에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라는 홍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이물질 신고 건수가 2015년 22건을 나타낸 이래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세척하기 어려운 이물질이 하나 있다. 참기름이다. 소주병을 참기름병으로 재사용한 경우 참기름 냄새가 100만 분의 1 확률로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참기름 냄새가 나는 소주를 만나는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됐다면 판매점 또는 제조사에 문의해보도록 하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수거한 빈병을 제조사로 보낸다. 유통사는 다양한 제조사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빈병을 제조사별로 나눠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롯데주류에 참이슬 빈병이, 하이트진로에 처음처럼 빈병이 들어가는 것이다. 디자인과 크기가 똑같아 제조사 입장에서도 곤란할 일은 없다. 

그런데 진로이즈백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뉴트로(New+Retro)를 표방한 진로이즈백은 녹색병이 아닌 하늘색이 도는 투명한 병에 디자인도 달라 처음처럼은 물론, 참이슬에도 재활용할 수 없다. 롯데주류로서는 ‘쓸모없는’ 진로이즈백 빈병을 하이트진로에 돌려줘야 하는데, 여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잠깐 딴 얘기로 빠지자면 소주병이 녹색이 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월’이라는 소주회사가 만든 ‘그린소주’가 처음으로 녹색병에 소주를 담아 히트를 치자 녹색병이 소주의 대명사로 굳어졌다. 그리고 녹색병이 가장 많이 생산되다 보니 가격도 저렴했고, 그래서 다들 소주에 녹색병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롯데주류는 진로이즈백의 병이 2009년 합의한 공용병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협약 위반이라며 자사 공장에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진로이즈백이 4월 출시됐으니 6개월 만에 350만 병이 모였다. 하이트진로로서는 빈병이 수거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로이즈백은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한 만큼 기존 소주병보다 가격이 20%가량 비싸다. 새 소주병 발주는 비용 때문에 어렵고, 공병은 들어오지 않으니 하이트진로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 측은 “돌려받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의 ‘청하’ 빈병이 자사 공장으로 들어오면 롯데주류에 이를 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주류의 생각은 다르다. 청하는 소주가 아닌 청주라 애초에 소주 공용병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학’ ‘금복주’도 공용병이 아닌 병에 담겨 판매된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빈병은 수량이 별로 많지 않아 큰 문제가 아니다. 반면 진로이즈백은 출시 몇 달 만에 생산량이 1000만 병을 넘겼다. 진로이즈백 빈병 관리에 품이 많이 든다는 롯데주류 측의 말도 사실이다.


소주의 다양화 흐름에 맞춰 새로운 합의 필요

한국 술은 늘 똑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같은 소주여도 병 디자인이 다양해지는 것은 한편으로 잘된 일이다. 실제로 진로이즈백의 반응이 좋은 것도 소비자들이 ‘늘 같은 소주’에 질렸기 때문일 수 있다. 앞으로 다양화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새로운 소주가 새 병에 담겨 나온다면 제2, 제3의 소주병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공용 디자인 이외의 소주병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제조사 사이에 필요하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모쪼록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


빈병 그냥 버린다? ‘병테크’ 등장!
일본은 맥주병 하나를 30년간 재활용
[동아DB]

[동아DB]

40대 이상에게는 어릴 적 빈병을 주워와 과자나 엿으로 바꿔 먹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제도화된 시기가 1985년. 술값에 병 재활용 가격을 포함시킨 ‘빈병 용기 보증금 제도’다. 제도 도입 초기에 빈병 가격은 맥주병 50원, 소주병 40원이었다. 이 가격이 30년 넘게 지속되자, 물가상승으로 그 가치가 떨어져 병 수거가 잘 되지 않았다. 이에 2017년부터 맥주병은 130원, 소주병은 100원으로 인상됐다. 덕분에 다시 빈병 수거가 활성화되면서 빈병 재사용률이 85%에서 95%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병테크’라는 말도 등장했다. 2인 가족이 1년에 소비하는 소주와 맥주는 총 400병가량. 빈병을 알뜰하게 되팔면 연간 4만 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빈병 재활용률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한국은 맥주병을 5~8년간 재사용하는 데 비해 일본은 30년간 재사용한다. 보증금 제도를 운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활발하게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9.10.18 1210호 (p72~74)

  •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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