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9

2019.10.11

인터뷰

도쿠노 에이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회장 “한일 해저터널 건설로 갈등 풀자”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한일 7000여 가정 중 1200가정이 ‘효부상’ 수상

  • 나고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9-10-11 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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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노 에이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회장. [사진 제공 · 가정연합]

    도쿠노 에이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회장. [사진 제공 · 가정연합]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회원 수는 약 60만 명으로 종주국인 한국보다 많다. 한국에서 시작된 가정연합이 일본에서 더 부흥하고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0월 5일 오후 나고야 캐슬 호텔 1층 커피숍에서 도쿠노 에이지 가정연합 일본회장을 만나 일본 가정연합의 현황과 한일관계 개선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의견을 들었다. 

    일본 가정연합의 교세가 어느 정도 됩니까. 

    “핵심 회원은 20만 명, 찬동하는 회원까지 합하면 60만 명 정도 됩니다. 회원이 한국보다 많습니다. 일본 가정연합은 5개 지구, 67개 교구, 300개 교회가 있는데 이번 나고야 대회는 3지구 행사입니다.”

    5개 지구, 67개 교구, 300개 교회

    한국보다 교세가 커진 배경이 뭡니까. 

    “일본은 기독교 기반이 강하지 않아 가정연합을 반대하는 기독교계 목사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故) 문선명 총재가 1968년 일본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투쟁 및 승공운동을 선포한 이후 교세가 커졌습니다. 당시 일본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모르면 옛날 사람 취급을 받을 만큼 운동권 학생 중심으로 공산주의 사상이 크게 확산하면서 공산화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가정연합은 많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지속적으로 공산주의 사상 가운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발표하고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승공연합 뒤에 가정연합이 있었고, 문 총재가 한국에서 시작한 단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역대 자민당 간부들은 승공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산주의를 막으려면 승공연합이 있어야 한다고 인정한 거죠.” 

    한일 양국 갈등이 격화하는 현 시점에 일본 가정연합이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할 계획은 없나요. 

    도쿠노 회장은 질문에 즉답하는 대신 과거 문 총재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문 총재는 원수처럼 여기던 일본을 용서했습니다. 1943년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귀국한 뒤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자 한국 국민은 일본 경찰들을 잡아 복수하려 했습니다. 그때 문 총재는 자신도 일본 경찰에게 고문을 당했음에도 ‘지금 일본 경찰에게 복수하면 나중에 일본도 복수하려 들 것이다. 그러니 복수하지 말고 용서하자’고 만류했습니다. 문 총재가 원수 국가 일본까지 용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일본인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분은 원수까지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진짜 존경스러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원리말씀을 듣고 회원이 된 일본인이 많습니다. 저도 승공연합이 생긴 후 3년가량 지난 1971년 문 총재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아 입교했습니다. 문 총재는 ‘한일은 역사적으로 어려운 관계라 언젠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남녀가 결혼으로 맺어져야 싸우지 않고 화해할 수 있다 보고 적극적으로 국제결혼을 주선했습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한일, 일한 가정이 7000쌍, 일본에 살고 있는 한일, 일한 가정이 3000쌍으로 1만 쌍 정도가 됩니다. 한일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국제결혼을 많이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일 청년문화 교류 기회 더 많이 만들 것”

    10월 5일 나고야 캐슬 호텔에서 열린 재팬 서밋 및 지도자회의. 10월 6일 나고야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효정문화축복페스티벌 나고야 4만명대회’(왼쪽부터). [구자홍 기자, 사진 제공 · 가정연합]

    10월 5일 나고야 캐슬 호텔에서 열린 재팬 서밋 및 지도자회의. 10월 6일 나고야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효정문화축복페스티벌 나고야 4만명대회’(왼쪽부터). [구자홍 기자, 사진 제공 · 가정연합]

    도쿠노 회장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일, 일한 가정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 외에도 ‘한일 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과 일본이 해저터널을 만들면 프랑스와 영국처럼 자연스럽게 교류, 협력하는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일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제하이웨이재단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에는 각 현마다 한일터널추진현민회의가 있습니다. 가정연합 회원들이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현에서 자발적으로 국회의원, 시의원, 현의원 등이 중심이 돼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자고 조직한 것인데, 현재 47개 현에 있습니다. 또한 일본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한일터널추진전국회의도 있습니다. 얼마 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와 백색국가 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한 철회를 논의하고자 한국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난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전 관방장관)이 한일터널추진전국회의 고문입니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할 때 한일 해저터널 안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한일, 일한 가정 가운데 서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휴먼스토리가 있나요. 

    “와세다대 또는 게이오대를 졸업한 여성들이 국제결혼으로 한국 시골마을로 시집가 정성을 다해 시부모를 모시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 며느리는 한국말이 서툴러 ‘잘 주무십시오’라는 인사를 ‘잘 죽으십시오’라고 발음해 놀라게도 했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시부모를 잘 공양해 자치단체에서 주는 효부상을 받았습니다. 7000가정 가운데 1200가정이 국가나 도·시·군에서 주는 효부상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으로 시집간 일본인 며느리들이 시부모를 정성껏 모시고 있습니다. 일본인 아내들이 한국에서 부녀회장을 맡아 활동하며 생활 속에서 한국 국민과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에 온 한국인 아내들도 시부모를 소중히 모시는 전통이 있습니다. 한국인 며느리들 역시 일본으로 시집와 무척 좋다고 합니다. 일본 여자보다 효도하는 한국인 며느리가 더 좋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한국과 일본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역사적인 갈등과 한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봅니다.” 

    일본 가정연합은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미래 주역인 청년대회를 잘 조직해 교세를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오사카에서 1만 명 청년대회를 했고 나고야, 도쿄에서도 1만 명 청년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은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한국 젊은이도 일본 만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일 젊은이들이 문화를 매개로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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