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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성장 따로, 체감 따로였던 아베노믹스

역대 최장수 총리 등극 비결은 잘나가는 경제, 체감도는 떨어져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성장 따로, 체감 따로였던 아베노믹스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 아베 신조 총리. [일본 총리실]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 아베 신조 총리. [일본 총리실]

일본 젊은이들은 최근 몇 년간 일자리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일하기를 원한다면 모두 취직할 수 있는 ‘완전 고용’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졸업한 일본 대학생의 97%가 취업에 성공했다. 심지어 채용을 원하는 기업이 많아 졸업생이 회사를 고르는 ‘뷔페식 취업’을 하고 있다. 대학생은 3학년이 되면 대부분 취업이 확정된다. 고졸자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쉽다. 3월 고교 졸업자 취업률은 전년보다 0.1%p 높은 98.2%를 기록했다. 고졸자 구인배율도 7월 말 기준 2.52배로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자 인당 일자리가 2.5개 이상 있다는 의미다. 구인배율은 기업체의 구인 수를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수로 나눈 수치다. 

일본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면서 ‘젊은 층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일본 경제가 1990년부터 20여 년간 침체한 기간)으로 불리던 시절 ‘사회적 약자’였던 젊은 층이 지금은 ‘슈퍼 갑(甲)’이 됐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20, 30대 지지율은 50~60%에 달한다. 반면 40~60대 지지율은 40% 전후밖에 되지 않는다.


日 구직자 인당 일자리 2.5개

아베 총리는 11월 20일자로 통산 재임 2887일(집권 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7일, 2012년 12월 26일~)을 기록하면서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됐다. 즉 8월 24일 사토 에이사쿠(재임 1964~1972년·2798일) 전 총리를 넘어서 ‘전후’(戰後·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910년 조선 강제병합과 가쓰라-태프트 밀약(密約)의 장본인이던 가쓰라 다로(재임 1901~1906년, 1908~1911년, 1912~1913년·2886일) 전 총리를 능가하는 전전(戰前)·전후 통산 최장수 총리에 등극했다. 앞으로 2021년 9월까지 재임할 수 있는 만큼 기록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리가 최장수 총리가 된 것은 젊은 층의 지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지난 7년간 추진해온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이후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경제호황과 실업률 감소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청년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장 따로, 체감 따로였던 아베노믹스
성장 따로, 체감 따로였던 아베노믹스
일본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베노믹스 추진 이전(2012)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94조 엔(약 5346조3600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554조 엔으로 늘어났다(그래프1 참조). 이 기간 취업자 수는 380만 명(6280만→6660만 명)이나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 취업자는 290만 명(2660만→2950만 명)을 차지했다. 실업률은 4.5%에서 완전고용 상태라는 2.4%로 크게 하락했다(그래프2 참조). 또 엔저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들은 수출 증대로 지난 5년 사이 순이익은 2.6배, 닛케이지수는 2배 이상 상승했다. 도요타자동차의 3월 결산 기준(2018년 4월~2019년 3월) 연간 매출액이 일본 기업 역대 최고치인 30조2256억 엔(약 328조 원)에 달했을 정도다. 2012년 12월 시작된 일본의 경기 확장 기간은 올해 1월까지 74개월에 달했다. 전후 최장 기록이다. 




일본 도쿄 한 상점에서 쇼핑하고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 [글로벌타임스]

일본 도쿄 한 상점에서 쇼핑하고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 [글로벌타임스]

아베 총리도 올해 신년사에서 아베노믹스를 자화자찬했다. 그는 “잃어버린 20년은 취직 빙하기, 전례 없던 자연재해, 인구 감소가 이어져 ‘포기’라는 이름의 벽이 일본을 덮은 시절”이라고 규정하면서 “아베노믹스로 이런 벽을 깨뜨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청년 취업률,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중소기업 임금인상률, 외국인 관광객 수 3000만 명 돌파, 역대 최대 수준의 세수(稅收) 등 성과를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지긋지긋한 불황의 수렁에서 일본을 건져 올렸다고 자평했다.


아베가 쏘아 올린 3개의 화살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아베 총리의 장수 비결로 잘나가는 경제를 들고 있다. 물론 실질소득이 거의 늘지 않는 등 허울뿐인 성과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일본 경제가 아베 총리의 2차 취임 이래 ‘전후 최장기 확장세’를 기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리는 이토 모토시게 가쿠슈인대 교수는 “아베노믹스가 7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아베 총리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세운 것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는 ‘3개의 화살’이라는 정책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화살은 2013년 4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이다. 제로금리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무제한으로 풀어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아베 총리 취임 당시 달러당 80엔에 불과하던 엔화 환율은 한때 125엔까지 치솟은 뒤 최근 100~110엔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주가(닛케이225)는 지난 5년 사이 2.5배 가까이 상승했다. 

두 번째 화살은 확대 재정과 경기부양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20조2000억 엔(약 219조3500억 원)을 쓴 이후 지난해 공공사업 부문에만 예산 73조9000억 엔(약 802조4700억 원)을 투입했다. 공공사업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입은 대표적인 경기부양책이다. 일본 정부의 2019회계연도(올 4월~내년 3월) 예산은 처음으로 100조 엔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경제안정자금’으로도 불리는 2조 엔은 국토, 정부 등 공공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세 번째 화살은 성장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인적자원개발 육성을 비롯해 민간기업의 성장을 위해 세제를 개편하고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차등화하고 업종별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기업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세는 37%에서 29%대로 떨어뜨려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리쇼어링(귀환)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세 번째 화살에 관광산업까지 추가했다. 관광을 경제성장 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연간 4000만 명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6000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단점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지만 개인의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 가구당 평균 소득이 4년 만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는 57%가 설문조사에서 “생활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국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은 퇴보한 셈이다. 게다가 10월 1일 단행한 소비세율 인상(8→10%)으로 소비도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광객 감소의 여파 때문이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의 평균적인 삶은 오히려 퇴보

아베 신조 총리가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왼쪽).  2020년 도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신국립경기장. [일본 내각관방, JSC]

아베 신조 총리가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왼쪽). 2020년 도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신국립경기장. [일본 내각관방, JSC]

아베 총리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경제 성적이 계속 좋을 경우 사상 초유의 4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의 필생의 숙원인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려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총리로 재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개헌 일정의 핵심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새 헌법 체제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일본이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1964년에 이어 두 번째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은 독일을 제치고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아베 총리는 1964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9조를 개정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전환한 뒤 미국을 등에 업고 동아시아의 군사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전에 개헌이 어려울 경우 도쿄올림픽 이후에 개헌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최장수 집권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자유민주당(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이 차기 총리감이 없다며 ‘대안 부재론’을 내세우는 등 4연임(12년)의 길을 트고자 바람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당초 ‘2연임 6년’이었지만 2017년 ‘3연임 9년’으로 수정됐고, 아베는 총재 3연임을 통해 총리 3연임을 이뤘다. 자민당 내 4연임 추진 세력은 “아베 총리가 있어야 자민당의 선거 불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하려면 아베 총리가 더 오랫동안 일본을 대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지리멸렬한 야당들도 아베 총리의 4연임에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최근 지지율은 7%,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 지지율도 1%밖에 되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각종 스캔들에 연루된 장관들을 신속히 사퇴시키는 등 재빠른 ‘손절(損切)’ 조치를 취해온 아베 총리는 앞으로 4연임을 위해 국민이 가장 중요시하는 경제문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장기집권의 열쇠가 경제라는 것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9.11.22 1215호 (p52~55)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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