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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우두머리, 탈레반 ‘대장’에 충성 서약

“지금 아프간은 테러리스트들의 라스베이거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알카에다 우두머리, 탈레반 ‘대장’에 충성 서약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아프간 낭가하르주에서 훈련하는 모습. [Khaama Press]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아프간 낭가하르주에서 훈련하는 모습. [Khaama Press]

2011년 당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왼쪽)과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 [위키피디아]

2011년 당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왼쪽)과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 [위키피디아]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우두머리다. 2011년 4월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미군에 사살된 이후 지금까지 알카에다를 이끌어왔다. 이집트 외과의사 출신인 자와히리는 빈라덴과 함께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결성했다. 알카에다는 아랍어로 ‘기지(基地)’라는 뜻이다. 당시 알카에다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맞서 싸운 이슬람 의용군들(무자헤딘)의 연대 조직이었다. 하지만 이후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이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에 군대를 상주시키자 알카에다는 반미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평범한 학자에서 무슬림의 에미르로

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각종 테러 공격을 기획해온 최고전략가다. 빈라덴과 함께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테러 공격을 주도한 자와히리는 1999년 이집트 법원에서 궐석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자와히리는 2001년 9·11 테러를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했다. 9·11 테러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2001년 9월 11일 항공기 4대를 납치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110층짜리 쌍둥이 건물인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펜타곤)에 자살 공격을 감행한 사건이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고 국방부 건물 일부도 부서졌으며, 3000여 명이 사망하고 2만5000여 명이 부상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 전쟁’을 선언했으며 2001년 10월 7일 알카에다를 소탕하고 이를 비호해온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자와히리는 미군의 추격을 피해 지금까지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은신해왔다.

자와히리는 2016년 8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탈레반의 최고지도자가 되자 충성을 서약했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는 2013년 4월 미군의 공습으로, 후계자인 아크타르 만수르 또한 2016년 5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아쿤드자다는 탈레반 최고지도자가 되기 전까지 15년간 파키스탄 남서부 지역에서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는 평범한 학자였다. 이 때문에 아쿤드자다는 탈레반에서 지위가 공고하지 않았지만 자와히리의 도움으로 최고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당시 자와히리는 아쿤드자다를 ‘무슬림들(이슬람 신자들)의 에미르(통치자)’라고 칭송했다.

아쿤드자다는 그동안 탈레반의 정치·종교의 최종 결정을 내려왔다. 탈레반의 대외 활동은 정치 부문 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맡고 있다. 바라다르는 오마르와 함께 탈레반을 만들었다. 빈라덴과 자와히리는 1999년 미국의 수배로 아프간에 피신했을 때부터 오마르, 바라다르와 친분을 맺었다.

자와히리는 또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인 와지리스탄 지역에 숨어 지낼 때 탈레반의 연계단체 ‘하카니 네트워크’를 창설한 잘랄루딘 하카니와도 교류했다. ‘아프간 마피아’로 불리는 하카니 네트워크는 하카니라는 성을 가진 씨족들이 뭉친 조직이다. 탈레반에서 장관직을 지냈으며 빈라덴의 친구이기도 했던 잘랄루딘이 2018년 지병으로 사망한 후 아들 시라주딘이 조직을 승계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그동안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연락책 역할을 해왔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빈라덴이 아프간에서 탈출할 때 이를 지원했고,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피난처와 훈련 등을 제공했으며, 각종 테러 사건을 배후 조종했다. 특히 잘랄루딘의 동생이자 시라주딘의 삼촌인 칼릴은 하카니 네트워크의 실질적 지도자다. 칼릴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수도 카불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탈레반 카불 치안 책임자 칼릴 하카니(오른쪽)가 이슬람 사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NDTV]

탈레반 카불 치안 책임자 칼릴 하카니(오른쪽)가 이슬람 사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NDTV]

“알카에다가 돌아올 수 있다”

알카에다는 미국이 철군하고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차지하자, 본격적으로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알카에다는 그동안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서 은밀하게 활동해왔다. 조직원들은 500여 명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은 아프간 점령 이후 바그람의 옛 미국 공군기지에 수용돼 있던 재소자 5000여 명을 석방했는데, 이 중에는 알카에다 및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군 철수 후 알카에다의 핵심 그룹이 미국 본토에 위협을 가할 수준으로 부활하는 데 18∼24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제 테러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탈레반이 아프간을 급속도로 점령해 알카에다 같은 테러 단체들이 당초 예상한 2년보다 빨리 아프간에서 재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또한 “알카에다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무기와 자금은 물론, 각종 편의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탈레반에 대항하는 암룰라 살레 전 아프간 제1부통령은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차이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차이 같다”며 “상표를 떼면 어느 것이 코카콜라고 어느 것이 펩시콜라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 테러감시단체 SITE 인텔리전스 그룹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친(親)카에다 사이트에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환호하며 승리를 축하하는 글을 대거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을 비롯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속속 아프간으로 집결하고 있다. 6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개월 동안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 중국 등에서 1만 명에 달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아프간으로 이동했다. 모하메드 알리 전 아프간 정부 관리는 “지금 아프간은 테러리스트들의 라스베이거스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선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알카에다를 비롯해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테러 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라이언 크로커 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의 아프간 철군과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9·11 테러를 또다시 우려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에게 희망을 심어줬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하디즘’(Jihadism: 성전주의)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프간을 거점 삼으려는 IS

실제로 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lamic State Khorasan·IS-K)이 카불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감행한 자살폭탄테러는 ‘제2의 9·11 테러’ 발생을 예고하는 일종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호라산은 이란 동부, 중앙아시아, 아프간,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옛 지명을 말한다.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AQI)였던 IS는 알카에다와 결별한 후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지만 미군과 국제동맹군에 밀려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후 다른 국가들로 진출한 IS는 2015년 1월 아프간에 IS-K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IS-K의 조직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500명에서 수천 명 정도로 추정된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아프간에는 IS 테러범 4000여 명이 활동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IS-K는 탈레반과 같은 수니파 무장 조직이지만, 서로 지향하는 노선과 목표가 다르다. 특히 IS-K는 탈레반이 미국 등 서방과 협상해온 것을 배교행위로 간주한다. 탈레반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국가를 아프간에 세우고자 하지만, IS-K는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도 신정일치 이슬람 국가를 세우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무력 투쟁을 벌이겠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IS는 이를 위해 아프간을 자신들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과 IS는 아프간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게다가 알카에다도 IS와 이슬람 극단주의의 정통성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알카에다와 IS가 서방국가에 대한 테러 공격을 더욱 과감하게 감행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테러 공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안보부는 “9·11 테러 20주년이 외국 테러 조직에 공격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알카에다는 최근 4년 만에 영문판 잡지 ‘인스파이어’를 발간했는데, 이는 외국 테러 조직이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기 쉬운 이들을 자극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 국토안보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테러 조직이 이용할 수도 있다”면서 “극단주의자들은 미국의 공중보건 제한 조치 재조정 가능성을 테러 실행 근거로 판단할 수 있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 의도는 ‘9·11 테러 시대’를 종식하고 미국의 힘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집중시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간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인큐베이터’가 될 경우 자칫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제2의 9·11 테러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주간동아 1305호 (p56~58)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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