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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클린 네트워크’ 5개 수단 동원, 중국판 ‘카톡’ 퇴치전

클린 캐리어(Clean Carrier), 클린 스토어(Clean Store), 클린 앱(Clean Apps), 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 클린 케이블(Clean Cable) 등 5가지 방식 동원

  •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美 ‘클린 네트워크’ 5개 수단 동원, 중국판 ‘카톡’ 퇴치전

클린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

클린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

BAT란 중국의 3대 기술 정보(IT)업체인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영어 이름 알파벳 첫 글자를 따라 만든 용어다. BAT는 중국의 광활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검색, 전자상거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결제를 비롯해 각종 금융 거래, 모바일 게임 등은 물론 자율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신산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어권 최대의 검색 엔진이고, 알리바바는 아마존을 넘어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됐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SNS회사이자 세계 1위 온라인 게임사다. BAT는 해외 시장까지 적극 진출하면서 미국의 4대 IT 기업들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BAT가 추진하는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2030년까지 인공지능(AI)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정부는 BAT가 마음껏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허용해왔다. BAT는 중국 정부의 AI 산업 발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인정보 유출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9월 15일 이후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틱톡(중국명 더우인)과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위챗(중국명 웨이신)과 모회사인 텐센트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의 허위정보 캠페인에 이용될 수 있다”, 위챗에 대해선 “미국인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유출될 수 있다”고 각각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앱인 틱톡보다 모바일 메신저 앱인 위챗에 대한 제재 조치가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 정부로서는 위챗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가 틱톡에 대한 제재보다 훨씬 더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 “위챗은 전 세계 중국인들을 연결해주는 핵심 서비스로, 개인 소통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챗은 중국인 11억 명 이상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중국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다.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의 대부분이 위챗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이 앱을 사용해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을 공유하고, 물건 값을 지불하고,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은행 거래를 한다. 또 위챗에는 전자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건강 코드 등 각종 생활 필수 서비스들이 결합해 있어 중국에서 스마트폰에 위챗을 설치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위챗페이의 중국 전자결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39%이며 사용자는 무려 8억 명이나 된다. 게다가 위챗은 중국인과 해외 곳곳에 있는 중국 동포와 유학생 등을 연결하는 핵심 수단이고,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을 비롯해 많은 외국 기업들과 외국인들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선 왓츠앱 같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메신저 앱 사용이 금지돼 있다. 위챗의 경우 사용자들은 안면인식 정보나 음성 등 개인 정보를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들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은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정부와 공산당이 요구할 경우 관련 개인정보 등을 정부에 반드시 넘길 의무가 있다.

텐센트는 지난 7월 말 기준 시가 총액이 6700억 달러(796조 원)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페이스북(6578억)을 제치고 세계 1위 소셜미디어 기업에 등극했다. 텐센트는 단일 앱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위챗을 비롯해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모바일 게임, 전자상거래, 인터넷 결재, 인공지능(AI) 등을 포괄하는 글로벌 기술 기업이다. 특히 텐센트는 세계 1위 게임 퍼블리셔다. 텐센트의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를 만든 미국의 에픽 게임즈의 지분 48.4%를 보유하고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유통사인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테슬라·스냅·스포티파이 등 미국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고,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야구(MLB) 등이 모두 텐센트와 미디어 권리 계약을 맺고 중국 전역에 콘텐트를 배급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텐센트의 위챗과 관련된 거래만 금지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행정명령으로 다른 사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 정부의 조치가 클라우드·금융 서비스에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텐센트의 큰 그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리방화벽으로 구글 차단한 방식과 유사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 IT 기업들을 자국에서 쫓아내던 방법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03년부터 홍콩을 제외한 본토에서 만리방화벽(중국의 인터넷 검열 차단 시스템)을 앞세워 구글·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접속을 완전히 차단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모바일 시장을 겨냥했던 미국 기업들은 이 때문에 2010년부터 대부분 중국에서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국 IT 기업들이 자국의 법률과 제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미국 등 외국의 IT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시한 검열 지침을 준수해야하고, 개인 정보 등 데이터를 중국에 보관하고, 중국 정부가 그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 IT 기업들은 중국에 데이터센터 개설과 함께 데이터를 제공해야만 했고, 심지어 중국 정부가 지정한 인물을 감독관으로 특별 채용해야만 했다. 미국 등 외국 IT기업들이 대거 중국을 떠나자 대신 BAT가 경쟁자가 없는 내수시장에서 빠르게 덩치를 키운 뒤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내린 이유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IT 기업들을 퇴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앞으로 중국 IT 기업들을 배제시키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중요한 통신과 기술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내용은 △클린 캐리어(Clean Carrier) △클린 스토어(Clean Store) △클린 앱(Clean Apps) △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 △클린 케이블(Clean Cable) 등 5가지다. 미국 정부는 중국 이동통신사들이 미국의 통신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게 하고, 중국 앱을 미국 앱 스토어에서 제거하고,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앱을 미리 설치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또 자국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코로나19 백신연구 등 자국 기업의 지적재산이 BAT를 통해 중국 정부가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되고 가공되는 것을 막고, 태평양을 오가는 정보를 중국이 중간에 수집하지 못하도록 해저케이블 사업에 중국 기술을 배제할 방침이다.

중국의 3대 IT기업 로고.

중국의 3대 IT기업 로고.

특히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클린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30여 개국이 클린 국가들이고 세계의 가장 큰 이동통신사들이 클린 통신사들”이라면서 “우리의 모든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정부와 산업이 우리의 움직임에 합류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목표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든 IT사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제 IT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사실상 모든 중국 IT 기업들과 기술의 퇴출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 등 각국에 화웨이 5G 장비사용 금지를 요청했듯이 이번에도 각국에 반중(反中) 공동 전선에 참여할 것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클린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중국 정부의 ‘IT 굴기’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첨단 기술 분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무려 10조 위안(172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의 이런 계획에는 BAT 등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시스템 통합 업체인 디지털 차이나의 마리아 궉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런 웅대한 계획은 일찍이 없었던 구상으로, 전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전자상거래, 검색엔진, SNS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고, 전자 결제 등 일부 분야에선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 정부가 텐센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중국 IT 기업 고사작전에 적극 나설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뒤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과 중국이 ‘넷월드’(Net World:인터넷으로 연결돼 네트워크 세계)에서 치열하게 기술 패권을 다투고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1252호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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