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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984’의 오세아니아처럼 감시사회로 변하는 홍콩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소설 ‘1984’의 오세아니아처럼 감시사회로 변하는 홍콩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위키디피아]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위키디피아]

“오세아니아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이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사람의 생활과 사회 전체를 통제한다. 텔레스크린은 거리, 집, 심지어 화장실까지 설치돼 사람들은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급관리인 윈스턴 스미스는 당의 이런 통제에 반발을 느끼고 지하 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해 당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함정에 빠져 사상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윈스턴은 모진 고문과 세뇌로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결국 총살형에 처해진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50)의 소설 ‘1984’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은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풍자한 작품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에 사망선고

중국 공산당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홍콩이 소설 ‘1984’처럼 ‘감시사회’로 급속하게 전락하고 있다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의 반중(反中)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의 홍콩 보안법을 제정해 ‘일국양제’(一國兩制)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에 2개 체제, 다시 말해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지만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 등에 따른 각종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일국양제’를 50년간 보장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지금까지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를 어느 정도 유지해왔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6월 30일 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 공산당은 또 홍콩 보안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기 위해 홍콩 국가안전처를 신설했다. 홍콩 국가안전처는 홍콩 경찰을 지휘해 반중 활동을 발본색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홍콩 보안법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피의자에 대해 도청·감시·미행 등을 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또 법원의 수색영장 발부 없이도 건물·차량·선박·항공기·전자제품 등을 수색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의 강력한 통제조치에 따라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민주화 운동 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들과 야당들이 주도하는 반중 집회와 시위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홍콩 경찰이 반중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집회와 시위 참여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고 홍콩 보안법 위반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경찰은 수업 시간에 홍콩 독립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가르치던 초등학교 교사를 적발해 이 교사가 해직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포털이나 소셜 미디어 등 인터넷 기업은 물론 개인에 대해 콘텐츠 삭제 명령까지 내리고 있다. 이런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만 홍콩달러(약 1500만 원)의 벌금형과 6개월~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특히 홍콩 경찰은 홍콩 보안법 위반 용의자를 색출하겠다면서 ‘익명 신고제’까지 도입했다. 홍콩 경찰은 11월 5일부터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와 사진, 음성과 영상 파일 등을 신고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SMS),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이메일 채널 등을 동시에 개설하고 제보를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처벌될 수 있어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자 정보를 제보하라고 만든 익명 신고제 홍보물. [HK Police]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자 정보를 제보하라고 만든 익명 신고제 홍보물. [HK Police]

홍콩 경찰은 “홍콩 보안법 위반 신고 채널을 일주일간 운영한 결과 1만여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익명 신고제는 사방에 눈과 귀가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홍콩 보안법 용의자들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홍콩 경찰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법’ 행위를 밀고하는 제보까지 들어오고 있다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홍콩 보안법을 위반하면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보안법에 따르면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 경찰을 통해 익명 신고제까지 도입한 것은 반중 세력의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 본토와는 달리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밝힐 수 있었던 홍콩이 감시사회로 전락하면서 시민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과 카페 등에서 입조심을 하는가 하면 소셜 미디어 등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축출하기 위한 조치까지 내렸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11월 11일 홍콩 정부에 사법 절차 없이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조치에는 홍콩 독립 조장, 중국의 홍콩에 대한 통치권 거부, 홍콩 내정에 외세의 개입 요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홍콩 정부가 입법회 의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행정부인 홍콩 정부가 입법회 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말 그대로 ‘독재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조치이다. 홍콩 정부는 관보를 통해 양웨차오 등 의원 4명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이들이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를 해쳤기 때문에 의원직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법’ 제정을 촉구했었다. 

야당 소속인 마오멍징 의원은 “야당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박탈은 홍콩 민주주의의 끝을 알리는 죽음의 종소리”라며 “중국 공산당은 이제 그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지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조치에 반발한 홍콩 야당의원 15명은 홍콩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야권 의원 19명 전원이 한꺼번에 물러나게 되면서 입법회 전체 70명 의원들 중 친중파 의원들만 남게 됐다. 홍콩의 입법회가 홍콩 보안법 시행 4개월 만에 ‘친중 거수기’가 된 셈이다. 홍콩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과 일국양제를 완전히 폐기했고, 홍콩의 삼권분립을 뿌리째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우리는 애국자로 꾸려진 정치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의원 19명이 떠난다고 해서 입법회가 거수기가 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홍콩 입법회를 꼭두각시로 만든 이유

중국 공산당이 홍콩 입법회를 꼭두각시로 만든 이유는 앞으로 반중세력을 처벌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각종 법안들을 마음대로 제정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레이 옙 홍콩도시대학 교수는 “중국은 모든 반대의 목소리를 제거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것”이라면서 “야당 의원 19명이 다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관위의 후보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선관위가 이들의 출마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의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홍콩 인권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야당 의원들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홍콩 야당의원들은 대부분 미국 조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총서기가 바이든 당선인에게 미국이 아무리 압박한다고 해도 공산당에 대한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피에르 카베스탄 홍콩 침례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 등 서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또 다음 차례로 구의회의 야당의원들도 의원직을 박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실시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야당들은 전체 425석 중 392석을 차지하면서 전체 18개 구 중 17개 구를 차지한 바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번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입법기관에서 모든 반대의 목소리를 제거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미국은 홍콩의 자유를 말살하는 데 책임이 있는 자들을 찾아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홍콩 입법회 의원 자격에 대한 중국의 조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도 중국과 홍콩의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홍콩 입법원 야당 의원 자격 박탈은 정치적 다원주의와 사상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라고 비난했다. 캐나다와 호주 등도 중국의 비민주적인 조치를 개탄했다. 중국이 이처럼 홍콩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앞으로 홍콩의 민주주의 제도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오웰의 소설 ‘1984’의 무대는 바로 홍콩이라고 볼 수 있다.





주간동아 1265호 (p44~46)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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