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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솔레이마니發 중동 핵 도미노 사태 오나

이란 핵 개발 재개 땐 미국-이란 핵 문제 놓고 치킨 게임 벌일 가능성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솔레이마니發 중동 핵 도미노 사태 오나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원심분리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원심분리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이란의 이스파한은 ‘페르시아 보석’이라고 불리는 도시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430km 떨어진 이스파한은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의 압바스 1세(Abbas I, 1587-1629) 통치 시절 수도였다. 당시 압바스 1세는 이스파한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건축가와 기술자들을 동원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각종 모스크들이 잘 보전되어 있어 중세 이슬람 문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스파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1612년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이맘 호메이니’광장이다. 이 광장의 원래 이름은 ‘샤’(왕)였는데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이 성공한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이맘 호메이니’광장으로 불린다.


국제사회의 골칫거리

이란 이스파한에 있는 핵기술연구센터의 모습. [ISNA]

이란 이스파한에 있는 핵기술연구센터의 모습. [ISNA]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이 곳에는 이란의 핵기술연구센터(NTRC)가 있다. 또 우라늄 변환시설도 있다. 이 시설은 우라늄 원광에서 분리된 중간생산물인 옐로케이크를 육불화우라늄(UF6)으로 바꾸는 곳이다. 옐로케이크는 우라늄 원광을 화학 처리해 순도를 높인 고체 물질이며, UF6는 우라늄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에 주입되는 기체 물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52개의 공격 목표를 설정했다면서 문화유적지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스파한 때문이다. 이스파한에서 얼마 떨어지지는 않은 나탄즈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 이 시설은 원심분리기를 돌려 UF6를 농축 우라늄으로 만드는 곳으로 핵연료 또는 핵폭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축우라늄을 제조한다.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은 농도가 90%이상이어야 한다. 이란은 이곳에서 비밀리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이란 아라크에 있는 중수로의 모습(왼쪽). 이란이 운영하고 있는 부셰르의 원자력 발전소 모습. [위키피디아, MEHR New Agency]

이란 아라크에 있는 중수로의 모습(왼쪽). 이란이 운영하고 있는 부셰르의 원자력 발전소 모습. [위키피디아, MEHR New Agency]

이런 사실은 2002년 8월 이란의 반체제 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가 나탄즈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것을 폭로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당시 이란은 나탄즈 산악 지역의 지하 76m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하고 농축우라늄을 생산해왔다. 이 때부터 이란 핵 개발 문제는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면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2010년 6월까지 모두 네 차례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왔다. 그러다 2013년 8월 온건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협상을 벌였고 2005년 7월 핵개발 중단과 제재 해제를 내용으로 하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8일 핵합의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복원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이란과의 핵합의는 잘못됐다면서 새로운 핵합의를 체결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이란 정부는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사 이후 핵개발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5월 8일부터 60일 간격으로 4단계에 걸쳐 핵합의에 따른 이행 조치를 축소해왔다. 그러다 이란 정부는 1월 5일 미국 정부가 제재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핵합의에 따른 핵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정부의 의도는 앞으로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 서방 핵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란은 7~12개월 내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1년 이내 핵무기 제조 가능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습 등에 대비해 나탄즈의 핵시설을 방어하고 있다(왼쪽). 이란의 주요 핵시설 분포도. [위키피디아, 자료 IISS]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습 등에 대비해 나탄즈의 핵시설을 방어하고 있다(왼쪽). 이란의 주요 핵시설 분포도. [위키피디아, 자료 IISS]

이란의 주요 핵시설 및 우라늄 광산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비롯해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 아라크 중수로 등 17개 지역에 분포돼 있다. 핵 합의 당시 원심분리기 9000개를 가동했던 이란은 현재 원심분리기를 3000∼4000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란 정부는 지난해 최신 원심분리기(IR-9형)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이란의 우라늄 재고분은 900t에 달한다. 게다가 이란은 사거리 2000㎞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들은 물론 유럽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이스라엘 네게브 핵연구센터와 디모나 원자로의 모습(위).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nrcn.gov.il, IDF]

이스라엘 네게브 핵연구센터와 디모나 원자로의 모습(위).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nrcn.gov.il, IDF]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할 경우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일단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가동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런 입장은 이란의 핵 개발로 자칫하면 중동지역에서 핵 도미노 사태가 벌어질 경우 자국에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핵개발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은 핵보유국임을 공식화하고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2007년 시리아 정부가 북한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공습해 파괴했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암살하는 등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고, 2010년 미국과 함께 제작한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로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시 이란의 핵개발은 핵 시설의 컴퓨터들이 감염되는 바람에 몇 년간 지연됐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그동안 핵무기 보유 여부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스라엘은 1950년대부터 프랑스의 지원으로 네게브 사막의 디모나에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건설했고, 우라늄도 공급받아왔다. 이스라엘은 1966년 프랑스와 공동연구를 통해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폭탄을 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현재 핵폭탄 2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스라엘은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전폭기와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와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환담하고 있다. [파키스탄 총리실]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와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환담하고 있다. [파키스탄 총리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서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3월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사우디도 핵 개발에 뛰어 들겠다”고 공언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종교적으로 대립해왔을 뿐만 아니라 지역 패권을 놓고 오랫동안 다퉈왔다. 사우디는 2003년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유일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핵 협력에 관한 비밀협정을 체결했다. 사우디는 198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지만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은밀하게 지원해왔다. 아모스 야딘 전 이스라엘 군정보국 국장은 2013년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사우디는 한 달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는 그동안 상당한 자금을 지원해 온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사우디 이외에도 중동지역에서 이집트와 터키도 그동안 핵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란의 핵 개발은 중동지역 핵 도미노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란은 위대한 나라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이란의 핵 개발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8일 대국민 연설에서 “내 임기 중에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번영하고 막대한 잠재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란은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연설 내용은 2018년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경제적 번영’을 제시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의 설득이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추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로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자국은 물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중동 우방국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단의 조치라는 것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말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파괴를 위해 군사적 행동이나 사이버 전쟁을 벌여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놓고 치킨 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






주간동아 2020.01.17 1223호 (p82~85)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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