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0

2021.07.30

대만 3대 好材, 1인당 GDP 한국 추월한다

리투아니아 대표부 설치·코로나19 백신 개발·TSMC 반도체… 차이 총통 리더십 타고 훨훨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1-08-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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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리투아니아 대표처 설치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리투아니아 대표처 설치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대만 정부가 리투아니아에 사실상 대사관인 대표부를 설치한다고 발표해 중국 정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7월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台灣代表處)를 개설한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과 수교한 국가들에 단교할 것을 압박하거나 경제 지원을 하는 등 회유해왔다. 이 때문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16년 집권한 이후 7개국이 외교관계를 끊으면서 대만 수교국은 15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자 대만과 수교한 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 공급도 거부해왔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에 속수무책이던 대만 정부가 리투아니아에 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은 ‘외교적 쾌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反러시아·중국 정책 펴는 리투아니아

    더욱 주목할 점은 대만 정부가 리투아니아 대표부의 영문 명칭(The Taiwanese Representative Office in the Lithuania)을 기존 ‘타이베이(Taipei)’ 대신 ‘타이완(Taiwan)’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수교한 국가들은 대만이 자국에 민간 교류 명목으로 대표부를 설치할 때 중국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식해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쓰게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리투아니아 정부의 ‘타이완’ 명칭 허용은 대만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타이완 명칭 사용은 리투아니아가 처음이다. 대만은 그동안 중국의 반대로 올림픽에도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으로 참가해왔다. 대만 정부는 올해 들어 국명 ‘REPUBLIC OF CHINA(중화민국)’ 대신 ‘TAIWAN’으로 표기된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중국과 국명 혼동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독립 의지를 보이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68만여 명으로, 중국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 3국’에 속하며,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9년 8월 23일 체결된 독일과 소련의 불가침 조약(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에 따라 옛 소련에 강제 합병된 바 있다. 리투아니아는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중국과 수교했지만 최근 들어 반중(反中) 노선을 보여왔다. 올해 초 대만에 무역대표부 설치 계획을 밝힌 데 이어, 5월에는 ‘17+1’로 불려온 중국-중·동유럽 국가 협력체(China-CEE·CEEC)에서도 탈퇴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견제하고자 CEEC의 중·동유럽 17개 회원국과 매년 정상회의를 가지며 경제협력을 강화했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해왔다. 리투아니아가 CEEC에서 탈퇴한 것은 중국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5월 20일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지난해 10월 집권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반러시아·반중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소련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리투아니아 국민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에 상당한 반감을 보이는 것은 물론,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라는 또 다른 호재에도 환호하고 있다. 대만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방역 모범국이라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5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대만 정부는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미국과 일본 정부가 대만 정부에 600만 회분의 백신을 기부하면서 백신 부족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현재 대만 인구 2385만여 명 중 한 차례 백신을 접종한 비율은 20%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와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도 힘을 보탰다. 최근 미국 화이자사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사가 공동개발한 백신의 대만 내 독점 공급권을 가진 중국 제약사를 통해 1000만 회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 대만의 불교재단 츠지(慈濟)자선사업기금회 역시 중국 제약사와 500만 회분 백신 구매 계약을 맺고 정부에 기부할 계획이다.



    대만 제약사 코로나19 백신 생산 허가

    대만 제약사 가오돤백신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CNA]

    대만 제약사 가오돤백신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CNA]

    하지만 대만 정부는 백신 확보를 좀 더 확실히 하고자 자국 제약사 가오돤백신(高端疫苗·MVC)이 개발한 백신의 긴급 사용·생산을 허가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공동개발한 이 백신(MVC-COV1901)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단백질 항원을 몸에 넣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합성 항원 백신의 일종이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의 백신과 같은 종류다. 가오돤백신은 8월 초 일부 물량을 공급하고 연내에 1000만 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백신은 아직 임상시험 3상을 완료하지 않았지만 대만 식품의약청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해 항체 반응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차이 총통은 이 백신을 가장 먼저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의 의도는 자국산 백신 개발을 통해 중국의 압박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것이다.

    대만은 또 TSMC 덕분에 경제호황이라는 호재도 맞고 있다. TSMC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3721억 대만달러(약 15조3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순이익은 1344억 대만달러(약 5조5300억 원)로 같은 기간 11.1%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9.1%에 달한다. TSMC는 가뭄과 코로나19 확산 등에도 애플, 인텔,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를 상대로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메모리 제외)이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TSMC의 올해 매출액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TSMC의 매출 내용을 보면 7㎚(나노미터)가 전체의 31%, 5㎚는 18%를 각각 차지하는 등 첨단 공정 제품이 절반 가까이 된다. TSMC는 내년부터 3㎚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며, 연내에 2㎚ 시범 생산라인도 구축하는 등 초격차 전략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을 석권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6%로 압도적 1위이며, 삼성전자가 18%,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와 대만 UMC가 각각 7%로 뒤를 따르고 있다.

    TSMC는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반도체 생산량을 전년 대비 60% 늘렸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30% 많은 수준이다. TSMC는 또 미국, 일본과 이른바 ‘반도체 3각 동맹’을 맺고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대만 TSMC 5나노미터 생산 공장 모습. [TSMC]

    대만 TSMC 5나노미터 생산 공장 모습. [TSMC]

    지난해 GDP 성장률 사실상 세계 최고 기록

    대만 행정원 예산담당 부처인 주계총처(主計總處)는 3대 호재 덕분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를 4.64%보다 0.82%p 높은 5.46%로 상향 조정했다. 이 수치는 2010년 10.25%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만 경제가 2022년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의 지난해 GDP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중국의 2.3%를 넘어서 3.11%라는 사실상 세계 최고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1인당 실질GDP는 앞으로도 경제가 순항할 경우 2025년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9년 기준 대만의 1인당 실질GDP는 2만5936달러로 세계 39위, 한국은 3만1846달러로 세계 32위다. 한국은 2003년부터 1인당 실질GDP에서 대만을 앞질러왔다.

    대만 경제가 잘나가는 이유는 차이 총통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그동안 중국의 강력한 압박에 맞서 ‘신남향정책’을 추진하는 등 경제발전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추진해왔다. 차이 총통은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중국에 투자했던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특히 차이 총통은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협력 관계도 더욱 강화해왔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5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6곳을 건설하기로 했다. 대만은 또 2016년 이후 중단된 미국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최근 재개했다. 한때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으로 주목받다 중국의 부상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됐던 대만이 차이 총통의 리더십으로 다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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