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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역대급’ 밀착 美·日 관계 속 한국은 외톨이

아베 ‘지극 정성’ 외교에 美 정부 日 항모 보유 인정…韓, 북한 ‘올인’ 벗어나야

‘역대급’ 밀착 美·日 관계 속 한국은 외톨이

5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일본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해 있는 호위함 ‘가가(かが)’에 승선한 모습. [AP=뉴시스]

5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일본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해 있는 호위함 ‘가가(かが)’에 승선한 모습. [AP=뉴시스]

최근 일본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정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5월 28일 일본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해 있던 호위함 ‘가가(かが)’에 오른 것이다. 가가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항공모함 ‘가가(加賀)’와 표기법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다. 항모 가가는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 미군 기지를 공습할 때 선봉에 섰고, 이듬해 미드웨이 해전에서 격침됐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나는 진주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가가에 올라 자위대를 격려한 것 자체가 현재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도의 변화를 한눈에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가장 기분 나빴을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가가는 1932년 상하이를 폭격하는 등 중국 침략에도 동원돼 중국인들 사이에서 ‘악마의 배’로 불렸다. 중국은 2015년 자위대가 새 호위함에 ‘가가’라는 이름을 쓰자 격렬히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시찰은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동시에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일 군사동맹이 무서운 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요코스카 기지는 동북아 최고 해군력을 자랑하는 미군 7함대 주둔지이자, 미국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편하면서 중국 ‘해양굴기’에 맞설 핵심 기지로 부상한 곳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은 물론, 유엔군 병력과 물자까지 집결한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말 호위함인 ‘가가’와 ‘이즈모’ 2척을 항모로 개조하고 F-35B 등 최신예 전투기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이 항모를 갖게 되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가함 시찰은 일본의 항모 보유를 미국이 승인했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어느 나라에도 제공하지 않던 F-35 설계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일본은 미군 항공모함 함재기의 이착륙 훈련 장소를 미군에 제공하기 위해 가고시마(鹿兒島)현 무인도를 160억 엔(약 1747억6320만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일본은 미군의 태평양 전력 자산의 주둔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군비 확충과 훈련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군사력은 세계 6위로,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 뛰어올랐다.


미·중 무역분쟁, 1980년대 일본 죽이기 데자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래 미·일의 안보 밀착이 가장 강화되고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일본과 대대적인 경제전쟁을 벌였다. 

1980년대 중반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회사 제품들이 미국시장을 석권하자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본 반도체에 대한 덤핑 조사를 명령했고 손해 배상액을 3억 달러로 상정한 뒤 일본산 컴퓨터, TV, 전동 공구에 100% 보복 관세를 매겼다. 미 국방부는 일본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방해하고 나섰다. 

가장 압권은 환율 개입이었다.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엔화 가치를 대폭 올린 ‘플라자 합의’를 맺었다. 말이 ‘합의’였지 일본의 처절한 항복이었다. 합의 1주일 만에 엔화는 달러당 240엔에서 150엔으로, 2년여 뒤인 1987년 말에는 120엔까지 폭등했다. 진공청소기처럼 달러를 빨아들이던 일본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2년 새 30% 이상의 부(富)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플라자 합의는 일본 처지에서는 태평양전쟁 패전에 버금가는 악몽이다. 모든 수출입 물품에 적용되는 환율 개입은 특정 물품에만 적용되는 보복 관세와는 비교가 안 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꺼내 들자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이 ‘플라자의 악몽’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일 무역분쟁은 1996년 종결됐다. 승자는 당연히 미국이었다. 1992년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칩을 비롯해 1993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전 세계로 보급되면서 전자업계 패권을 탈환했다. 가전·오디오 장비에 강했던 일본은 서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일본 고도성장의 정점이던 1989년에는 세계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32개가 일본 기업이었지만 ‘잃어버린 20년’ 동안 상당수 일본 가전과 반도체 기업은 사업을 접거나 매각됐다. 

하지만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과거 미·일 분쟁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일본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경쟁했지만, 안보 측면에선 미국 우산 아래 있는 동맹국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은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중국과 미국의 경제전쟁은 훨씬 더 장기적이고 무자비하며 전면전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일보’가 지난해 8월 9일자에서 ‘트럼프의 의도는 미국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했듯이,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누가 쥘 것인가를 가르는 기술전쟁이다. 

4차 산업혁명의 영역은 기존 제조업처럼 다른 나라, 다른 기업과 분업하는 구조가 아니다. 표준을 잡는 자가 독식한다. 한번 뒤지면 따라잡기도 힘들다. 기존 패권 국가나 선도 기업도 순식간에 추락한다. 중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겠다며 반격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6월 말 G20에서 한국 존재감 미미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나흘 머물면서 한국에는 오지 않았다. ‘지극 정성’ 외교를 펼친 아베 총리는 “김정은과도 직접 만나겠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하려 하고 있다. 미·일은 밀월인데 한국은 외톨이 신세다. 한미 간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논의는 진전된 것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우리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6월 말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게다가 미·중 화웨이 전쟁이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데, 정부는 사기업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북한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미일, 국제사회와 공동대응하며 협력을 얻어내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주간동아 2019.05.31 1191호 (p46~47)

  •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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