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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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멘털 탄탄한 한국 선수들을 믿는다!

편파 판정 홍수 속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 베이징=강 산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기자

    입력2022-02-1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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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7일 중국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황대헌(맨 앞)이 질주하고 있다. [뉴스1]
황대헌은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2월 7일 중국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황대헌(맨 앞)이 질주하고 있다. [뉴스1] 황대헌은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그럼 그렇지. 예상했다. 예상했어.”

    기자는 1월 31일부터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중국 베이징을 현지 취재하고 있다. 모든 올림픽 관계자를 ‘폐쇄형 고리’에 몰아넣고, 외부와 차단해놓은 답답한 환경.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요소는 한국 선수단의 메달 획득이라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메달밭으로 불리는 쇼트트랙에서 중국 측 ‘장난’에 올림픽이 들썩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다행스럽게 2월 9일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황대헌이 한국 선수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메달레이스 첫날인 2월 5일 기자는 일찍부터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가 열리는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으로 향했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유력시되는 종목이기에 그 현장을 생생히 담고 싶었다. 그러나 한국은 준준결선에서 아쉽게 탈락했고, 쇼트트랙 첫 금메달의 주인이 누가 될지를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다. 또 중국의 메달 여부에 따라 2018 평창겨울올림픽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이던 김선태 현 중국 감독과 한국 쇼트트랙 레전드였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중국 기술코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에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모두가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혼성계주 준결선 2조에서 3위로 골인했다. 이 순위대로면 결선 진출 실패였다. 그러나 심판진은 10분 넘도록 비디오를 돌려 본 뒤 4위로 들어온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2위 미국의 실격을 선언했다. 3위였던 중국이 2위가 돼 결선에 올랐다.

    기막힌 추월 기술을 반칙으로 선언

    2월 7일 중국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왼쪽)와 중국 런지웨이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산도르의 실격 판정으로 런지웨이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뉴스1]

    2월 7일 중국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왼쪽)와 중국 런지웨이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산도르의 실격 판정으로 런지웨이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뉴스1]

    그런데 아뿔싸!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ROC와 미국은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기에 실격 판정이 타당했지만, 중국도 페널티를 받아야 마땅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이 ‘중국은 실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ISU 규정집의 계주 경기규칙 3.c에 따르면 선수 간 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다. 혼성계주 규정 p를 봐도 “다른 팀의 선수로 인해 터치에 방해를 받았다면, 반 바퀴를 더 돌고 교대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ROC에 페널티가 주어진 과정에서 선수 간 배턴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교대를 준비하던 중국 선수가 ROC 선수와 접촉이 있었는데, 이를 배턴터치로 착각하고 그대로 레이스에 진입한 것이다. 2바퀴를 더 돌 때까지 선수 간 배턴터치가 없었음에도 ‘무사통과’됐고, 결선에 올라 금메달까지 따냈다.



    현장에선 “이제 (중국 텃세가) 시작됐다”는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김선태 중국 감독은 “판정은 심판이 한다”고 말했다. ISU 규정을 인지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최고참 곽윤기는 다음 날(2월 6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그 규정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과연 (결선에) 올렸을까”라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네덜란드 선수들도 중국 포함 세 팀이 실격 처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비디오 판독이 길어져 설마 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이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이후부터 텃세에 대한 우려는 끊이질 않았다. 특히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이 2위로 들어온 뒤 실격 처리된 일도 있어 한국 선수단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선수들이 출국 전부터 “실격 여지를 주지 않는 압도적 스케이팅을 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곽윤기가 한국과 관련 없는 경기였음에도 울분을 토한 것은 우리 선수들 역시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 우려는 바로 다음 날인 2월 7일 남자 1000m에서 현실이 됐다. 남자 1000m 준결선에 오른 황대헌(강원도청)이 1조 1위, 이준서(한국체대)가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페널티를 받은 것이다. 앞선 준준결선에서 박장혁(스포츠토토)이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의 반칙으로 우다징(중국)의 스케이트 날과 충돌해 손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것도 석연찮다. 황대헌은 2명의 중국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극한의 환경에서 접촉 없이 인코스 추월에 성공했지만, 심판진은 기막힌 추월 기술을 반칙으로 선언했다. 두 선수 모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준서는 뒤늦게 레인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4위로 달리던 중국 선수가 3위 리우 샤오앙(헝가리)을 밀었고, 이준서는 둘의 싸움에 오히려 피해를 본 셈인데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 종목 예선에서 지그재그로 상대를 추월하는 기술을 뽐낸 이준서가 껄끄러웠는지, 심판진은 이해 못 할 선택을 했다. ISU 국제심판이자 대표팀 지원단장인 최용구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황대헌의 상황을 보자. ‘뒤늦은 부정 추월로 접촉이 발생하는 경우 실격’이라는 규정이 있는데, 황대헌은 접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격을 주지 않는 게 맞다. 그리고 (이준서의) 영상을 분석해보니 헝가리와 중국 선수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악 상황에서 최선 다하는 한국 선수들

    한국 선수단이 경기 직후 심판진에게 항의하고, ISU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서한을 발송하는 등 조치를 취한 것도 판정이 잘못됐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중국의 도를 넘는 편파 판정에 대해 많은 이가 알 수 있도록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윤홍근 대한민국 선수단장은 2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는 국제 빙상계 및 스포츠계에 판정에 따른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은 청춘을 바쳐가며 4년간 지금의 자리를 준비해왔다”며 강경 대응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는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또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윤 단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측에 즉각적인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스포츠에선 페어플레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겠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제 스포츠계 윤리도 지속해서 강조할 계획이다. 상황을 더 보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 공기는 상당히 무거웠다.

    남은 일정이 산더미다. 쇼트트랙 9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남아 있다. 시작부터 중국 텃세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한국 선수들은 충분히 실력으로 중국을 넘어설 수 있다. ‘조작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압도적 실력으로 접촉조차 없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중국 텃세를 충분히 인지하고 훈련을 진행한 만큼 선수들이 실력으로 웃는 날이 올 것이다. 선수단 철수 또는 보이콧을 선언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선수들의 기량과 멘털을 믿기 때문이다. 최악의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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