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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힘든데 공무원 채용 줄인다니 앞날이 깜깜하다”

썰렁한 노량진 고시촌의 우울한 새해맞이… 공시생들, 미래 불안감에 한숨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취업도 힘든데 공무원 채용 줄인다니 앞날이 깜깜하다”

“지원자 수가 비슷하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거니까 당연히 불안하죠.”

1월 2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인근에서 만난 공시생 A(29)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로 3년째 7급 국가공무원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A 씨가 목표로 하는 직렬은 지난해 226명을 채용했는데 올해는 그 수가 192명으로 줄어 걱정이 커졌다고 한다. 신년 다짐을 묻자 “지난해 가을 2차 시험에 떨어지고 해가 바뀌기만 기다렸는데 사실 힘이 안 난다”고 답한 뒤 한 유명 공무원학원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월 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의 한 복삿집 벽면에 합격을 다짐하는 공시생들의 메모가 가득 붙어 있다. [이슬아 기자]

1월 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의 한 복삿집 벽면에 합격을 다짐하는 공시생들의 메모가 가득 붙어 있다. [이슬아 기자]

앞으로 5년 동안 줄어든다는데…

정부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국가직 공무원 채용 규모를 발표한 가운데 새해를 맞는 노량진 공시생들의 반응은 ‘한숨’으로 요약된다. 최근 정부는 2023년도 국가공무원 공개채용 선발인원을 지난해(6819명)보다 423명 줄어든 6396명으로 확정했다. 공공부문 비대화, 공무원 연금 고갈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인력 감축이 한 방법이지만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 입장에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공직을 향한 청년들의 꿈이 피고 지는 노량진 신년 풍경을 담고자 1월 2일과 6일 양일간 기자가 노량진을 찾았다.

1월 2일 둘러본 노량진 거리는 한산한 느낌이었다. 몇 년 사이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고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수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노량진 고시촌’으로 불리는 만양로 일대도 덩달아 찾는 사람이 줄었다. 한창 점심시간인 오후 12시 30분 찾아간 한 고시식당에는 빈자리가 군데군데 보였다. 한때 노량진 고시식당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이곳 식당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점심에 손님을 600명씩 받았지만 이제는 옛날얘기”라며 “앞으로 공무원 채용 규모가 줄면 아마 반토막 난 지금보다 (손님이) 더 빠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 공개채용 경쟁률이 하락해 공시생들의 사정도 조금은 나아졌을까 했지만 돌아온 답은 ‘아니다’였다. 같은 식당에서 태블릿PC 속 수험 자료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식사를 하던 9급 공무원 준비생 B 씨는 “경쟁률이 낮아졌다 해도 여전히 기본 10 대 1 수준이라서 합격이 쉬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도나도 ‘공시 열풍’에 뛰어들어 허수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말 할 사람만 남은 건데도 이렇게 치열한 셈”이라면서 “길게 보면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당장은 지원자 수가 비슷하니 선발인원이 줄어 경쟁률이 올라가는 데 대한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수년 동안 공무원 감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두고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올해 1분기부터 매년 정부 부처 정원의 1%를 감축한다는 내용의 ‘정부 인력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5년간 5%를 줄인다는 의미다. 지난 가을학기를 끝으로 휴학한 뒤 이제 막 9급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는 C 씨는 “충남 천안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스펙 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공시라는 생각이 들어 (노량진에) 오게 됐다”면서 “사기업 취업의 벽이 너무 높은데 공무원도 선발인원을 계속 줄일 것 같아 앞날이 깜깜하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1월 2일 기자가 찾은 노량진 한 고시식당 2층에는 좌석의 절반가량만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슬아 기자]

1월 2일 기자가 찾은 노량진 한 고시식당 2층에는 좌석의 절반가량만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슬아 기자]

“업무량 대비 인력 부족한 곳도”

교원임용 쪽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1월 6일 오후 3시쯤 기자가 찾아간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 전문학원에는 지난해 12월 1차 시험에서 낙방해 다시 1년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이 모인 ‘일반영어’ 개강 수업이 한창이었다. 쉬는 시간 중등영어 임용고시 준비생 D 씨에게 말을 걸자 “초등 쪽부터 시작해 교원임용도 전반적으로 선발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교대나 사범대 등 양성기관에서 배출하는 예비교사 수는 그대로인데 임용고시 티오(TO)만 줄이는 것 같아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소방 분야에서도 매년 선발인원이 감소하고 있다. 경찰은 과도한 업무 탓에 저연차 중심으로 조직을 떠나는 인원이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6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재직 기간 5년 이하 퇴직 경찰관은 126명이다. 전년(80명)보다 57.5% 늘어난 수치다. 같은 날 오후 5시쯤 노량진 한 카페에서 만난 경찰(순경) 준비생 E 씨는 이렇게 평했다. “올해는 아직 티오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순경 채용 규모가 크게 줄었다. 공공부문을 효율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 했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1373호 (p48~49)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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