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9

2020.12.18

코로나 초기부터 입국통제한 대만, 경제성장률도 中 2%보다 높아져

선제 대응과 생활방역 운동 뒷심, 세계가 주목

  •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12-16 1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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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자전거 제작업체인 대만 자이언트 직원들이 공장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CNA]

    세계 최대 자전거 제작업체인 대만 자이언트 직원들이 공장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CNA]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인 대만의 자이언트는 각국에서 주문한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자전거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세계 자전거 시장을 주도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 자전거를 대량 생산해왔고 대만 업체들은 고품질 고가모델과 전기 자전거를 제작해 수출해왔다. 그런데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에서 대중교통을 피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체육관과 같은 집단시설에서 운동을 할 수 없다보니 야외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자전거를 타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재택근무로 인해 신체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걷기와 함께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장했다. 이에 따라 자전거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대만과 중국의 자전거 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봉쇄 조치를 내렸고, 중국 업체들은 상당기간 공장 가동을 중지해야만 했다. 반면 대만 정부는 철저한 예방 조치와 국경 통제 등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 덕분에 대만 업체들은 한 번도 생산을 멈춘 적이 없다. 대만 업체들은 각국의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만의 올해 전기 자전거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만 경제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에 힘입어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 대만에선 기업들과 국민들이 전면봉쇄나 부분봉쇄를 시행해온 다른 국가와 달리 평소 같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이 재택근무 등 비대면 경제활동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노트북 컴퓨터, 데스크 탑 PC, 게임기, 스마트폰, 핸드셋 부품, TV 등 각종 전자제품과 반도체 및 자전거 등 생활용품까지 대만 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는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1% 증가한 454억 달러(약 50조 원)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 미디어텍의 올해 매출액도 전년 대비 35% 증가한 108억 달러(약 12조 원)로 전망된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 대표는 “재택근무 등 언택트 확산으로 노트북과 다른 전자 기기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며 “대만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대만 국민들도 ‘방역 신생활운동’에 따라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의 ‘생활 속 방역’과 같은 개념이다. 이 용어는 장제스 전 총통과 영부인 쑹메이링 부부가 국공(國共)내전에서 패퇴해 대만 섬으로 쫓겨 오기 전에 대륙에서 광범위하게 전개했던 생활계몽운동인 ‘신생활운동’에서 따온 말이다.

    대만 국민들은 공공장소에서 체온측정과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의 정부의 지시에 따르면서 철저하게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대만 국민들은 각종 모임과 행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와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식당과 백화점 등을 이용할 수 있고, 국내 여행을 다닐 수 있는데다 호텔 숙박도 제한 없이 할 수 있어 내수 경기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대만의 실업률은 지난 10월 기준 3.78%로 지난해 전체 실업률(3.8%)보다 낮다. 대만 기업들은 호황을 맞아 고용을 대폭 늘리고 있어 올해 전체 실업률은 더욱 내려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대만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에 따른 반사이익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화웨이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살 수 없게 되자 TSMC 등 대만 업체들에 주문을 크게 늘렸다. 올해 11월까지 대만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920억 달러(약 100조 4600억 원)에 달해 대만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공급망)에서 떼어내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는 가운데 중국에 갔던 많은 대만 기업들이 올해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대만은 올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면서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하이테크 제품 수요 증가와 미·중 무역전쟁 때문”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29년 만에 중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만 행정원의 예산 담당 부처인 주계총처(主計總處·통계청)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1.56%에서 2.54%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정하지 않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2%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전망이 맞는다면 대만은 1991년 이후 중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대만은 과거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면서 경제적으로 중국보다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매년 고(高)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특히 대만은 1991년 이후부터는 중국보다 경제성장률에서 높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직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6.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만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3%에 그쳤다.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주요국들 가운데 1위에 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로 예상했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한 의사들에게 감사패를 주고 있다. [CNA]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한 의사들에게 감사패를 주고 있다. [CNA]

    대만 경제가 ‘코로나19 특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차이잉원 총통이 이끌고 있는 정부의 철저한 방역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만의 누적 환자수와 사망자 수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대만에서 1월 22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736명으로 집계됐는데 그 중 해외 유입이 641명으로 국내 확진가가 매우 적다. 100만 명당 확진자는 31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만 전체 인구가 2377만 명인 것을 감안해도 한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보다 적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성적표다. 누적 사망자 수는 7명으로 5월 이후 신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0.3명에 불과하다. ‘K 방역’이라고 전 세계에 떠들어대고 있는 한국 정부로선 대만 정부에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대만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방역에 성공한 비결은 정부의 ‘초강부서’(超强部署·상황을 예상한 강력한 사전 대비)전략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철저한 대책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정부는 1월 23일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를, 이틀 뒤인 1월 25일부터는 자국민의 중국 여행을 중단시켰다. 대만 정부는 2월 6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4일 이내 중국 본토를 비롯해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시켰다. 입국 금지는 중국과 관계된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경제 타격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중국 본토에서 일하는 대만인도 85만여 명에 달하고, 중국 수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대만으로선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 조치였다. 차이 총통과 대만 정부는 전염병 전문가들을 비롯해 의료진 과 수시로 대책회의를 갖고 상황 변화에 따른 각종 조언을 수렴했다.

    차이 총통은 또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원 방역학 박사 출신 천젠런 부총통에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책을 총괄하도록 했다. 실무 책임자이자 의사 출신인 천스중 위생복리부장(보건복지부 장관)도 방역 원칙을 철저하게 실행하는 조치들을 내렸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로나19로 격리 중이던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려고 8초간 복도로 나왔다가 10만 대만달러(약 380만원)벌금이 부과된 것을 들 수 있다. 가혹해 보이지만 예외 없는 원칙 준수라고 볼 수 있다. 대만 정부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을 격리시설에서 집중 관리해 감염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고용주에 인계했다. 이처럼 철저한 입국 통제 및 해외 유입 억제와 함께 국내적으론 광범위한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접촉자를 추적·격리 조치를 해왔다. ‘국민 영웅’이라는 말을 들을 듣고 있는 천 부부장은 2022년 수도 타이베이 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게다가 대만 정부는 내년 1분기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면서 중국산 백신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등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대만 경제는 더욱 도약할 것이 분명하다. 대만 주계총처는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3.8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누차 자화자찬해왔던 ‘K 방역’을 무안하게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만 ‘T 방역’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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