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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금융·부동산 범죄 증가하는데 국민 권리구제 시스템은 되레 기능 저하”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 “서민, 중소기업 돕는 법률서비스 지향할 터”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증권·금융·부동산 범죄 증가하는데 국민 권리구제 시스템은 되레 기능 저하”

“지난 몇 년 동안 국가기관의 국민 권리구제 시스템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변호사로서 만난 여러 증권·금융 범죄 피해자가 더딘 수사와 사건 처리 탓에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큰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그에 걸맞은 감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범죄는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국가기관이 예전처럼 사명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게 권리구제에 나서면 좋겠습니다.”

최근 증권·금융범죄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는 이렇게 답했다. 최근 금융시장은 다양한 상품의 등장과 핀테크, 블록체인 등 디지털화 바람 속에서 격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등 주식투자도 보편화됐다. 그만큼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행위의 위험성이 높아져 피해자도 늘고 있다.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 [홍태식]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 [홍태식]

“합수단 폐지 후 불법 M&A 세력 통제 안 돼”

검사 시절 이 변호사는 ‘금융 수사통’으로 이름이 높았다.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된 경험이 있어 금융시장 생리에 밝다는 평가도 있다. 대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등 특수, 금융범죄 수사의 요직을 거쳐 제주지검장, 청주지검장을 지냈다. 최근엔 개인투자자와 중소기업 등 시장 약자의 권리구제를 돕는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20년 1월 폐지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최근 부활한 것을 두고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면서 “국가기관을 없애거나 새로 창설할 땐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기준이어야 하는데, 합수단 폐지는 그런 과정 없이 이뤄진 듯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는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정 사무실에서 이 변호사를 만나 최근 증권·금융 시장의 리스크와 이에 필요한 대응 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합수단 폐지에 따른 후유증은 없었나.

“금융범죄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에 적절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당장 범죄자 몇 명을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범죄를 시도조차 못 하게 엄정한 신호를 발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기관이 제각기 규제·감독 시스템을 갖췄지만 가장 강력한 시그널은 역시 합수단이었다. 2013년 5월 출범한 합수단은 2020년 초까지 증권 범죄자 약 1000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여의도의 파수꾼’ 노릇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런 합수단이 폐지되자 증권시장에서 불법 M&A(인수합병) 세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등 잡음이 이어진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잡음 말인가.

“시장 혼란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상장폐지된 회사 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경영난으로 인한 상장폐지 못지않게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도 적잖다. 불법 M&A 세력이 주가 조작, 회삿돈 횡령, 허위 유상증자로 기업의 껍데기만 남기고 마지막에 상장폐지를 해버리는 것이다. 기업 상장폐지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소액주주 아니겠나.”



합수단 폐지 전인 2017년 18곳, 2018년 61곳, 2019년 38곳이던 상장폐지 기업 수는 2020년엔 56곳, 지난해 58곳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 12일까지 상장폐지된 기업도 39곳에 이른다(이상 한국거래소 집계).

“투자자 ‘자기책임’ 인식해야”

이석환 변호사는 “최근 국가기관의 국민 권리구제 시스템 기능이 저하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큰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적절한 감독과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범죄는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홍태식]

이석환 변호사는 “최근 국가기관의 국민 권리구제 시스템 기능이 저하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큰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적절한 감독과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범죄는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홍태식]

지난 몇 년간 금융시장에선 일부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도 잇달았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정치권이 연루됐다는 국내 일부 사모펀드 사태는 크게 조명받은 반면, 국외 사모펀드 사고는 피해 규모가 큰 것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내가 일부 피해자를 대리하는 ‘독일 헤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 사건이 대표적 사례인데 피해 규모가 5000억 원에 달한다”면서 “판매사가 조금만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펀드를 고객에게 팔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관계 기관 조치는 적절했나.

“금감원은 지난 2년 동안 펀드 사고와 관련해 금융기관 수장들을 제재했는데 최근 상당수 소송에서 패소했다. 가령 최근 DLF(파생결합펀드) 손실과 관련해 금융기관 수장에게 내린 중징계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도 있었다. ‘금감원 제재가 잘못됐다’는 결론이 나오면 국가기관으로서 신뢰가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검찰로 치면 기소했는데 무죄가 나온 격인데, 수사가 미진했거나 억울한 사람을 기소했거나 둘 중 하나다. 같은 맥락에서 심각하게 볼 사안이다.”

투자자와 금융기관, 감독기관이 주의할 점은?

“중요한 대전제는 ‘자기책임주의’를 투자자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정상적 투자로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나 금융기관의 책임을 묻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금융기관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도 있다. 당장 눈앞의 실적과 성과를 좇다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적잖다. 금융 기법은 빠르게 진화한다. 국가기관이 규제 일변도의 행정을 펴서도 안 되지만, 금융상품의 변화를 어느 정도 따라가야 혹시 모를 범죄와 국민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가령 암호화폐의 경우 투자 규모와 일종의 새로운 금융상품으로서 발전 속도에 비해 국가 안전망 마련이 늦어졌다. 금융위가 2018년 거래실명제를 도입하기 전엔 암호화폐에 대한 관리·감독을 어느 기관이 담당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섣부른 규제는 자칫 독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금융상품 거래에서 어디까지가 합법적 영역인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금융상품에 대해선 적절한 지원을, 불법에 대해선 규제와 수사가 필요하다.”

최근 국민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리스크는 ‘부동산’이다. 거래절벽 속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요원해졌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었는데, 지나친 활성화로 인한 집값 폭등도 문제지만 지나친 침체도 문제”라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여느 경제 섹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은 범죄, 부정부패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200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로서 재건축·재개발 비리 수사를 주도했다. 그는 당시 수사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돈과 권력에 비해 견제 시스템이 약하면 부패는 반드시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조합장에게 막대한 힘과 돈이 쏠리는 반면, 견제 시스템은 미흡하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도시개발도 늘고 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빠르고 효과적인 개발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부정부패 우려도 높다. 재건축·재개발·도시개발마다 규모에 걸맞은 관리·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 권리구제, 공직자의 책임감·사명감 중요”

금융, 증권,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난 비리와 범죄, 부정부패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대다수 선량한 투자자다. 이 변호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민 권리구제를 위한 국가 시스템이 속도와 적극성, 능력 면에서 종합적으로 저하됐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최근 동료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업하다 사기를 당한 한 고소인이 지지부진한 사건 처리를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리구제 시스템 운영 자체가 느려진 듯 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능력과 의지 모두 줄어든 것 아닌가 우려된다. 지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국민의 관점은 실종됐다. 공직자의 책임감과 사명감 같은 덕목이 다시금 중요하게 조명돼야 한다. 권리구제 시스템이 더디고 어설퍼지면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 권리구제 측면에서 서정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정은 ‘솔루션을 찾아주는 로펌’을 지향한다. 가령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동업자에게 부당하게 뺏긴 사람이 있다고 치자. 변호사로서 단순히 ‘고소하자’ ‘소송을 돕겠다’는 식의 오엑스(OX) 조력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어떻게 경영권과 정당한 이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정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중소기업과 개인투자자 등 서민의 권리구제에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주간동아 1360호 (p36~38)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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