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86

2019.04.26

기획특집 | 짝퉁 막는 라벨의 세계

“중국 기업 지분 투자로 동반 성장도 고려해봐야”

황재원 광저우무역관장이 말하는 중국 진출 노하우

  • 광저우=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9-04-29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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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

    중국 3대 도시로는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광저우가 꼽힌다.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핵심 경제축이 바로 광저우가 위치한 광둥성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경제특구로 지정한 네 곳 가운데 세 곳이 광둥성에 위치했다. 광둥성은 한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여겨졌다. 1980〜90년대에는 의류와 피혁, 생활용품을 생산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전자기기 부품을 주로 만들었다. 

    광둥성은 최근 국제 전자상거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내 국제 전자상거래의 60% 이상이 광둥성에서 이뤄지고 있다. 광둥성에는 10만 개 넘는 기업에서 100만 명 이상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히는 황재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광저우무역관장으로부터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황 관장은 베이징무역관 부관장, 샤먼과 시안무역관장을 지내며 20년 가까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 

    중국 경제에서 광둥성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광둥성은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지 역할을 한 대외 무역항으로, 230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남대문과도 같은 곳이다. 현재도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 교역액의 23.5%를 차지하는 교역 대성(大省)이다. 특히 광둥성은 중국 성시(省市) 가운데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다. 2017년 한중 교역액이 2400억 달러(약 278조2800억 원)였는데, 한-광둥성 교역이 한중 전체 교역의 27.7%에 달했다.” 

    주로 어떤 분야에서 교역이 활발한 편인가. 



    “한국 제품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 밖에 액정디바이스와 부품을 포함한 휴대전화, 화학제품 분야에서 교역이 활발하다.”

    보건 서비스업 분야 진출 유망

    황재원 관장이 (왼쪽에서 두 번째) 수출기업 관계자와 상담하고 있다.

    황재원 관장이 (왼쪽에서 두 번째) 수출기업 관계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광둥성 진출 현황은 어떤가.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광둥성에 신규 설립된 우리 기업은 총 65개였고, 누적 기준으로 1395개였다. 일부 기업이 철수해 실제 운영 중인 기업은 그보다 적을 것이다.” 

    주로 어떤 업종에서 광둥성 진출이 활발한가. 

    “기본적으로 제조업, 특히 전자전기 분야의 진출이 가장 많았다. 이는 광둥성에 관련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인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따라 동반 진출한 기업도 다수 있다. 그러나 2018년 설립된 신규 법인을 보면 제조업의 비중은 다소 낮아진 반면,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졌다. 중국 진출의 목적이 예전처럼 저임금을 활용한 가공생산이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 진출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광둥성에 진출하기 좋은 산업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의료, 유아, 미용 등 보건 서비스업 분야가 유망하다. 특히 한류가 뒷받침해주는 화장품 산업은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잘 해나갈 수 있는 분야다. 다만 사전 인증이 까다롭고 중국 측 파트너와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유아용품과 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눈여겨봐야 한다.” 

    광둥성 등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여전히 창의적이고 트렌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강점이 있다. 이런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계속해서 중국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직접 진출해 스스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좋지만, 자본과 네트워크가 탄탄한 중국 측 파트너를 만나 지분 투자를 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광둥성, 첨단기술의 메카로 변모

    중국 광둥성 성도 광저우시. [뉴시스]

    중국 광둥성 성도 광저우시. [뉴시스]

    스마트폰,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화웨이와 모바일 메신저 위쳇을 통해 핀테크(금융+기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텐센트,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BYD, 상업용 드론의 세계시장을 석권한 DJI 등 중국이 배출한 글로벌 기업의 본사는 대부분 광둥성 선전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여겨지던 중국 광둥성이 첨단기술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 특허협력조약을 통해 중국이 출원한 국제특허는 4만882건으로 해마다 10% 이상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국제특허 출원 건수가 많은 기업 10위 내에서 중국 기업이 1, 2, 7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화웨이가 4024건으로 가장 많은 국제특허를 출원했고, ZTE가 2965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인텔은 2637건으로 3위, 일본 미쓰비시는 2521건으로 4위, 미국 퀄컴이 2163건으로 5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1945건으로 6위, 삼성전자가 1757건으로 8위에 올랐다. 중국 BOE는 1818건으로 7위를 기록했다. 특허 출원 건수가 곧 기술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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