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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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ASMR·춘식이 굿즈… 콘셉트에 울고 웃는 Z세대

[김상하의 이게 뭐Z?]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07-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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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콘셉트를 잡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늘고 있다. 2032년을 콘셉트로 잡아 환공포증이 생길 것처럼 카메라가 잔뜩 달린 아이폰을 선보이거나, 특정 직업이나 말투를 가진 사람을 따라 하기도 한다. 이런 콘셉트는 유튜브뿐 아니라,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광고나 마케팅에서도 보인다. Z세대는 콘셉트를 잡는 것에 누구보다 익숙하기에 콘셉트에 잘 잡아먹히고, 또 잘 따라서 밈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몰래 하는 ASMR

    찜질방에서 몰래 ASMR를 하는 콘셉트의 영상. [유튜브 지읒ASMR 캡처]

    찜질방에서 몰래 ASMR를 하는 콘셉트의 영상. [유튜브 지읒ASMR 캡처]

    처음 ASMR가 등장했을 때는 귀 파는 소리, 무언가를 자르는 소리, 자연의 소리 등 일정한 속도로 잠이 잘 오게 하는 내용이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좀 다르다.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의 ‘강유미 ASMR’ 시리즈처럼 특정 직업이나 말투를 콘셉트로 잡아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도 많다. 최근에는 몰래 하는 ASMR 콘셉트가 유행이다. ‘몰래 한다’가 콘셉트인 만큼 카메라를 딱 가운데 두지 않고 살짝 비스듬한 각도로 놓고 ‘수업 중 몰래 ASMR 하기’ ‘찜질방에서 몰래 ASMR 하기’ 같은 콘텐츠를 찍어 업로드한다. 이런 ASMR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마치 ASMR를 처음 하는 사람이 몰래 ASMR를 하는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찜질방에서 계산하다 사장님이 주문한 걸 가지러 갔을 때 갑자기 컵라면을 들고 가 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식이다.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소리가 아닌, 공사장에서 날 법한 소리를 내 웃음을 주는 방식으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춘식이로부터 온 편지

    카카오의 ‘집사는 왜 월요일이
싫을까?’ 콘텐츠. [사진 제공 · 카카오]

    카카오의 ‘집사는 왜 월요일이 싫을까?’ 콘텐츠. [사진 제공 · 카카오]

    춘식이의 편지. [사진 제공 · 카카오]

    춘식이의 편지. [사진 제공 · 카카오]

    회사 후배 책상을 지나가다 이상한 편지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동기들이랑 마니또를 하는 줄 알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후배가 “팀장님도 뽑아줄까요?”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뭐지?” 했는데 카카오프렌즈 춘식이의 편지를 인쇄해 붙여놓은 것이었다.

    이 편지는 ‘집사는 왜 월요일이 싫을까?’라는 제목의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바탕으로 카카오가 제작한 디지털 굿즈 중 하나인데, 카카오답게 진짜 고퀄리티다. 라이언이 키우는 고양이 춘식이가 “집사가 주말은 좋아하는데 왜 평일은 싫어할까”라는 의문을 품고 라이언의 출근길을 따라가는 콘셉트다. 춘식이가 라이언이 월요일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데, 그 상상력이 무척 귀엽다.

    마지막까지 따라가면 라이언으로 제작한 디지털 굿즈를 준다. 후배 책상에서 구경한 춘식이 편지도 여기서 받을 수 있다. ‘매일 멋진 여행을 떠나는 너에게!’라는 제목으로 ‘맨날 출근하는 너를 응원한다’는 내용이다. 편지 외에도 아이패드 굿노트에서 메모용으로 사용하면 좋을 메모지, 프리보드, 스티커 등 다양한 디지털 굿즈가 들어 있다. 이 패키지와 함께라면 출근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회사에서 인싸가 될 것은 확실하다.



    #웃기면 순식간에 밈이 된다

    웹툰 ‘마루는 강쥐’(왼쪽)에서 웃음을 준 장면과 새로운 밈이 된 웹툰 작가 주호민. [유튜브 주호민 쭈펄 재즈 페스티벌 캡처, 네이버 웹툰 캡처]

    웹툰 ‘마루는 강쥐’(왼쪽)에서 웃음을 준 장면과 새로운 밈이 된 웹툰 작가 주호민. [유튜브 주호민 쭈펄 재즈 페스티벌 캡처, 네이버 웹툰 캡처]

    인기 웹툰 ‘모죠의 일지’ 작가가 새로운 웹툰으로 돌아왔다. ‘모죠의 일지’가 끝날 때 진짜 갑자기 마무리돼 섭섭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작품이 공감 가는 일상 이야기였다면, 이번에 나온 신작 ‘마루는 강쥐’는 혼자 사는 주인공이 어느 날 눈을 떴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어린이가 된 내용이다.

    내용만 보면 “응?”스러울 수 있지만 특유의 감성으로 살려내니 짤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1화에 강아지 마루가 사람이 되고 나서 “나 사람 됐다 짱이지…. 이 손을 봐, 대박임”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말투 왜 이래’라고 상상하는데, 이 장면이 밈으로 탄생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영화 주인공을 넣어 짤로 만드는 노력까지 한 덕에 하나의 밈이 됐다. 전작 ‘모죠의 일지’도 말투, 표정 등이 큰 공감을 얻어 밈으로 많이 쓰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1화만에 밈을 또 만들어내다니 역시 작가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웃겨서 밈이 된 건 또 있다. 침착맨(웹툰 작가 이말년) 채널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침착맨이 상대방과의 호흡과 화합이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주호민이 ‘샵빱두비두밥’이라는 음을 넣어 노래를 부르는데 이 장면 자체가 웃겨서 하나의 밈이 됐다. 이제는 ‘◯◯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을 제목으로도 많이 쓴다. 주호민이 노래를 부른 장면에 금손들이 베이스, 기타 소리를 넣어 편곡하기도 하고, 주호민 머리에 가발을 씌워 만화 한 장면처럼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주호민도 재가공된 콘텐츠를 다시 리뷰하는 콘텐츠를 찍었다. 진짜 Z세대는 재미만 있다면 가지고 노는 것이 절대 어렵지 않은 세대다.

    #이제는 빵 찾는 데 익숙해졌다

    요즘은 빵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띠부띠부씰을 모으는 포켓몬빵 유행이 끝나자 이번에는 맛 때문에 난리가 난 빵이 있으니 바로 ‘연세우유 생크림빵’이다. 원래도 유명했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메론생크림빵’에 대한 후기가 많다. 봉지를 뜯자마자 멜론 냄새가 팍 나서 다들 엄청 맛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이 빵 시리즈가 인기인 건 빵을 절반으로 갈라서 올리는 ‘반갈샷’에서도 확인 가능하듯이, 빵에 크림이 거의 80%가량을 차지하기에 빵을 먹다 크림 없이 빵만 남아 입이 퍽퍽해지는 대참사를 피할 수 있어서다. 트위터에 생크림빵으로 검색만 해도 대다수 글에서 메론생크림빵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생각보다 편의점에 없어서 아침부터 찾으러 다녀도 구하기 힘들다는 후기가 대부분이다. Z세대는 이제 뭔가를 찾아내 구매하는 데 그 누구보다 익숙하고, 오히려 구하기 어려운 것을 구했을 때 쾌감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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