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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황 대비하는 미국, 총과 탄알 구매 늘었다”

김광기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 코로나에 민낯 드러낸 미국 사회 및 경제의 속살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전시 상황 대비하는 미국, 총과 탄알 구매 늘었다”

[사진 제공 · 김광기]

[사진 제공 · 김광기]

미국은 지금 마스크와 방호복, 인공호흡기 같은 기본적인 보호장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로 민낯이 드러난 미국의 모습에 세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김광기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는 코로나19로 대구가 몸살을 앓을 무렵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살고 있는 친척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한국이 걱정이 아니라 미국이 걱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책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등을 통해 미국 사회의 속내를 살피는 일에 관심이 많은 그를 4월 1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우선 대구 상황부터 물었다. 

“일상은 거의 정상화됐다. 모두 마스크를 끼고 다니긴 해도 차량 통행량이 많아졌다. 학교는 아직 오프라인 개학을 하지 않은 상태라 썰렁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씩 일상생활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끔찍’ ‘공포’ ‘우울’ 단어가 지배하는 신문들

코로나19 희생된 무연고 시신을 미국 뉴욕 하트섬에 매장하고 있는 모습. [CNN]

코로나19 희생된 무연고 시신을 미국 뉴욕 하트섬에 매장하고 있는 모습. [CNN]

코로나19가 대구에 번졌을 때 미국이 걱정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미국 사람들도 방심하고 있다 완전히 당한 거다. ‘미국이 저 정도였나’ ‘왜 미국이?’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미국 사회를 늘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아니다.” 



그는 “실시간으로 미국 신문기사들을 검색하고 있다”며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느껴서인지 그동안 유료로 제공되던 기사들도 e메일 주소만 집어넣으면 무료로 볼 수 있게 됐다. 요즘 미국 신문에는 그동안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단어들이 튀어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이 현 상황을 전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Never seen anything like it’, 즉 이런 끔찍한 사태는 여태껏 겪어본 적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 보니 단어들도 처음 보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끔찍하다고 할 때 흔히 ‘테러블(terrible)’이나 ‘호러블(horrible)’을 쓰지만 지금은 ‘개스틀리’(ghastly·무시무시한, 소름 끼치는)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블리크’(bleak·음산한, 암울한)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끔찍하다’는 걸 표현하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미국 사회가 빠진 충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미국은 사망자가 2만 명을 훌쩍 넘겨 세계 1위가 됐다. 

“뉴욕주만 8000명을 넘겼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사망자의 2배가 넘는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미국 같은 나라에 마스크는 물론, 방호복 등 개인 보호장비와 인공호흡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거다. 

“마스크는 문화 차이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쓰면 떳떳하지 못한 사람, 감출 것이 많은 사람으로 여긴다. 테러리스트나 강도의 전유물로도 통했다. 또한 ‘병에 걸린 사람이나 하는 거지 왜 정상인이 하느냐’ 이런 생각도 갖고 있었다. 뉴욕이나 LA에 사는 친척들한테 ‘마스크 꼭 끼고 다니라’고 하면 ‘눈총 받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문화가 지배적이다 보니 당장 필요한 상황인데도 구매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아마존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료현장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 

“의료현장의 참혹한 상황을 전하는 미국 언론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뉴욕 병원의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달라고 시위를 할 정도다. 한 의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N95 마스크(공기 중 미세입자의 95% 이상을 걸러주는 마스크)를 겨우 받았는데 한 장으로 사흘씩 버텨야 하니 마지막에는 테이프를 사용해 얼굴에 붙여서 쓴다’고 했다. 

개인 보호장비(private protective equipment)와 안면보호대(fogged up face shield)도 부족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심지어 병원이 오히려 ‘세균배양접시(a petri dish)’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마운트 시나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와 아이를 보호장비 없이 받았는데, 나도 걸린 것 같다. 내 가족을 다 감염시킬지도 모른다’고 했고, 간호사들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이다.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 죽는 건 시간문제다. 탈출구가 없다’고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좌우 진영 할 것 없이 ‘트럼프 무능하다’

그는 “인공호흡기 문제로 들어가보면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인공호흡기는 중증호흡기 질환자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현재 뉴욕주에만 3만 개가 필요한 상황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1만 개 갖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대통령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거다. 그마저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뉴욕타임스’가 추적보도를 해보니 절반이 불량이었다. 배터리 관리가 전혀 안 돼 쓸모없는 것이 태반이었다. 뉴욕주가 이 지경인데 다른 주들은 어떻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것 같다. 

“알다시피 미국 언론은 좌우 진영과 트럼프 찬반 진영으로 심하게 갈려 있다. 하지만 이번 대응 능력과 관련해서는 ‘무능하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3월 30일 트럼프는 미국 주지사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각 주 대처 상황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회의가 끝난 후 트럼프는 기자회견장에서 ‘진단키트는 충분하다’ ‘주지사들이 대통령 일 잘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주지사들의 반응은 트럼프 말과 완전히 달랐음이 드러났다. 모든 주지사가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진단키트가 부족하다고 호소했고 빨리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봇물 터진 듯했다는 거다. 일례로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지사는 ‘트럼프의 브리핑을 보고 충격 받았다’며 ‘워싱턴주만 해도 진단키트를 구하려고 의료진이 서너 시간 차를 타고 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백악관에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지긴 했는데 ‘아무 말 대잔치였다’ ‘즉석 난장판이었다’고 전해진다. 엘릭스 에이자 보건복지장관이 1월에만 두 차례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이렇게 프라임타임을 놓쳤으니 미국이 진앙지가 돼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구글 사이트에서 검사받을 수 있다, 월마트 주차장에 진단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처음 듣는 소리’라고 했다. 

