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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500달러 못 버는 ‘40억 명 저소득층’ 기업 먹여살린다

원조 대상 아닌 비즈니스 타깃으로 인식 바뀌어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年 1500달러 못 버는 ‘40억 명 저소득층’ 기업 먹여살린다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9개국 저소득층 인구만 30억 명에 이른다. [GETTYIMAGES]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9개국 저소득층 인구만 30억 명에 이른다. [GETTYIMAGES]

두 달여 후 2022년이 시작된다. 많은 기업이 신년 사업계획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기업 환경 탓에 어떻게 활로를 모색할지 난감해하는 곳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인류의 상당수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차상위계층(최하위계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바로 위 저소득층)으로 밀어냈다.

세계 인구 78억 명 가운데 10억 명이 현재 빈민가에 거주한다. 전체 도시 거주자 4명 중 1명꼴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61%가 비공식적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이의 경제적 위치가 열악해짐에 따라 기업 활동 또한 더더욱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다국적기업은 오히려 저소득계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 공급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이익 받던 BOP

흔히 빈곤층 대상 비즈니스를 ‘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 사업’이라고 부른다. 1998년 미국 프라할라드(C. K. Prahalad) 미시건대 교수와 스튜어트 하트(Stuart L. Hart) 코넬대 교수가 처음 만든 개념이다. BOP는 소득 피라미드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계층을 가리킨다. 1인당 연간소득 3000달러(약 352만 원, 1일 8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빈곤층이다. 전 세계 인구 중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500달러(약 176만 원, 1일 4달러) 미만인 인구가 40억 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중동 포함) 71.5%(28억6000만 명), 아프리카 12.3%(4억9000만 명), 남미 9.0%(3억6000만 명), 동유럽 6.3%(2억5000만 명) 순이다.

일견 저소득층이 인구수는 많을지 몰라도 구매력이 있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일례로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9개국 국민의 저소득층 인구 총합은 30억 명인데, 이들의 구매력 기준 GDP 합계는 12조5000억 달러(약 1경4648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구매력 기준 GDP 합계보다 크다.

저소득층 시장 규모가 이처럼 크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해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BOP 시장을 비즈니스 대상이 아닌, 원조 대상으로 분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사회문제로 ‘빈곤으로 인한 불이익(Penalty of Poverty)’이 생겨났다. 많은 기업이 빈민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시장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히려 빈민층 지역의 제품 가격이 더 비싸지는 현상, 즉 빈곤으로 인한 불이익이 생긴 것이다. 실제 인도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에 비해 빈민층 지역의 생필품 가격이 10%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 아니라 빈민층 지역에서 은행 대출 등을 받을 때 다른 지역 거주자들에 비해 더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는 불이익도 받고 있었다.



저소득층 위한 제품 출시로 삶의 질 높여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대용량 구매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낱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생필품 마트 모습. [GETTYIMAGES]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대용량 구매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낱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생필품 마트 모습. [GETTYIMAGES]

이러한 현실 판단 아래 최근 저소득층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로 굳이 장사를 해야겠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는 브라질 현지 기업 까자스 바이아(Casas Bahia), 브라데스코(Bradesco)와 함께 브라질 빈민촌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빈민촌에서는 대용량 구매가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낱개로 판매한 것이다. 또 프록터&갬블(P&G)은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빈민촌 주민들에게 정수기를 판매하는 대신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분말을 개발, 판매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방충제 성분이 포함된 실용적인 모기장을 개발해 50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 제품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저소득 계층에게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지닌다. 우리 생각과 달리 저소득층은 신제품 정보 전달력이 매우 높은 편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난시청대가 많아 TV,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기 힘들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제품군이 새로이 출시돼도 관련 정보가 부재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소득 계층에게는 스마트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할 기회를 얻으려면 외부와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소득 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 변화로 저소득층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 정보를 쉽게 얻게 되면서, 적절한 유통망만 구축할 경우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앞서 열거한 것처럼 BOP 시장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저소득층 집단에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진 기업인이 있다면 큰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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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12호 (p48~49)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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