트럼프는 위기관리를 해본 적이 없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11월 대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미지 관리에만 여념이 없다.”


마스크 없는 이유, 공장이 없으니까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확진 검사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확진자는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뉴욕타임즈]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확진 검사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확진자는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뉴욕타임즈]

비참한 실태를 고발하는 의료진을 해고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언론 자유의 천국 미국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 루스 슈베르트 워싱턴주 간호사협회 대변인에 따르면 ‘병원이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고 의료진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한다. 응급실 의사 밍링이라는 사람도 ‘개인 보호장비와 진단키트가 없다고 언론사와 인터뷰했다 해고당했다’며 병원 측을 고발했다. 시카고의 한 간호사 역시 ‘마스크를 받았는데 N95가 아니라 천 쪼가리였다’는 e메일을 동료에게 보냈다 잘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자 천국 미국에 왜 기본 물자가 부족할까.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제조업이 이미 무너진 나라다. 트럼프가 대통령 된 뒤 첫 일성이 ‘제조업의 대통령(the president of manufacturing)’이 되겠다는 거였지만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아무리 트럼프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했다며 ‘마스크를 만들라’고 해도 공장이 없는데 어떻게 만들 수 있겠나.” 

실업률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단 2주 만에 1000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아무리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이라지만, 정말 탄탄한 직장이었다면 이런 비상사태에도 한두 달은 버텼을 거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낮은 실업률 뒤에는 비정규직, 파트타임, 투잡, 스리잡 등 불안정 고용이라는 그늘이 있었던 거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경제가 ‘전인미답의 영역(uncharted waters)’, 즉 전례가 없는 대혼란 속으로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10여 년 전 금융위기와 1920년 대공황 때만 해도 사람들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거나 모이지 말라고 했던 적은 없다. 경제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교류를 해야 가능한데, 이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서민이 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해고는 월가 은행들에서 시작됐다. 여타 직종으로 해고가 번지거나 실물경제 하강은 시차가 조금 있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식당, 이발소, 선술집에 줄줄이 타격을 주고 있는데, 개브리엘 매시 아메리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 부문에서 시작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초의 경기침체’라고 말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미국은 특히나 가불경제다. 한 달 월급으로 두 달, 세 달 당겨쓴 것을 갚아나가는 시스템이다. 월세 내는 데도 허덕이는데 해고되면 낼 돈이 없다. 실제로 전미다가구주택협회(NMHC)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입자 31%가 4월 첫 주에 월세를 제때 내지 못했다. 3월 중순 주택담보대출 상환유예신청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96%가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 그만큼 금융회사의 손실이 불어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부동산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의료보험체계의 문제점도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다. 

“미국에 코로나19가 퍼지면 걱정이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의료보험체계 때문이다. 검사비로만 우리 돈으로 몇백만 원이 들어간다. 의회에서 이번에 한시적으로 무료 진단에 대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병도 병이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뉴욕에 사는 한 친지도 부모님이 열이 나 무료 진단이라도 받으려고 갔는데, 10시간 줄 서 있다 그냥 돌아와 타이레놀만 먹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유령 같은 존재, 잊힌 존재들이다. 병원들은 의료보험 가입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평소 진료 환자 수가 거의 정해져 있다. 병원비도 천차만별이어서 갈 수 있는 병원도 제한적이다. 이번처럼 환자 폭주를 겪은 적이 없다. ‘오바마 케어’라는 것도 민간 개인보험에 강제 가입시키는 것이었는데, 이게 또 다른 세금 아니냐며 트럼프가 들어와 없앤 거다.”


총기 구매, 시체가방…경제가 큰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오페라극장의 한 의상디자이너가 마스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병원 의료진을 위해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즈]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오페라극장의 한 의상디자이너가 마스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병원 의료진을 위해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즈]

코로나19 피해가 커지고 있나 

“남부지방 피해가 엄청나다. 루이지애나주 같은 곳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 총과 탄환 구매가 폭등(영국 ‘가디언’ 3월 16일자)하고 있다 하고, ‘블룸버그’가 4월 2일자에 보도한 ‘미국연방비상관리국(FEMA)이 시체가방 10만 개를 민간 사망자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는 가짜뉴스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국방부가 이를 시인했다.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들이 약탈에 대비해 창문을 막아놓았다는 기사도 보인다.” 

긍정적인 내용은 없나. 

“무명의 영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중소제조업체들이 가게와 기업 문을 닫고 부엌 식탁이나 거실에서 천마스크를 만드는 등 ‘재봉사 군단’이 등장하고 있다(‘뉴욕타임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뉴요커들이 해군사령부 브루클린 관내에 모여 군함을 만들었던 것처럼 중소업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손세정제, 안면보호대, 방호복을 만들고 있다는 기사도 있다. 이런 기사를 읽을 때면 울컥한다. 우리도 그렇지만 역시 위기를 이겨내는 힘은 민간에 있는 것 같다.”






주간동아 2020.04.17 1235호 (p26~29)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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